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단어들
어려운 단어들
  • 서정남
  • 승인 2023.02.2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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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학후배인 P는 시드니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법조계 여성이다. 우리 대학동문 단톡방이 있다. 나랑 다른 세대들이다. 어느 주말에 P가 강아지랑 산책하고는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중이라는 인증샷을 올렸다. 연이어서 카톡이 울려서 열어보니 한국에 있는 다른 후배가 '찌찌뽕' 이라고 올렸다.

찌찌뽕?

60대인 우리세대의 언어가 아니다. 어렵다. 초록창 검색 들어가야 한다. [상대방과 둘이 또는 여럿이 있을 때에 같은 말을 동시에 내뱉을 경우 쓰인다. 둘 중에 한명이 먼저 '찌찌뽕'하고 외치면서 볼을 잡아당기거나 벨을 누르면 볼을 잡힌 사람이 '땡'하고 외치고 풀어주면 된다]

이해되었다. 이들은 지금 다른 장소에 있지만 카페서 브런치를 즐기는 같은 행동을 같은 시간에 하고 있다고 겨우 해석되었다.

지난주에는 부산에 사는 동창이 카톡을 보내왔다. 나랑 똑같이 생긴 여성을 광복동에서 보았단다. 옷 스타일에다 매무새까지도 같은데 20년가량 젊어서 내가 보톡스 맞고 변신한 줄 알았단다. 그래도 너무 같으니 굳이 확인 들어갔단다. '혹시 서정남 목사님?' 하고 인사하니 '하하 저 아닙니다'고 하는데 어쩌면 목소리까지도 꼭 같은 '도플갱어'였다고 한다.

도플갱어, 이 또한 처음 듣는 단어다. 바로 검색하니 [누군가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나 동물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란다. 발음조차도 난해하다.

'초일불산',

일전에 보이스피싱 사건 때, 설명을 한 단어이다. 날짜 계산을 할 때 첫날(당일)은 계산에 넣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대로 '초일산입'은 첫날부터 계산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어느 분의 좌우명이라는 한자어 '해납백천', 우리는 국민학교라고 부르던 시절에 한자를 잠시 배웠지만 이런 단어는 처음 접한다. 초록창이 아니면 나의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지리라.

[바다는 백 갈래의 개천 물을 다 받아들인다]. 폭넓게 수용한다는 뜻이다.

내가 개척할 당시에 교회이름을 두고 오래 기도하는데 딸이 [To anyone~투 애니완~퉤니완~21] 그 중 골라서 하자고 강력히 추천하였다. 딸은 엄마가 10년 전 호주에서처럼 여전히 열정과 체력이 왕성하여 '어느 누구나 오라' 할 수 있다고 착각함이리라. 그러기엔 체력 부분에 정말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 주님께서 한 성도님을 보내 주시는데 관심과 케어가 많이 필요한 분이다. 건강한 성도는 교회 내에서 자기 자리 잘 지키며 건강하게 성장한다. 교회를 오래 쉬었다는 것은 여러 교회를 다니며 상처를 받기도하며 잠정적인 휴식이 길어진 경우이다. 인간적으로도 많이 불쌍하였다. 어느 날 교외로 나갔다가, 유명한 빵을 우리 것과 그 댁 것까지 사가지고 왔다. 전하려고 전화하니 밖에 계시 단다. 날이 바뀌었다. 아침 일찍 전화하니 전화기를 꺼둔 상태이다. 참 어렵다. 그래서 그 빵을 내가 오래 오래 먹어야 했다. 쇼핑하면서도 그 댁 생각이 나서 포장음식을 사서 전해 줄라치면 전화기를 꺼둔 상태, 또 down된 시간인가보다.

그런가하면 나도 가끔씩은 집에서 널브러져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또 아파트 1층에 와 있다고 예기치 않는 전화가 온다. 어려운 단어는 부르기도 어렵고 살아내기도 어렵다.

오늘 한국서 best friend가 호주에 온다. 도착시간에 맞춰 시드니공항 가서 픽업해왔다. 내가 부탁한 안경, 한복 보따리를 푼다. 그녀는 또 한국제 기초화장품 세트도 내민다. 이게 떨어져서 며칠 쩔쩔 맨 사연을 어찌 알았을까? 주님이 알려주셨나 보다?

그러하신 주님이 내게 '해납백천'을 요청하실 때는 그 능력도 당연히 주시려 함일 테지~

할 수 있다 하신 이는 나의 능력 주 하나님~

의심말라 하시고 능력 준다 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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