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 예수님!
목수 예수님!
  • 이구영
  • 승인 2016.07.01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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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어느 교회의 부흥회를 인도하다가 참 멋진 목사님의 고백을 들었습니다.
목회 20여년이 다가오는데 이제야 하나님의 성전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를 알았다는 고백이셨습니다.
교회는 그냥 건물이고, 사람들의 모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셨는데 그것이 아니더라는 말씀이셨습니다.
. 세월이 지날수록 보이는 성전이 참 중요함을 배우신다고
. 그래서 늘 성전을 깨끗이 수리하고 관리하는데 참 재미있다고
. 방치되어 있던 교회를 아름답게 꾸미고 닦고 나니까
교인들도 좋아하고 새신자도 늘어나는데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신다고.

마태복음 24장 1절에 보면 예루살렘 성전을 구경하고 나온 제자들이 예수님께 그 성전의 대단한 위용을 감탄하며 동의를 구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때 예수님께서는 전혀 엉뚱한 이야기를 하십니다.
겉보기는 화려해도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이 죄를 너무 많이 짓고 있고,
이 큰 성전을 지탱하느라 너무 많은 불의를 행하기에 곧 이 성전이 무너질 것임을 이야기 하십니다.
이 대화는 그 당시 제자들에게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마가복음 13장 1절에도, 누가복음 21장 5절에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기야 사람들은 다 외모와 현재를 중요시하는데 예수님께서는 내면과 미래를 강조하셨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도 합니다.
이런 영향인지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교회의 외형과 관리를 특정인에게 맡기고 방관자가 되어가는 경우를 자주 보곤 합니다.

성경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신학적인 흐름으로 보면 사람들은 늘 보이는 성전보다는 보이지 않는 성전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최근 몇 십년간 더 그랬습니다.
큰 교회에 대한 강한 거부감도 점점 거세지고,
큰 교회 건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따가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또 다시 생각해볼 문제는 있습니다.

크던 작던 성전은 성전이라는 사실입니다.
상가 지하나 지상 층의 어느 한 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교회도 교회이고,
중형교회도, 대형교회도 교회입니다.
그곳에는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져야 하고,
그들을 하나님께로 온전히 인도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설도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모임’이 ‘교회’라는 생각이 강조되다 보니까 보이는 교회를 소홀히 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크고 화려하게 교회를 지을 것은 아니지만 지금 내가 다니고, 섬기고 있는 교회 건물에 대한 사랑이 식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쓰레기를 치워야 합니다.
누군가는 껌을 떼 내어야 합니다.
누군가는 거울과 유리를 닦아야 합니다.
누군가는 주방을, 예배실을, 음향을, 영상을, 조명을 신경 써야 합니다.
누군가는 교회의 자동차를 소중히 여겨야 하고,
누군가는 밥 그릇 하나 수저 하나도 애착을 가지고 관리하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아주 많을수록 좋습니다.

상가 3층으로 교회를 옮기시면서 허리에 가죽 밸트를 두르시고 그 가죽 벨트에 망치와 못을 매달고 교회의 인테리어를 손수 하시던 40대 후반의 목사님이 생각납니다.
“예수님도 목수이셨다고....”
“하나님의 교회를 목사가 못 하나라도 박아가면서 만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자그마한 교회를 목회하다 보면 모든 것이 목사의 손길을 요구합니다.
피아노의자, 거울, 장의자, 개인용의자, 강대상, 마이크, 계단, 바닥, 천정, 벽....
또 쓸고, 또 닦고, 또 고쳐 놓아도 또 부서집니다.
건물 유지 보수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과 열정이 보통이 아닙니다.
막힌 배수구도 뚫어야 하고, 막힌 변기도 뚫어야 합니다. 다 목사의 일입니다.

전도사님들에게 더러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구약성경에 보면 성막에 관한 모든 설치와 해체, 보수와 유지의 책임은 다 레위지파와 제사장에게 있는 것이라고, 교인들이 도와주시면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안다고 하여도 당연히 목회자들이 성전도 보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신학대학 정규 과목에 성전보수와 관리에 대한 과목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상가교회와 자그마한 시골교회의 관리는 거의 목회자의 몫이니까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작은 문고리 하나를 바꾸는데도 설비하는 사람들을 불러댑니다.
작은 수도꼭지 하나도 사람을 불러서 일을 시키려고 합니다.
주님의 성전을 주님의 사람들이 깨끗하고 아름답게 유지 보수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듯한데,
어쩌면 그것도 주님을 사랑하는 한 가지 방법이요,
주님을 향한 감사의 표현일 것도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천시하는 경향이 들어서 아쉬움이 생겼습니다.
주님을 향한 사랑이 무르익고 나 스스로도 흐뭇한 일인데 언제부터 인가 소홀히 여겨지는 듯 해 아쉬움이 생겼습니다.
껌도 떼고, 거울도 닦고, 피아노 의자의 풀린 나사도 조이고, 바닥도 깨끗이 밀고, 거미줄도 치우고
그 모든 과정 속에서 하나님과 하나님의 교회를 향한 사랑이 자라고 표현되고 나누어지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은 목수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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