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아펜젤러의 남부순행 일기를 번역 연재하며
1화, 아펜젤러의 남부순행 일기를 번역 연재하며
  • 리진만
  • 승인 2021.03.14 1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펜젤러 선교사의 남부순행 일기는 존스와 아펜젤러 선교사가 1889년 8월 16일 서울에서 출발해 8월 31일 부산에 도착하기까지 16일간의 선교 정탐 여행기이다.(여행 출발지 서울에 되돌아온 9월 7일을 기준 하자면 23일간의 여행이었다.)

1889년 당시 미국 공사이던 딘스모어( Mr. Hugh Dinsmore)는 외부(外部)로부터 여행허가증인 호조(護照) 발급을 도와주는 대신 여행 중 설교와 선교 활동은 하지 말고 단지 1달간 전국 어디나 여행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요즘은 8월의 더위가 예전보다 더하지만, 존스와 아펜젤러가 남부정탐을 하던 기간 8월 16일~ 8월 31일 역시 한국의 불볕더위 기간이었다. 존스의 일기에 따르면 순행을 위해 그들 거주 구역의 중국인 집사 유 스트워드(Major Domo Eu Steward)에게 6달러를 주고 이동 침대와 모기장을 준비해 떠났다.

2020년 10월, 필자는 〈선교신문〉과 〈기독일보〉에 존스와 아펜젤러 선교사가 동행해서 처음으로 중부 내륙을 거쳐 부산까지 여행한 존스의 일기를 번역해 연재한 바 있다. 존스 선교사가 여행을 마친 2년 후 1891년 정리한 순행일기를 거의 40년 가까운 1928년 KMF 11월호와 1929년 1월호에 노블(William Arthur Noble, 魯普乙) 선교사가 “A Journey Through Southern Korea in 1889”라는 제목으로 발췌 편집해서 실은 것이다.

아펜젤러가 1902년 순직할 때까지 국내 선교여행을 한 것은 모두 6차례였다.

1차 여행: 1887년 4월 13일-5월 12일, 헌트(J. H. Hunt)와 송도를 거쳐 평양까지
2차 여행: 1888년 봄, 언더우드와 함께 소래를 거쳐 북부지방(여행 중 반기독교 칙령 으로 소환)
3차 여행: 1888년 10월~11월, 송도~소래~평양~의주~평양~해주~서울로 여행
4차 여행: 1889년 2월, 올링거와 함께 공주까지
5차 여행: 1889년 8월 16일~9월 7일, 존스(Jones)와 지평~양평~원주~충주~단양~상주~진두~선산~대구~밀양~청도~남천~부산
6차 여행: 1898년 3월 9일~26일까지 평양 방문, 1896년 파송된 노블 선교사의 환영 을 받고, 3월 20일 주일날 한국인에게 3번, 외국인에게 1번 설교를 함.

그러나 존스 선교사와 함께 여행한 5차 정탐여행 아펜젤러 일기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2021년 2월까지 전문이 번역되어 공개되지 않고 있었다. 필자는 아펜젤러 남부순행 일기 복사본을 지난해 기독교대한감리회 역사정보자료실에서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130여 년 전 펜글씨로 쓴 일기의 복사본 상태는 판독(判讀)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더구나 외국인이 여행하며 기록한 필기체 손 글씨를 옮겨 적는다는 것은 정말 난해한 일이었다. 그래서 미국에 있는 누이동생에게 도움을 청했고 마침 조카 베티(Betty Kim)가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니 한번 해보겠다는 답이 와 이 자료 영문 타자를 부탁하게 되었다.

남부순행기 복사본을 거의 다 타자했을 즈음에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아펜젤러 순행일기(Journal of H. G. Appenzeller from August 16, 1889)’ 영인본 파일 사용을 허락받게 되었다. 이 자료를 통해 더욱 선명한 아펜젤러의 손 글씨를 보게 되어 미판독 단어를 채울 수 있어 미완 번역을 수정하는 작업을 한 것이다.

아펜젤러 순행일기에는 당시 부산에서 날씨가 험해 배가 뜰 수 없던 몇 일간 출항을 기다리며 아펜젤러가 작성한 향후 ‘조선 선교 구상’과 1889년도 감리교선교회 연례회의에 보고할 보고서(초안) 연례회의를 주관하러 올 앤드류 감독(Bishop Andrews)에게 보내는 편지 등을 9월 3일 일기에서 볼 수 있다. 이는 기존에 전해오는 1889년도 연례회의 자료와 비교함으로써 선교사(宣敎史)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고 또한 기존 보고서에는 들어 있지 않은 부산 선교부지를 택하는 과정, 조선 선교 책임자인 앤드류 감독과의 개인적인 편지 등을 통해 볼 수 있는 선교 비전 등을 이해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이다.

또한, 강산이 13번이나 바뀐 그 시대의 옛 지명을 아펜젤러가 한글로 표기한 것을 보는 즐거움도 있고, 이 땅에 복음 씨앗을 뿌리러 정탐한 두 분의 선교 활동을 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라 생각한다.

여기에 아펜젤러가 순행일기에 쓴 옛 한글 단어들을 일기에 적힌 순서대로 소개해 본다. (원쥬, 대구, 지병, 경긔도, 량근, 강원도, 츙쥬, 경샹도, 문경ᄉᆞᄌᆞ, 문경, 병안도, 경샹도, 함참, 샹쥬, 션산, 진두, 지금 와소, 다 잘잇소, ᄅᆡ일 ᄯᅥ나오, 아부인, 쳥도, 남쳔, 미령, 낙동)

아펜젤러의 순행일기를 판독해 타자하는 작업을 해준 조카 베티(Betty Kim)와 그의 가족 (Chin Kim & David Kim)에게 감사한다. 또한, 이 자료를 필자가 번역한 후 꼼꼼히 번역 감수를 해주신 강원대학교 영문과 신성균 교수님께도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귀중한 자료를 기꺼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 주신 ‘감리회본부 역사자료정보실’과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에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부디 이 자료가 선교 초기 선교사를 연구하는 이들과 선교사역에 관심 있는 크리스천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역자로서 보람이라 생각한다.

1889년 부산에서 아펜젤러의 선교구상 일기 Ⓒ Journal of H. G. Appenzeller, 배재학당 박물관
1889년 부산에서 아펜젤러의 선교구상 일기 Ⓒ Journal of H. G. Appenzeller, 배재학당 박물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