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인 하나도 안 들어 간데요
우리교인 하나도 안 들어 간데요
  • 남광현
  • 승인 2022.06.0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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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 때 필자의 마을에서 벌어지는 자연산 광어, 도미축제 시기가 되면 동네 강아지들도 자연산 광어, 도미 물고 다닌다고 소개드렸었다. 이 시기 만큼은 쉽게 구하기 힘든 자연산 광어와 도미가 흔해진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올 해는 봄 어장이 시작되기 전에 마을의 많은 어부들이 흉어기가 될 것을 예상했다. 이유는 올 해 추위가 유난히 길어졌기 때문에 바다 수온이 2℃ 이상 낮아졌다는 것이다. 어부들의 판단의 기초는 수온이었다. 봄 어장 시기가 되면 교회에 나오시는 비교적 젊은 집사님이 계신다. 부천지역에서 신앙생활을 하시는 분인데 선원의 경험을 가지고 있어 삼각망 어장시기에만 와서 배를 탄다.

“집사님 올 해도 내려 오셨군요. 잘 지내셨죠?”
“예, 목사님도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지내시죠?”
“저도 잘 지냈습니다. 올 해도 고생하셔야겠어요.
“예, 처음만 힘들지 또 괜찮아질 거예요”
“그나저나 올 해 어장이 어려울 것이라고들 말씀하시던데…….”
“그러게요 여기는 도시하고 다르게 아직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요”

어선을 타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집사님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보편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올 해 봄 어장은 아닌가 보다. 경험이 전부는 아니라는 말인지 최근까지의 마을 어선들의 어획량을 보면 노련한 어부들의 예상이 빗나간 것 같다. 들리는 정보에 의하면 예년보다 더 많은 어획고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올 해는 3년 만에 코로나19로 멈췄던 자연산 광어, 도미축제가 재계되었다. 매년 축제가 시작될 때면 교우들도 바빠지기 일쑤이기에 시작 2주일 전부터 예배 참여 인원이 줄기 시작한다.

마을 분들이 삼삼오오 정해진 가정 수대로 한 팀을 이루어 준비하기 때문이다. 축제를 재계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름 적극적 심방(어촌의 특수한 상황에 따라 주일 예배가 어려울 때 현장에 찾아가 함께 기도해 왔었다.)에 대해 각오를 다지고 있었는데 한 권사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올 해 우리 교우들 중에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순간 예배가 어려워지는 일은 없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짐을 느끼게 되었다. 왜냐하면 교우들의 나이와 건강이 축제에 참여하기 어려운 나이와 상태가 되었나하는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사실 15년 전만해도 축제를 준비하게 되면 교우들 모두가 소풍 준비하는 어린아이처럼 들떠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고 때론, 목사의 마음속에 교회 생활을 저렇게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심각하게 고민해 본 일들이 있었다. 주일 예배 후 여선교회 회장님이 찾아왔다.

“목사님 올 해는 염려하지 않으셔도 되겠어요."
“예?”
“광어축제에 우리 교인들은 한명도 안 들어가요”
“권사님도 못 들어가세요?”
“예, 어깨 아파서 일 못해요. 저도 저지만 이제 다른 분들도 나이들 들어서 어려워요”
“어쩌나요, 불같이 일하시던 분들이셨는데…….”

보편적 현상인 시골교회의 고령화가 우리교회도 현실이 되었다. 필자의 표정을 읽은 권사님이 목사를 위로하기 위해 다시 말을 꺼냈다.
“목사님, 이번 축제는 코로나 때문에 3팀만 참여해요 마을 사람들도 많이 없어요.”

코로나19로 흥행이 어찌될지 몰라 많이 축소해서 진행되는 모양이었다. 어찌되었든 목사의 마음을 살피고 위로해주시는 권사님의 말씀이 감사했다. 그리고 그 후 교우들을 만나 뵐 때마다 하시는 말씀들이 짠 것처럼 같았다.
“축제에 들어가면 예배 보고 싶어도 못 본다고 걱정하시는 목사님 마음을 하나님이 알고 목사님 기도를 들어 주셨나 봐요, 우리교인 하나도 안 들어 간데요”

어촌의 작은 교회에서 자신의 예배 자리를 비우는 것이 목사에게 어떤 의미인지 먼저 생각해 주는 허리 굽고 손가락이 휘고 어깨 힘줄이 상한 교우들의 사랑을 다시 한 번 깊이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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