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아펜젤러 남부순행일기 8월 20일 화요일
제5화 아펜젤러 남부순행일기 8월 20일 화요일
  • 리진만
  • 승인 2021.05.0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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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관리의 모습 Ⓒ 샤를바라의 『조선기행』
옛 관리의 모습 Ⓒ 샤를바라의 『조선기행』

금일 아침 우리는 관찰사와 목사께서 우리를 기꺼이 면담하겠다는 통보를 받고 강원감영 수부를 떠나기 전 두 분 고관들을 예방하기로 했다.

관찰사는 무뚝뚝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연배가 드신 분이고, 우리에게 대할 때나 말할 때 보면 고지식하고 막무가내처럼 보였다. 수부 전체는 이 감영에서 정한 원칙들로 움직인다. 접견실은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잘 정돈되어 있었다. 목사(牧使)는 55세~60세 정도로 보였는데 관찰사보다 인품이 더 나아 보였다. 우리가 관찰사를 예방했을 때 관찰사께서 우리가 타고 온 말(馬)을 보기를 원해 우리 말을 보여드리고 가져왔다.

나의 강원도 수부(도청)에 대한 인상은 실망스러웠다. 강원도 감영이 소재한 곳은 주로 쌀농사를 짓고 있다. 동쪽으로는 높은 산이 있고 서편에는 낮은 구릉이 있고 북쪽과 남쪽에는 논이다. 원주 도성은 성벽이 없었고, 타일로 된 집도, 뭔가 살만한 물건도, 팔릴만한 것도 없었다. 나는 외국 물품 몇 개가 소개된 것을 봤다.

여기에 크리스천들이 있다면 우리는 이곳에 진출할 것이지만, 그러나 이곳은 선교 중심이 아니고, 앞으로도 선교사역의 중심지는 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조선을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조선 사람들은 뱀을 숭배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제 길을 지나며 본 2개의 기둥에는 뱀 모양이 조각되어 있었다. 원주 인근에서 우리는 2개의 작은 불탑을 보았다.

오늘 아침 말을 타고 지난 길은 아름다웠고, 자연 그대로였으며, 기복이 심했지만, 야생의 매력이 있었다. 삼림이 울창한 그 풍광을 보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사람들로부터 우리가 이곳 원주를 방문한 첫 번째 서양 사람이라고 들었다.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증명할 방법이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이 은둔의 고장을 첫 번째로 방문한 개신교 선교사임은 틀림없다. 사람들이 보이는 굉장한 호기심을 나타낸 것과 같이 여기서 나타낸 그 모습은 내가 황해도 안악을 처음 방문했을 때도 보지 못한 반응이었다. 여행하느라 무더웠지만 여기 산속의 공기는 상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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