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재능 발견
뜻밖의 재능 발견
  • 윤미애
  • 승인 2018.07.11 08: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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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두근...’ 심장은 한참 전부터 콩닥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현장을 피해 도망을 갈까 망설입니다. 그냥 있자니 하기 싫은 일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자리를 피하자니 미안함이 너무 큽니다. 고민에 고민이 이어집니다. 결국, 의도하지 않았던 골키퍼용 장갑을 끼고 골대 앞에 우두커니 섭니다.
막상 서니 두려움 대신 약간의 떨림이 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리고는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상대방 1번 선수가 공을 찹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내가 뻗은 오른손에 공이 와서 착 붙었다 떨어집니다. 와아아~ 소리를 지릅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조현우라도 된 것처럼 방방 뛰며 기뻐합니다. 기쁨 뒤 약간의 뻐근함이 손에 느껴집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처음 해 본 키퍼라는 역할, 그런데 첫 공을 막아내다니 그게 어딥니까?

무슨 일이냐고요? 얼마 전, 동문체육대회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운동과는 별로 친하지 않은 저에게 동문체육대회는 그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선후배들을 만나는 시간일 뿐이지요.
사건은 여자 페널티킥 경기를 앞두고 시작되었어요. 골키퍼를 하던 후배 사모님이 참석하지 않았거든요. 경기를 한참 앞두고 제 머리는 이미 복잡해지기 시작했지요. ‘골키퍼를 할 사람이 없네. 젊은 사모님들은 임신을 했고, 내가 가장 젊은데... 도망갈까? 그냥 해버려?’
긴 망설임 끝에, 져도 괜찮다고 다독이는 사모님들에 밀려 제가 골키퍼를 하게 된 거지요. 사실, 저는 공을 무서워하는 사람입니다. 피구를 하면서도 공을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달려본 적이 없습니다. 오로지 공을 피하기 위해 달렸지요. 그러니 나를 향해 날아오는 공을 잡는 골키퍼를 한다는 것이 상상이나 되겠습니까?
그런데, 떠밀려 선 골대 앞, 사모님들 공은 빠르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선 그 자리에서 첫 공을 막아낸 겁니다. 게다가 저의 첫 공격이 성공하는 이변까지 생기니 마음이 살짝 들뜨기도 했습니다. 방어에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며 경기를 마친 후, 뜻밖의 재능 발견이라며 한참을 웃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에서 ‘우리에게 주신 은혜대로 받은 은사가 각각 다르니’(롬 12장 6절) 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은사 혹은 달란트가 무엇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은사는 어떻게 발견할까요?
해보는 것에 그 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인생의 경험으로 우린 알지요. 어떤 것은 잘할 것 같은데 막상 해보니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지요. 자신 없이 시작한 일을 훌륭하게 해내기도 합니다.
재능, 은사 혹은 달란트는 두려움을 걷어내고 아니 두려움을 느낀다 하더라도 일단 해볼 때 발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HUE-STORY라는 제목으로 여러분을 만나가게 됩니다. 신문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는 것, 처음 해보는 일이어서 머뭇거림이 많지요. 이런 글을 쓰는 것이 뜻밖의 재능을 발견하는 기회가 될지 아닐지 저도 궁금합니다.

결국 경기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드디어 마지막 공격, 제가 공격수입니다. 이번 공이 들어가면 동점이 됩니다. 떨리는 맘으로 슛~, 아~~~. 공은 골대를 넘어 허공으로 날아가 버립니다.
예, 저희 팀이 1점차로 아깝게 지고 말았습니다. 졌지만, 그래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지만, 마음은 상쾌합니다. 뜻밖의 재능을 발견한 날이니까요. 머뭇거리는 것이 혹시 있다면 시도해 보세요. 뜻밖의 재능을, 뜻밖의 은사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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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정 2019-03-20 17:45:13
참, 힘이 되는 말씀입니다. 5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선뜻 무슨 일을 할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해보지 않으면 은사가 있는지 모른다는 내용을 보고 힘을 내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