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도 언젠가 다시 나올 겨
거기도 언젠가 다시 나올 겨
  • 남광현
  • 승인 2022.07.02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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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순이 되면 봄 어장을 거두기 위한 일정이 시작된다. 2월 중순부터 시작된 봄 어장은 일반적으로 7월 하순 이전이면 끝을 보게 된다. 어장을 운영하며 상설 횟집까지 병행하는 사업장을 제외하고는 매년 거의 같은 일정으로 진행되기에 마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변화이다. 매년 그러하듯이 올해도 어장을 빼는(필자주: 바다에 넣어 두었던 어망을 거두는 일) 시기에 맞추어 마을 사람들의 민원이 교회까지 들려진다.

“목사님, 저 장군이 할아버지예요”
“예, 어르신, 무슨 일 있으세요?”
“그나저나 이번에는 교회에서 한마디 좀 하셔야 것어요”
“예, 어떤 일이신데요?”
“혹시, 교회는 어장 냄새 안 나시나요? 아유, 우리 집은 난리요 난리 도저히 못살겠다니까요 생선 썩은 냄새 때문에 문도 못 열어요, 우리 집이 이러면 교회도 만만치 않을 텐데요”
“예, 어르신 사실 교회도 냄새 때문에 걱정인데요, 냄새도 냄새인데 파리 때문에 더 큰 일입니다. 교회 문을 닫아 놓을 수도 없고 열어 놓지도 못하는 형편이네요”
“목사님, 이번에는 목사님께서 토지주에게 분명하게 말해서 그 돈 몇 푼 때문에 주변에 피해 줘서는 안된다고 해 주세요”
“예, 어르신 통화해 보겠습니다.

이맘때 마을 안에서 큰 다툼이 있다면 두 부류에 속하는 것이 일반이다. 첫째는 어장에 관련된 일이고 둘째는 정산에 관한 일이다. 어장에 관련된 일 중에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의 대부분은 악취로 인한 문제이다. 봄 어장을 끝내는 시점이 되면 거의 모든 선장과 뱃동사들은 초죽음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바다에 넣어 놓았던 어망을 회수하게 되니 걷어 올린 그물을 정비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냥 쌓아두게 된다. 문제는 거두는 어망에 잡혀있던 생선들이다. 무더운 날씨에 생선이 말려지는 것이 아니라 썩게 되는 것이다. 생각해 보시라, 조그마한 마을 빈터마다 쌓아놓은 어망에서 생선들이 썩고 있다면 과연 어떠할는지? 아무리 평생을 어촌에서 지내신 분들조차도 못마땅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다툼으로 나타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여겨진다. 둘째 큰 싸움은 일에 대한 품삯에 관한 문제이다. 젊은 선장들은 이 문제에서만큼은 자유로워 보인다. 왜냐하면, 거래 내역을 꼼꼼히 적고 뱃동사들에게 직접 확인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선장들은 여전히 주먹구구식 계산법을 사용하는듯하다. 예를 들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얼마를 주고 중간, 중간 필요하다면 그때마다 얼마씩 내주고 마지막에 그 금액을 정산하려다보니 내준 선장이나 가져다 쓴 동사들이나 기록이나 기억이 정확치 못해 결국 큰 다툼이 일어나는 것이다.

교회에서도 이미 알려져 있는 다툼이 일어나는 것이 이때이다. 어장 준비를 하면서 빌려다 쓴 돈을 갚아야 하는데 여건이 항상 가능한 것만은 아니라서, 반드시 줘야 한다, 어장 실패로 없어서 못 준다, 보이지 않는 실랑이가 일어나고 결국 필요 없는 소문이 교회 안에까지 들어와 말거리가 된다. 바닷가 교회 공동체가 수십 년간 풀지 못하는 어려운 문제 중 하나이다. 해결책은 현실적으로 없다. 그래서 이런 이유로 교회를 떠난 분들이 여럿이다. 마을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과거 교회에 적을 두고 있었던 분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그분들을 다시금 교회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필자의 작은 경험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만큼 한이 맺혀있는 듯하다. 몇 주 전 필자가 섬기는 교회를 너무 잘 아시는 지역의 원로 목사님을 모시고 예배를 드렸는데 예배 중 보이지 않는 남자 집사님 한분의 성함을 부르시며 찾으셨다. 워낙 교회 일꾼이라고 알려진 분이기에 다른 생각 않으시고 찾으신 것이다. 참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 집사님이 교회에 출석하지 않은지 수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교우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예배 후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남선교회 회원들이 원로 목사님께 전하는 말들 속에서 교우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목사님, 000집사는 교회에 다시 나올 겁니다유”
“그러게 나는 안보이시기에 생각이 나서 반갑게 물었는데…….”
“목사님, 그럴 일이 좀 있었어유 그런디 곧 나올거유”
“그럼, 목사님 거기도 언젠가 다시 나올거구만유”

목사만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교우들도 목사만큼이나 간절함으로 기다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짧은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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