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교회 방문한 원로목사님
모 교회 방문한 원로목사님
  • 민돈원
  • 승인 2022.10.18 13: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 아드님과 함께 방문한 양승순 원로목사님(앞), 좌측 중앙은 아드님
세 아드님과 함께 방문한 양승순 원로목사님(앞), 좌측 중앙은 아드님

강화지역은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1866년 흥선 대원군이 천주교인을 박해하자 프랑스 함대가 조선을 쳐들어온 병인양요가 발발한 곳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 순교의 피가 뿌려짐으로 인해 이 지역은 개신교 역시 일찍이 복음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강화도 기독교 역사는 이승환이라는 인천 내리교회 신자에서 시작한다. 그는 제물포에서 술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복음을 접한 이후 술집을 정리하고 고향인 강화도 서사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자신의 노모에게 성경 말씀을 들려주게 된다. 그러면서 당시 선교 사역을 하고 있던 존스 선교사에게 자기 어머니를 위해서 세례를 베풀어 주도록 요청한다. 1892년 제물포에 첫 선교사로 부임한 이후 존스 선교사는 배를 타고 강화 서사에 도착했다. 하지만 강화 사람들은 여러 차례 프랑스 및 미국 군대의 침략으로 인한 반감 때문에 거부당하게 된다. 예컨대 마을로 들어가 사람들에게 세례를 베풀려 했으나 그 마을 영향력있는 양반 김상임을 비롯한 대부분이 세례 받은 사람의 집을 불태워버릴 것이라는 협박까지 듣는다. 이에 존스 선교사는 하는 수없이 아들 이승환이 노모를 업고 배로 나올 것을 요구한다. 이승환은 이 말에 순종하여 밤중을 이용하여 어머니를 등에 업고 개펄을 건너 달빛 아래서 역사적인 세례를 받게 되는데 이때가 1893년으로써 강화도 최초의 세례자가 탄생 된 해이다.

이 믿음의 겨자씨로 인해 당시 세례를 반대하고 핍박했던 양반 김상임도 1년 후인 1894년 세례를 받게 되고 그는 이를 기념하여 자신의 땅을 내놓음으로써 교산교회가 세워지게 된다. 이 또한 최초 감리교회 시작이다. 이와같은 일 이후 강화도에 많은 교회가 설립되는 원동력이 되었다. 따라서 강화의 감리교회는 100년 이상 된 교회가 수십 개 처다. 128년 된 교회부터 시작해서 내가 속한 강화남지방만 하더라도 28개 처 교회 중에 123년 된 2개 처 교회를 비롯하여 100년 이상 된 교회만도 무려 12개 처 교회에 이를 정도로 초기 복음의 역사가 강하게 나타난 지역임을 알 수 있다.

현재 목회하고 있는 문산교회도 그중의 하나다. 문산교회는 을사늑약 체결 바로 다음 해인 1906년에 설립된 교회로써 116년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목회자가 배출되었다. 이미 은퇴 내지는 소천한 분들도 있고 현재 목회하고 있는 분들 또한 적지 않다. 그런가 하면 이곳 교회 출신들이 이곳저곳에 흩어져 살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쯤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지난주 13일 이 두 가지 모두를 충족한 분을 만나게 되었다.

즉 어린 시절부터 다녔고 나중에는 신학을 해서 목회자가 된 이후 지금은 은퇴하신 목사님이 우리 교회를 방문하였다. 목양실을 노크하는 소리에 나가보니 세 아드님과 함께 소개를 하는데 어린 초등학교 때부터 모 교회인 문산교회를 출석하였기에 옛 추억을 상기하며 이렇게 방문하셨다고 했다. 나중에 아드님과의 통화한 말에 의하면 아드님 고등학교 때 한 번 들르신 이후 40년 이상 지나 방문하셨다고 한다.

누구든지 어머니 품속은 포근하고 따뜻하며 평안하고 가장 그리운 곳이다. 그러기에 모국, 모국어, 모태, 모교, 모교회, 모성애는 항상 우리 마음속에 가장 짙게 남아 지탱하고 지지해주기도 하며 힘을 얻게 하기에 그곳을 갈망하게 한다.

이곳을 찾으신 올해 94세인 양승순 원로목사님도 오직 한가지 이유였다고 본다. 그러시면서 원로목사님으로서 쉽지 않은 거액의 감사헌금까지 드리셨다. 문산교회가 모 교회였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마음의 고향을 그리워하셨기 때문일 거다. 신앙의 모태와 같은 영적 저수지를 평소에도 잊지 않고 평소 감사의 마음으로 살아오셨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이런 원로목사님의 의미있는 방문을 교인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기에 소개했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사랑하는 애향심을 넘어 나아가 모 교회를 마음에 품고 간직하고 사는 이런 마음으로 모교를 사랑하는 애교심, 모국을 사랑하는 애국심의 발로가 어디서부터 올 수 있을까? 그것은 적어도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면 주님을 변함없이 그리고 온 마음으로 사랑하는 영적 세레나데의 감격을 경험한 모 교회 향수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