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진통제
마약 진통제
  • 김재용
  • 승인 2018.05.03 12: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6년 봄부터 교회에서 암환우를 위한 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개소한 지 몇 달 뒤에 중학생 1학년 남학생이 할머니 손에 이끌려 거주를 시작했다. 활력소 쉼터에 생활하면서 방송 매체를 통해 몇 번 소개 된 익산에서 올라와 병원치료를 하는 “한준교”학생이다. 당시 준교는 ‘횡문근육종’이라는 암과 투병을 시작했다. 서울삼성의료원과 가까운 고시원에서 고비용 지불하면서 작은 방을 외할머니와 함께 사용해야만 했고, 매일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다시 숙소에 머물며 진통을 견뎌야만 했다. 어느 날 병원에서 다른 환우의 소개로 우리 활력소 쉼터를 소개 받고 이사를 하고 생활하는 동안 준교는 얼굴 안면 근육 안에 있는 5cm 이상 되는 암을 제거하는 수술도 받았고, 항암치료와 각종 신약을 통해 치료를 진행해야만 했다.
어머니 아버지는 이혼을 하고 기초수급자인 외할머니 집에서 생활하던 준교에게 병원비는 생각도 할 수 없는 금액이며,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날 동안은 병실을 이용할 수 있으나 그나마 몸의 기력이 생기면 병실을 비워야 했기 때문에 익산에서 올라와서 아는 사람 없는 서울에서 생활하는 것은 상상 할 수 없는 비극이었다. 다행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고 우리 교회를 통해서도 미약하지만 도움의 손길이 이어져서 현재까지 생활하고 있다.

다시 암의 활동이 활발해져서 엊그제 입을 열고 안을 보니, 다시 커진 암 세포가 왼쪽 얼굴 안의 치아 뒤쪽으로 엄지손가락 만하게 올라와서 보였다. 입을 다물고 밥도 제대로 먹을 수도 없고, 목덜미 뒤쪽으로 신경을 타고 찌릿 거리는 통증이 밀려올 때면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준교는 찡그리다 목사 앞에서 웃는다. 목사도 할 수 없이 따라 웃는다.
얼마나 아플까?
그래서 준교는 매일 마약성분이 있는 약을 먹어야 그나마 고통을 참는다. 이제 중3의 나이가 된 준교에게 나는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준교야, 이기자!” 마약성분의 약을 먹고라도 이겨보자. 지금까지 기적으로 살아왔는데, 조금 더 힘을 내보자고 격려하고 방에서 나는 나온다.
생명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인권 또한 그렇다. 이 문제를 위해 함께 성도들과 기도하면 특별히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전심으로 기도해 주신다. 첫째는 어린 손주 같은 준교가 안타깝고 둘째는 준교 앞에 놓여있는 죽음이라는 문제가 바로 자신들이 매일 눈을 뜨기 전에 경험하는 삶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죽음을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죽음을 맞이하면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정리를 해 봐야 하지 않을까? 나이가 들어 노년의 삶이 되어서만 아니라, 한 주 아니면 한 달이라도 달력을 펴 놓고 자서전을 쓰기위한 메모를 작성하기 시작한다면, 의미 있는 한 주와 한 달을 보낼 수 있을 않을까 생각해 본다.
놀라운 것은 준교는 이렇게 생사의 길에 있지만 이해 못하겠다고 하나님의 계획에 불만도 표시하지만 매일 이사야 43장을 읽으면서 서울 올라와서 알게 된 우리교회와 나와 함께 기도하는 것으로 주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은빛 지혜자는 우리가 갖고 있는 시간을 지혜롭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재(present)의 하루를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present)로 소중히 이용하기를 소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