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록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나는 기록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민돈원
  • 승인 2022.08.0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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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88년부터 지금까지 기록해 둔 메모노트
[사진1] 88년부터 지금까지 기록해 둔 메모노트

우리나라 해군의 영웅 이순신은 난리통에서도 기록물을 남겨 메모를 습관화한 인물로 손꼽힌다. 난중일기가 그 대표적인 예다. 거북선도 메모에서 나온 성과다. 김구 선생도 독립운동하면서 평소 늘 메모하던 습관으로 기록물로 남겨진 게 백범일지이다. 허준도 마찬가지다. 그가 전국 팔도를 다니면서 터득한 의학적인 경험을 가지고 기록하던 것을 모은 게 동의보감이다.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기록물로 1997년 10월 1일 유네스코에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의 경우 공정성과 객관성을 지켜내기 위해 왕의 사후에 작성되어 그들의 재임기간에는 열람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기록물이 있기에 사실에 가까운 역사를 보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양 명언에 ‘희미한 잉크가 선명한 기억보다 오래 간다.’는 말도 여기에 부합된다.

세상을 떠난 애플의 창시자 스티븐 잡스(1955-2011)의 창의적인 혁신의 아이콘은 메모의 혁신에서 나왔다고 할 만큼 그를 가리켜 메모의 아이콘이라고까지 부르는 것을 볼 때 메모의 위대함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지금 공교육 현장에서는 아예 사라진 안타까운 전통 중의 하나가 매일 일기 쓰기해서 담임선생님이 검열하는 때가 있었다. 적어도 2000년대 이전 초등학교 중학교 정도 다닌 연령대라면 아마도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일기 쓰기 숙제하도록 한두 해 정도는 겼었으리라. 이에 꾸준히 일기를 성실하게 쓴 학생들은 표창도 받곤 했다, 일기장 노트도 아예 따로 판매하였다. 그런데 지내 놓고 보면 글쓰기의 가장 기본 소양을 키우는 게 바로 이 일기 쓰기부터이다. 나중에 그때 당시 사실과 자신의 느낌, 나아가 자기반성까지 기록하기에 자신의 훌륭한 자서전이 되기도 하는 대단히 유익한 기록물이다.

언제부터인가 내겐 몸에 익숙한 습관 중의 하나가 꾸준히 글쓰기를 하는 것과 평상시 메모하는 습관이 자연스러워졌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기억하기로 일기를 써왔다. 대학교 때도 일기를 썼고 개척교회 할 때도 일기를 쓰곤 했다. 그 기록 중 일부를 지금 보존하고 있다.[사진2) 그러면서 때로는 시도 쓰고 수필도 쓰곤 했다. 그리고 지금은 만7년째 쉬지 않고 매주(화) KMC뉴스에 연재하고 있는 ‘민돈원 목사와 차 한 잔을’ 이라는 코너이다. 목회 현장의 있는 그대로를 솔직담백하게 글로써 애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다. 이러한 글이 나오기까지는 무엇보다 큰 밑거름이 된 비밀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내 손에서 떼놓지 않고 지속하고 있는 메모하는 습관이 준 유익이다. 나는 새벽기도회 때나 외출할 때 그리고 내 책상 앞에 항상 메모 노트와 필기도구를 친구처럼 가까이한다. 물론 요즈음은 페북이나 카톡에 담아두기도 한다. 왜냐면 그 때 그 때마다 떠오르는 착상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80년부터 기록하고 있는 내 메모 노트에는 성경을 비롯해서 설교자료, 시사(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신문이나 좋은 자료 스크랩, 독서록, 순간 머리에 스쳐가는 인사이트(insight) 등 다양하게 기록되어있다.[사진1]

이런 것들이 수십 년간 쌓아오면서 종합적으로 통합조정 과정을 거쳐 내 삶의 인생관이 되고, 가치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고 본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는 말에 나는 동의한다. 그 기록은 무엇보다도 이 세상의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성경이라고 확신한다. 구약의 선지자였던 예레미야는 유다의 여호야김 왕 제4년에 하나님의 말씀을 ‘두루마리 책에 기록하라’(렘36;2)라는 명령을 받는다. 이에 예레미야는 그 하나님 말씀을 기록하기 위해 서기관 바룩을 부른다. 그러자 바룩은 예레미야가 불러주는 대로 모든 말씀을 두루마리 책에 기록했다(렘36:4) 그러나 악한 여호야김 왕은 이렇게 기록한 말씀을 고관들이 하나님 말씀을 왕 앞에서 낭독하자 선지자 말을 듣고 회개하기는커녕 화롯불에 두루마리 책을 던져서 다 소각시켜 버리는 끔찍한 악행을 저지른다. 이때는 이미 성전예배가 없어진 하나님을 떠난 최악의 시대이다. 하지만 바룩은 다른 두루마리에 다시 말씀을 기록했다고 성경은 기록한다(렘36:32) 이와같이 구전이 아닌 문서로 기록된 기록물로 남아 있어야 할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기록물이 있기에 우리는 유다의 어떤 왕들이 선정을 베풀었는지 악행을 저질렀는지의 왕조 실록과, 조선의 왕들이 어떠했는지 그들의 왕조 실록을 오늘날 알 수가 있다.

이제부터라도 나에게만 좋은 게 아닌 학교 공교육에 다시 권장했으면 하는 꼭 한 가지 바람이 있다. 그것은 일기 쓰기를 초중고 어느 때부터라도 인권이니 강요니 그런 정치 이념화된 말 하지 말고 적극 권장해서 글쓰기도 늘고 어려서부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통제할 줄 아는 성찰, 통찰, 관찰하게 하는 교육현장이 되었으면 한다. 동시에 삶을 풍요롭게 하고 의미있는 인생을 살 수 있는 지혜를 위해 누구든지 손쉽게 할 수 있는 한 가지, 수첩이든 노트든 평소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메모하는 습관 가져 봄이 어떨까 해서 제안을 드려본다.

[사진2] 88년 6월, 89년 3월 일기장 일부
[사진2] 88년 6월, 89년 3월 일기장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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