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분위기도 메이크업
교회 분위기도 메이크업
  • 민돈원
  • 승인 2019.01.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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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현재 목회하고 있는 교회 부임하고서 몇 날이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 밖에서 예배당 안으로 들어오려면 강화문을 열고 들어온 다음 다시 좌우로 여는 옛날 고동색 샤시(sash)문 이 두 곳을 통과해서 들어오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하루는 그 문을 열다 그만 손가락이 그 문 속에 끼어 피멍이 들고 말았다. 아픈 것은 말할 나위도 없고 시쳇말로 부임 신고식을 톡톡히 치렀다고나 해야 할까?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스쳐갔다. ‘지금까지 이곳을 수없이 출입하는 교인들 가운데 나와 같은 상처를 당한 분들이 없었을 리가 없을거야!’라는 생각에 곧바로 문 교체 작업을 구상하였다. 바로 애간장을 먹인 샤시문을 자동문으로 교체하는 공사를 전문업체에 맡기면서 연로하신 분들에게 또 다른 안전사고가 따를 문턱까지 없앴다. 조금만 투자하면 이렇게 안전하고 좋은 문이 있는데도 수 십 년을 그렇게 사용해 온 것이다.

그러면서 교회 곳곳을 둘러보니 이런 저런 일거리가 수없이 눈에 들어왔다. 당시 112년이 된 교회를 가평이나 청평에 사는 사람을 만나다 보니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대로변에 지주간판(7m)을 세우는 공사를 하였다. 교회에서 6km 떨어진 청평읍내에 1개소, 경춘대로 변에서 교회로 향하는 상천역 입구에 1개소, 그리고 역시 또 다른 호명호수로 향하는 대로변에 1개소를 산뜻하게 제작하여 교회를 찾는 분들에게 오가면서 쉽게 눈에 띄도록 설치했다.

십자가종탑도 업자의 손이 가야 할 일이 있었다. 낡은 글씨를 제거하고 양면에 LED간판으로 불빛이 들어오도록 했다. 이 공사비 전액을 우리교회 출신으로 모 교회이자 어머니가 다니는 우리교회 당시 선거일에 들렀다가 예배당 안에 제시해 놓은 교회 성구나 기타 제 공사비 필요한 목록을 보고 하나님이 주신 감동으로 지원한 분도 계셨다.

그러나 부임 초부터 한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던 짓눌림은 화장실문제였다. 당시 사택 앞에 있던 일명 푸세식 화장실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형편없었다. 어린이는 물론 자매들은 그 때 그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고 교인 집이나 자기 집 화장실을 이용할 정도로 웃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공사방법을 놓고 수개월 고민하다 그 이듬해 적지 않은 공사비로 최신식 음악화장실이 신축되었다. 어쩌면 이 교회 와서 최고의 보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아울러 영아나 유아를 위한 자모들을 배려하기 위해 유아실도 뒤편에 새롭게 공사를 하였다. 앰프를 비롯한 음향시설 일체도 교체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리가 제대로 전달이 안 되고 울려 거북스러웠다. 그 이유는 예배당 내부가 석고보드 벽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커튼이 아니고 창의 차단막은 브라인드였다. 이에 흡음재 공사를 좌우 앞뒷면을 하고 났더니 거의 소리가 잡혔다.

어두컴컴하고 칙칙하던 옛날 강대상도 모두 크리스탈 성구로 교체되어 밝아졌다. 소음이 많고 자리를 차지하던 스탠드형 에어컨과 기름 온풍기를 처분하고 천장형 냉, 난방기로 깔끔하게 전면 교체하였다.

2017년에는 교회 113년 역사상 처음으로 담임자 전용 승용차를 교인들의 헌금으로 구입하는 뿌듯한 일도 일어났다.

그런가하면 예배당 밖에도 흐뭇한 공사는 이어졌다. 어린이들이 선호하는 놀이시설 트램플린을 설치하여 교회학교 어린이들이 생기발랄하게 뛰어 놀 수 있는 놀거리를 제공하였다. 교회 예배당 앞 얼굴과 같은 상천교회라는 단정치 못한 낡은 간판역시 다 철거하고 새로이 제작하여 산뜻하게 바꾸었다.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곳곳에 15개 정도 되는 역시 옛날 오래된 샤시 유리창을 모두 이중창 하이샤시로 교체 또는 방음보강 공사를 역시 단행하였다. 프로젝트도 최신기종으로 바꾸고 고급 드럼도 새로 구입하여 중창단을 부활시켰다.

그리고 금년 들어서자마자 새로운 교체가 또 이루어졌다. 바로 지금까지 오랫동안 쓰던 장의자를 세련되게 제작된 개인목재의자로 모두 교체하는 공사였다. 장의자가 등받이 쿠션이 없어서 연로한 분들이 허리가 아프다는 말도 있었고 전체 분위기가 장의자 상태로나 색상으로 볼 때 어둡기에 변화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 끝에 기획위원들과 협의하여 지난주일 교체하기에 이르렀다. 교체하고 나자 예상외로 교회 전체 분위기는 훨씬 밝아졌다고 이구동성으로 좋은 반응이었다. 감사한 것은 밖으로 들어 낸 장의자도 재활용하는 교회가 있어서 쉽게 처분되었다.

이런 수많은 크고 작은 공사를 하거나 구입하고도 또 감사한 것은 아마 전체 총공사비로 따지면 꽤 상당한 액수일 것 같은데 조금씩 조금씩 해 온 결과 대출도 없고 헌금을 강조한 적도 없다. 도리어 예산이 부족하지 않고 남았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그때그때 필요를 채워주시고 여호와이레 준비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였을 뿐이다. 이 일이 있기까지 성도들의 협력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남모르게 내 속에 흐르는 눈물이 많았다. 지난여름 흡음재 공사를 저녁늦게 다음날까지 홀로 하면서 1-2시간 잠시 눈을 붙였다 내 몸이 녹초가 될 만큼 가누기 힘든 순간에도 다시 일어나 내색하지 않고 새벽을 인도해야만 하는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어느 주일 낮 설교 후 잠시 의자에 앉아 있노라면 어지러워 쓰러질 것만 같은 때가 역시 한 두 번이 아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미련하리만치 깡으로 버틴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사는 교회가 점점 좋아지는 모습에 주님의 일을 하는 기쁨과 감격과 보람을 찾아 살아가는 것 같다.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시간이었으나 많은 변화와 시도가 있었던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위에 언급한 숱한 변화를 줄 수 있었던 것은 ‘아픔이 있어야 변화가 온다.’ 라는 진리를 스스로 깨달았다. 이처럼 교회를 관심있게 보면 늘 새로운 것이 보인다는 사실이다.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이 있다. 이와 비슷하게 교회는 분위기 연출이다. 좋은 분위기 메이크업이 필요하다. 그 중의 하나가 이런 시설분위기도 소홀하면 안 된다. 따라서 목회자가 추구하는 방향과 코드를 읽고 함께하는 임원들이 있는 교회만 되면 나는 대한민국의 모든 교회는 도시든 농촌이든, 규모가 크든 작든, 위치가 좋든 좋지 않든 반드시 잘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임원들에게 이런 말을 강조하곤 한다.

‘일꾼은 일이 보여야 일꾼이다. 그런데 애정을 가지고 관심하면 일이 보인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보여지는 일을 처리할 줄 아는 책임 있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이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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