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책임과 무한 존경
무한 책임과 무한 존경
  • 민돈원
  • 승인 2022.08.2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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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목회를 하겠다고 하여 신대원에 입학(1989년)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올해로 어언 33년이 지났다. 그때의 뜨거웠던 마음은 도리어 세월이 흘러 연륜이 쌓아지긴 한 지금과 비할 수가 없다. 돌이켜보면 그때 당시 목회자에 대한 인식이나 지명도도 지금과 비교하면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세상 밖에서 대하는 태도가 달랐고 훨씬 경솔하지 않았다. 심지어 신학교를 졸업하고 단독목회 나가서도 한동안 결혼 적령기가 한참 지나 노총각이었던 나에게 좋은 조건에 있는 자매들의 선호도가 무척 높았을 정도로 소위 인기직종(?)이었다.

이뿐 아니다. 전도사 때에 교회승합차를 운전하다 종종 길거리에서 불시에 음주 단속하는 경찰(전경)이 음주 측정기를 들이대며 막무가내 불라고 하며 난처한 경우를 당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을 건넸다. ‘나 교회 전도사예요, 혹은 나 교회 목사예요’ 그러면 그중 일부이긴 해도 매너와 양식 있는 경찰이나 전경 중에는 깎듯이 인사를 하면서 ‘알겠습니다 .’하고 측정기로 더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아마 지금과는 상상하기 힘든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일반사회가 그런 정도의 인식과 존경심이 없지 않았다. 그렇다고 교회가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그때의 분위기와 정서는 그러했다. 나는 이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문화였다고 본다.

이렇듯이 목사와 성도의 행복한 관계(Relationship)는 어디서 올까?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이 상호간에 흘러나오는 목사의 무한 책임과 성도의 무한 존경에 기인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목사는 복음을 위해 생명을 걸겠다고 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님 사랑에 감격하여 조건 없이 주님의 일에 충성하고 그런 마음으로 조건 없이 성도들을 섬기고 희생을 계산하지 않는다. 적어도 이 초심을 잃지 않는 한 아무리 연륜이 쌓이고 목회 현장의 규모에 상관없이 세속에 물들지 않은 멘탈이 건강한 목회, 마지막까지 물질을 초월하여 재정에 투명한 목회, 출세욕으로 인한 교권에 눈이 멀지 않는 영적 신선도가 유지되어야 하는 게 목회라고 본다. 왜냐면 그래야 부패한 세상을 새롭게 바꿔 낼 수 있는 압도적이고도 차별화된 선제적 위엄과 공감 능력의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목회를 하다 보면 작은 것 하나에 큰 위로와 힘을 얻기도 한다. 목회자의 성도를 향한 무한 책임은 작은 배려 속에서 싹튼다. 목회자의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자란 성도의 경우 영적 자존감이 높아 삶의 만족도와 성취감이 높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목사도 성도의 존경과 세심한 배려가 지대할 때 소신 있는 목회로 목회적 역량이 극대화되어 교회 위상이 향상되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지난주 교사회의를 하는 중에 잠깐 내 생일 얘기를 언급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내 생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이번에도 그 전날 아내가 말해주기에 비로소 알게 될 정도로 무관심하다. 그리고 교회에서 예배 후에 전체 식사를 하기 전 생일 케익으로 축하해주기도 하거나 대개 여 선교회 임원들이 알고 있다가 우리 교회 경우 봉투를 챙겨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교사회의 중 내 얘기를 들은 한 교사로부터 깜짝 선물을 하루이틀사이에 더블로 받게 되었다. 택배로 보내온 목회자 셔츠[사진2], 그리고 그다음 날 내 헌 신발[사진1]이 다 떨어져 너덜너덜한 것을 양쪽 모두 본드로 붙여 신고 다닌다는 말을 듣고 나서 마음에 못내 걸렸는지 유명 브랜드 신발[사진3]을 또 선물로 보내왔다. 이처럼 목회의 보람을 성도의 관심과 배려에서 찾는다. 사랑도 두 배 선물도 두 배 기쁨도 두 배다. 성도의 무한 존경을 받은 그런 나로서는 자칫 해이해지기 쉬운 혼탁한 이 시대에 다시 한번 무한 책임을 느끼게 된다.

[사진1]본드로 붙여 신고 있는 신발
[사진1]본드로 붙여 신고 있는 신발
[사진2] 목회자 셔츠 선물
[사진2] 목회자 셔츠 선물
[사진3] 신발 선물
[사진3] 신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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