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나타난 죽음과 관련된 기록들 8
성경에 나타난 죽음과 관련된 기록들 8
  • 안양준
  • 승인 2022.09.07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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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드온 사후

어느 한 인물에 대한 평가는 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 객관적 진위를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사후에 내려지는 평가는 좀더 진실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물론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평가를 달리할 수도 있고, 선악의 기준만으로 삶 전체를 평가하기도 어렵겠지만 최소한 근접한 성적표는 나오지 않을까?

지도자에 대한 평가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도자는 그를 따르는 자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쳤는가?’ ‘얼마나 선하거나 반대의 경우 악한 영향력을 미쳤는가?’에 따라 평가를 달리할 수 있을 것이다.

기드온이라는 인물은 ‘믿음의 장’이라 불리는 히브리서 11장에 등장하는 믿음의 사람들 중 하나이다. 그 장에서 믿음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이가 열여섯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개인 대신 복수로 지칭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단한 영예라고 아니할 수 없다.

사사기의 특징은 ‘타락-징계-고통-회개-구원’의 사이클(cycle)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기드온 당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징계하기 위해 사용하신 도구는 미디안이었다. 사사기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사이클의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점점 징계 수위가 강해진다는 점이다. 미디안의 지배가 비록 7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어느 때보다 고통이 심했음을 볼 수 있다.

“이스라엘 자손이 미디안으로 말미암아 산에서 웅덩이와 굴과 산성을 자기들을 위하여 만들었으며 이스라엘이 파종한 때면 ~ 먹을 것을 남겨 두지 아니하며 ~ 메뚜기 떼 같이 많이 들어오니”(삿 6:3-5)

농경사회는 추수기가 가장 소중하다. 하지만 곡식을 모두 강탈당한다면? 마치 메뚜기떼처럼 휩쓸고 가 남는 게 없다면? 오죽하면 산에 굴을 파서 숨어야 했을까?

인간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 요소를 의식주라고 한다. 그 중에도 가장 기본적인 것이 식(食)이다. 결국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해 이스라엘이 여호와께 부르짖었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구원에 이르는 유일한 방법으로 회개, 그래서 구원을 이루기 위해 세우신 사사가 바로 기드온이다. 하나님의 세움을 받는 사사의 자격에 대해 성경은 깊이 다루지 않는다. 다만 어렴풋이 알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낮아졌는가 –순종의 여부- 하는 점이다.

기드온에 대해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그의 활동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가 사사로 세움을 받은 직후 자신의 가정부터 종교개혁을 일으켰다는 사실과 미디안과의 전쟁이 있기 전 표징을 구하기 위해 양털 기도를 드렸던 사실, 에브라임 지파가 시비를 일으켰을 때 양보한 점 등을 통해 그의 신앙 인품을 알 수 있다.

미디안과의 전쟁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역사를 보라. 처음 군대를 소집했을 때 모여든 자들의 수가 32,000명이었다. 하지만 두려워 떠는 자를 돌려보내고 남은 수가 10,000명이었고, 다시 한 번 시험을 통해 걸러낸 수가 300명이다. 

미디안 군대의 수 135,000명(삿 8:10)에 비하면 32,000명도 결코 많은 수가 아님에도 300명만 남게 하신 이유는 “이스라엘이 ~ 스스로 자랑하기를 내 손이 나를 구원하였다 할까 함이니라”(삿 7:2)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계산으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 까닭이다. 

승리 이후 이스라엘이 기드온에게 요구한 것이 무엇인가? 

“당신이 우리를 미디안의 손에서 구원하셨으니 당신과 당신의 아들과 당신의 손자가 우리를 다스리소서”(삿 8:22)

그때 기드온의 대답이 “내가 너희를 다스리지 아니하겠고 나의 아들도 너희를 다스리지 아니할 것이요 여호와께서 너희를 다스리시리라”(삿 8:23)는 것이다. 여기까지 기드온의 모습은 온전히 순종하는 신앙인의 자세였다.

하지만 기드온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상한 요구를 한다. 그것은 이스라엘이 탈취한 귀고리를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에봇을 만들어 오브라에 두었는데 온 이스라엘이 그것을 음란하게 위하였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삿 8:27)

또한 성경은 “기드온이 아내가 많으므로 그의 몸에서 낳은 아들이 칠십 명이었고 세겜에 있는 그의 첩도 아들을 낳았으므로 그 이름을 아비멜렉이라”(삿 8:30-31)고 기록하고 있다.

이것이 그의 생전에 일어난 사건들이다. 

“요아스의 아들 기드온이 나이가 많아 죽으매 아비에셀 사람의 오브라에 있는 그의 아버지 요아스의 묘실에 장사되었더라 기드온이 이미 죽으매 이스라엘 자손이 돌아서서 바알들을 따라가 음행하였으며 또 바알브릿을 자기들의 신으로 삼고 이스라엘 자손이 주위의 모든 원수들의 손에서 자기들을 건져내신 여호와 자기들의 하나님을 기억하지 아니하며 또 여룹바알이라 하는 기드온이 이스라엘에 베푼 모든 은혜를 따라 그의 집을 후대하지도 아니하였더라”(삿 8:32-35)

기드온이 죽은 이후 이스라엘 자손은 돌아서서 바알을 따라 음행하였고 원수들의 손에서 자기들을 건져내신 하나님을 기억하지 않았으며 기드온의 집을 후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것이 후에 일어난 아비멜렉 사건의 주초가 되는 것이겠지만 승리 이후 기드온의 행실에 따른 결과가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자신을 들어 미디안의 손에서 구원하신 여호와 앞에 그 여세를 몰아 이스라엘 전체의 종교개혁을 이루는 상황으로 전개했었다면 과연 어떠했을까?

한 인물에 대한 공과(功過)는 그의 인생이 끝난 후 평가되어질 것이지만 성공 이후 누적되는 실수로 인해 사후가 아름답지 못하다면 실로 안타까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물론 인간은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앞서간 사람들의 선한 행실을 거울 삼고, 잘못된 행실을 과감하게 바로잡을 수 있다면 조금은 더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주님 앞에 어린아이처럼 늘 낮아질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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