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때문에
엄마 때문에
  • 신상균
  • 승인 2022.10.05 2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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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어둠이 깔린 저녁, 트럭 한대가 교회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교회 본당 입구인 계단 옆에 차를 세웠습니다.

잠시 후, 운전기사가 내리더니 뒤에서 뭔가를 합니다.

또 한 사람은 후레쉬 불빛을 비춥니다.

2층에 있던 저의 눈에는 뭘 하는지 잘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조심스럽게 사무실을 내려와 차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차 뒤로 가보니 여자분이 후레쉬를 비추고 있었고

남자분이 국화화분을 내려놓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얼굴을 본 순간 저는 소리쳤습니다.

”아니! 웬일이세요?“

두 사람은 우리교회 집사님의 아들과 며느리였습니다.

며느리는 오래전 우리교회에 출석했던 분이었습니다.

남편이 말합니다.

”아휴 엄마가 교회에다 국화를 갖다 놓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오래전 우리동네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가셨던

집사님의 아들은 매년 국화를 키웁니다.

얼마전 집에 왔다가 연세드신 엄마와 아빠가 너무 쓸쓸해 보여

국화라도 보시면서 밝게 살라고 국화화분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엄마 집사님이 교회에다 국화를 가져다 놓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들이 엄마 때문에 국화를 가지고 왔던 것이었습니다.

 

코로나 19 이후 집사님은 교회를 잘 나오지 못하셨습니다.

자녀들 중 며느리외에는 아무도 교회를 다니지 않고,

연세가 많다보니 자녀들이 만류했고.

또 나이가 들어서 신앙생활을 시작했기에 큰 믿음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우리교회 노인심방사역팀이 계속 집사님을 찾아 뵈었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주일예배를 드리지 못할 때마다

집사님을 찾아 뵙고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집사님은 예배후 노인심방사역팀에게 고맙다고하시면서

아들이 가지고 온 화분을 내밀었습니다.

괜챦다고 노인심방 사역팀이 말해도 아니라고 하시면서 화분을 주셨습니다.

노인심방사역팀은 그 화분을 교회로 가지고 와서 교회 계단에 놓았고

집사님은 교회오셔서 그 화분을 보신 후

더많은 화분을 채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아들에게 화분을 가져다 놓으면 좋겠다고 하시면서

아들이 안 갖다 놓으면 본인이 사서라도 갖다 놓겠다고 하셨습니다.

결국 아들은 엄마 때문에 그 밤중에 국화 화분을 가지고 온 것이었습니다.

 

교회에 연세드신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말합니다.

”목사님~ 나같은 늙은이가 무슨 소용이 있어요?“

그런데 그분들은 이렇게 가끔 저를 깜짝 놀라게 합니다.

 

신앙은 무엇일까요?

신앙은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요?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은 주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요?

아무것도 베풀 수 없고, 아무것도 줄 것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연세드신 집사님들

그런데 그분들의 마음에도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집사님으로 인해 교회에 꽃계단이 만들어졌습니다.

사랑은 언제나 꽃이 핍니다.

엄마를 사랑하기 때문에...

교회를 사랑하기 때문에...

교회 못오시는 분들도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름다운 꽃동산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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