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자주 바꾸지 마요
비밀번호를 자주 바꾸지 마요
  • 김재용
  • 승인 2018.04.1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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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이제 팔십 세라 어떻게 좋고 흉한 것을 분간할 수 있사오며 음식의 맛을 알 수 있사오리이까 이 종이 어떻게 다시 노래하는 남자나 여인의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사오리이까 어찌하여 종이 내 주 왕께 아직도 누를 끼치리이까” (사무엘하 19:35)

다윗 왕과 바르실래 간에 나눈 대화 중 일부분이다. 80세의 노종이 된 바르실래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정확한 자기 이해를 하고 있었고, 다윗이 괴로울 때 함께 했던 부자이다. 그런 그도 나이가 들어 팔십이라는 나이가 되었다. 이런 나이든 사람들의 모습은 음식의 맛을 모르고, 시력이 떨어져서, 판단력도 흐려진 특징을 잘 묘사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은 왕의 요구인 예루살렘 성으로 올라가는 것을 고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다.

바르실래는 은빛 지혜자의 정확하고 예리한 판단과 힘 있는 결단이 함께하는 다윗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지원하고 있었다. “좋고 흉한 것을 분간할 수 없다.”는 표현을 젊잖게 했다. 은빛 지혜자들에게 분별력의 변화도 새겨 보아야 한다.

예배 때 마다 항상 일찍 오셔서 준비하는 권사님 부부가 있다. 하루는 교회에 도착 하자마자 급하게 화장실 비밀 번호를 알려달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관리 사무소에서 바꾸고 갔는데 나조차도 암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번호를 받아서 알려 드리고 프린트해서 성도들에게 알려지도록 해 놓았다. 그런데 문제는 새로 바뀐 번호를 다시 암기해야 함으로 분별력, 판단력, 정보 습득력에 변화가 있는 노인 세대들은 이렇게 번호가 바뀌면 상당히 힘들어 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나이 든 노인세대는 보수적이라는 표현으로 가둬두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보수적이라 보이게 되는 배경은, 노인이 되면 기억력 감퇴, 피부 노화와 더불어 미각의 변화도 오고, 운전하는 능력도 변화하게 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상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고 벅차기 때문이다.

“잘 익은 술이나 장(醬)은 시간이 빚어낸 작품입니다.”라는 글귀와 같이, 은빛으로 변화하면서 얻게 되는 지식은 나이가 들면서 시들어 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더 성숙해지고 자유로워지는 사람도 있다. 과일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신비롭다. 외형적으로 커지는 단계가 있는가 하면 외부는 커지지 않고 조용히 있는 것 같으나 과일의 과즙의 당도다 증가하는 단계도 있다.

노인 목회를 하면 일정 시점이 지나서 ‘올라간 것은 반드시 내려온다는 말과 같이’ 젊음을 계속 유지할 수 없지만, 쇠퇴하는 육체 속에서 익어가는 사람으로 성숙된 삶으로의 전환은 가능하기 때문에 민첩성이 떨어지고, 이해력이 부족하다 할지라도 은빛 지혜자로 무르익어 가는 과정에 있음을 깨닫고 노인을 존중하는 목회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따라서, 비밀번호를 자주 바꾸는 것은 보안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노인을 위한 배려하기를 원한다면, 비밀번호를 자주 바꾸지 말고 꼭 필요시에만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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