무명 익명 기명
무명 익명 기명
  • 민돈원
  • 승인 2016.08.2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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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장하고 위대한 공이나 업적을 세우고도 그 이름 없이 묻혀 있는 무명용사비나 숨은 공로자들이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경우 예부터 지금까지 나라와 민족을 지키려고 외세와 맞서 몸을 던지거나 참전했다 순국한 애국 의사들이나 무명용사들, 그런가하면 크고 작은 선한 일에 사재를 다 털어 바치거나 자랑스러운 업적을 남기고도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무명 익명으로만 남긴 숨은 박애주의자들, 그리고 한편으로는 기명으로 자기 이름을 밝히면서도 몸과 물질을 드려 주위에 귀감이 될 만큼 헌신하는 인물들을 볼 수 있다.

다소 방법과 생각상의 차이는 있지만 다 같이 그 사회를 지탱해주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분들임에 이의의 여지가 없는 분들이다. 보통은 이름 석 자라고 볼 때 그 이름 석 자 하나 후세에 기록된 문서에 알리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다 오명으로 남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비록 그 이름 석 자는 남아 있지 않지만 사실 어찌 알고 보면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 내가 서 있도록 면면히 이어지는 운명공동체 민족공동체가 존속해 오고 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그 이름 석 자가 가진 권력 있는 자의 자리로 인해 부끄러운 역사의 오점을 우격다짐하여 만들려는 권력의 횡포를 접하기도 한다. 이런 모순을 보노라면 역사는 이런 악순환의 질곡(桎梏)마저 안고 가야 하되 후대가 평가하게 될 과제로 남기는 것 같다.

얼마 전 2년 임기의 신임 경찰 총수가 임명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 이유는 흔히 도로에서 그들이 불시에 단속하는 음주운전, 그 당시 음주운전으로 인한 10대 중과실항목과 함께 상대 차량을 가해하는 사고를 내는 등 23년 전 일이긴 하지만 그가 범한 범죄경력 때문이다.

그는 청문회에서 자신의 이름에 따른 경찰신분을 끝까지 밝히지 않아 그 당시 징계를 면했다. 이러한 사실을 추궁하는 의원들의 질문에 ‘너무 당황이 되고 부끄러워서 숨겼다’는 답변을 거듭 말하면서 고개를 떨구었다. 임명되지 않았던들 자신의 23년전 부끄러운 치부까지는 소시민들이 알 리가 만무했겠지만 아뿔싸 경찰 수장의 자리에 임명되려다보니 이런 도덕성부재가 도마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름을 떳떳하게 밝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수치스런 일에는 끝내 그 이름을 숨기고 만다.

한편 교회 예배 시간중 봉헌하는 시간에 헌금봉투에 기록된 3가지 이름들을 본다. 우선 자기도 알고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본인 이름이 기록된 헌금, 하지만 또 다른 두 가지 봉투, 즉 그것은 이번 주 올라온 헌금의 경우 이런 헌금이 있었다. ‘가평 초옥동 주민’, ‘상천2리 주민’이라는 익명의 헌금봉투, 그리고 아예 아무것도 기록되지 않고 거의 매주 드려진 무명의 헌금 등이다.

우리교회 성도중에 어떤 분은 내게 미리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무명으로 드리니 목사님이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하면서 헌금하는 분도 가끔 있고 실제로 정기적으로 무명으로 드리는 분이 있는 것을 안다.

그런 분들이 아니고 이번 주 같이 이름 석 자보다 더 긴 이름으로 기록된 익명이라든가 아무것도 기록되지 않은 무명의 헌금 역시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헌금이 무명이든 익명이든 기명이든 자랑스럽게 드려진 헌금인 한에 있어서 하나님 앞에 보고되는 순간 주님은 그들의 중심을 보시리라!

무명이나 익명이라 할지라도 결코 부끄러워서 신분이나 이름을 숨기는 것이 아닌 한 매주 또는 매일이라도 내 이름 석 자가 기록되었든 아니 되었든 하나님 앞에 자랑스럽게 불리어지는 순간 얼마나 영광스럽고 기쁘고 복된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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