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표준말이다.
경상도에선 '어무이요'
옛날 경주지방에선 '어메'
그런데 우리들은 '어머니'라 불렀다.
사연은, 첫 딸인 언니의 꿈에 허연 수염을 늘어뜨린 할아버지가 오셔서 이제부터 어머니라고 불러야지 안 그러면 혼난다고 하셨단다. 너무 무서워서 다음 날로 '어머니', 아래 동생들도 '어머니, 우린 평생 그렇게 불렀다.
어머니는 딸 여섯에게 공을 들이셨다. 귀부인 되라고 물에 손 못 넣게 하시니 속옷도 빨은 적이 없다. 여섯 자매들 거두느라 식모도 고단했으리라. 이제사 돌아봐진다.
그런데 예수란 분이 이 집 딸네들이 필요하시단다.
둘째부터 셋째 넷째 다섯째 다들 그분이 부르셔서 다 예수쟁이가 되었고 결국 여종들이 되었다.
뻗대고 뻗대시던 어머니도 결국 교회로 발걸음을 옮기신다.
주일에 성도들 섬긴다고 앞치마 두르고 싱크대 독점하는 딸의 뒷모습.
그걸 보시는 어머니는 속으로 눈물을 몇 번 삼키셨으리라.
그 세계의 행복을 모르는 분에겐 속상하는 장면이다.
아버지도 예수가 내 가족 다 뺏어갔다고 컴퓨터 바둑하고만 벗하셨다.
목사님이 선포하신 하나님의 말씀은 당연히 심령을 변화시킨다.
내 어머니도 그중 한분이셨다.
서서히 교회 내에서 참여 범위가 넓어 지셨다.
어머니 연세로는 70대 후반 경에 컴퓨터 보급이 활성화되었다.
컴퓨터 워드 작업을 딸들에게 배우셨다.
어머니는 주일 예배 목사님 설교를 일단 메모하신다.
예배마치고 교인들과 점심 드시고는 1층 로비로 가신다. 그 사이에 만들어진 목사님 주일 설교 테이프를 사신다.
집에 가셔서 테이프를 틀어놓고 어머니는 컴퓨터 좌판을 두들기며 설교를 요약하신다.
A4 2장 분량의 말씀을 6장 복사해서 구역예배에 들고 가신다.
그 내용으로 어머니가 예배를 인도하신다.
구역원들은 산 위에 있는 임대주택 할머니들이다.
설마 빈손으로 가시랴?
발발이 들고 가신다.
딸들에게 받은 생활비 아껴서 불쌍한 할미들께 나눈다.
양손엔 곰탕, 설렁탕, 성경책,
길은 오르막길,
주님이 그 등 밀어 드렸으리라.
딸들은 자기들 사역하느라 바쁘고 또한 몰랐다. 어머니 장례예배에서 교인들이 풀어놓는 역사를 듣는 딸들의 두 뺨에 뜨거운 눈물이 타고 내린다.
그분도 아셨구나!
딸들이 왜 그리했는지를.
천국 가서 아실까 했는데
이 땅에서 알고 가셨구나.
아~
다행이다.
그렇게 어머니는 두 살 연하 영감을 남겨두고 먼저 가셨다.
늘 할멈 손잡고 다니던 영감도 잡을 손이 없자 그제사 예수님 믿으시다가 삼년 후 그 길을 따라가셨다.
그렇다.
이 땅은 종착역이 아니고 정류장이다.
정류장에 앉아 천국행 7번 버스를 기다리는 그 잠시 잠깐의 시간이다.
어머니가 계셨던 정거장,
아버지가 계셨던 정거장에
이제 내가 서 있다.
오늘 주일에
나는 또 외쳤다.
이 땅은 정거장이라고.
(어머니 생신 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