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같은 교회 성도들끼리
하필이면 같은 교회 성도들끼리
  • 신상균
  • 승인 2022.06.09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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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러더니 심각하게 말합니다.
“장로님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오른쪽 길에서 나오는 차 보고 급브레이크 잡았는데 넘어지면서 다치셨대요. 그런데 많이 다치셨나봐요. 119가 와서 모시고 갔대요.”
’아이구, 오토바이 사고라구‘
오토바이 사고가 나면 워낙 안좋은 경우가 많아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더 기가 막힌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장로님 하고 사고가 난 차가 우리교회 집사님 차래요.”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같은교회 교인들끼리 사고라니... 게다가 두 분은 서로 잘 모르는 사이였습니다. 원래 집사님 내외는 약 10여년 전 우리교회 다니시다가 다른 곳으로 이사하셨고, 장로님은 그 후에 서울에서 은퇴하여 우리교회에 다니셨습니다. 그러다가 집사님 내외가 다시 우리동네로 이사하여 재등록을 하셨기에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두분이 서로 알았다면 서로 원만하게 이해하고 사고처리를 할 수 있지만 두분이 서로 모르기에 자칫 잘못하면 서로간에 오해가 생길수도 있는 문제였습니다. 게다가 비접촉 오토바이 사고는 누가 잘못했는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에 서로간에 과실을 따지다 충돌할 수도 있는 상태였습니다.

잠시후  장로님을 모시고 간 속장님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상대방이 사고접수 했는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다소 목소리가 격양되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사고가 난 차량의 운전자였던 집사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집사님은 처음 겪은 사고에 너무 놀라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사고 접수를 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걱정이 되었습니다. 만약 과실을 따졌을 때 차에 과실이 없고 오토바이에 과실이 있다고 인정되면 모든 치료비를 장로님이 부담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연세도 많으시고 치료비도 상당한 금액이 나올 것 같아 걱정이 되었습니다. 더 걱정이 되는 것은 나중에 과실비율을 따지면서 서로 감정이 안 좋아지면 같은 교인들끼리 서로 얼굴을 볼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예전에 들었던 예화가 생각이 났습니다. 예화의 내용은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교회 앞에서 두 사람이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처음에는 말로 점쟎게 해결하려고 헀지만 잘잘못을 따지다 보니 감정이 격해졌습니다. 두 사람은 멱살을 잡고 싸우게 되었고, 결국 경찰서에 잡혀가고 말았습니다. 마침 교회 앞에서 사고가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목사님이 경찰서에 들어오셨습니다. 그러자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말합니다. ”목사님!“ 그러자 목사님이 오른쪽에 있는 분을 보고 말합니다. ”아니 장로님 어떻게 된 일이세요.“ 그때 왼쪽에 있는 사람이 말합니다. ”목사님!“ 그러자 목사님이 왼쪽에 있는 분을 보고 말합니다. ”아니 집사님!“

알고보니 두 분은 같은 교회 교인이었던 것입니다. 교인이라도 몰라보면 감정이 격해집니다. 교인이라도 서로간에 이해관계가 얽히면 화가 납니다. 교인이라도 속상하면 서로 나쁜 말을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다음날 새벽, 장로님의 아내 권사님도 오셨고, 집사님 내외도 오셨습니다. 두 가족다 열심히 새벽예배를 드리는데 이런 사고가 나니 참 민망했습니다. 새벽예배를 드리고 난 후 오후에 집사님으로부터 아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집사님과 권사님이 서로 만나 서로 이야기가 잘 되었다고, 집사님은 본인이 다 잘못한 것이니 치료비는 걱정하지 마시라고.... 두분은 서로 부둥켜 안고 이해하며 서로를 위로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휴~하는 소리가 나고 말았습니다.

목회를 하다보면 참 곤란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순간들, 그래서 목사는 기도합니다. 잘 해결되게 해 달라고! 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기도가 달라졌습니다. 장로님을 속히 치유해 달라고!

살다보면 사고도 날 수 있습니다. 서로 감정이 상할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교회 성도라면 서로 이해하고 감싸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우리교회는 이번에 그렇게 한 것 같습니다. 오직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권사님과 집사님이 참 좋은 분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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