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받으면 힘들어 집니다
은혜 받으면 힘들어 집니다
  • 이구영
  • 승인 2017.02.24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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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 받으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은혜 받았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은혜는 그렇게 받을 만한 것도 아님을 알게 됩니다.

성경에 보면 은혜 받은 사람들의 삶은 다 힘들었습니다.
보통 사람들보다 아주 많이 어렵고, 답답했습니다.

모태에서부터 은혜 충만했던 세례요한은 그 흔한 고기반찬 한번 제대로 못 먹고 살았습니다.
시원한 옷도, 따뜻한 옷도 입지 못하고 일 년 열두 달 약대 털옷 한 벌로 지내야 했습니다.
메뚜기와 석청이라는 서민들도 먹지 않는 생존형 음식을 먹고 살았습니다.
부귀영화나 안락한 집에 한번 살지 못하고 광야에서 목소리가 쉬도록 외치고, 물 근처를 떠나지 못하고 살다가 군인들에 잡혀서 교수형에 처해졌습니다.
세례 요한의 삶을 보면 그래 은혜 받아 무엇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은혜를 몇 곱절 더 받았습니다.
천사 가브리엘이 찾아와서 은혜를 받은 자라고 강조에 강조를 했습니다.
멋도 모르는 마리아는 그냥 주의 계집종이오니 내게 이루어지이다 고백하고 결단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은혜 받은 것 때문에, 아이를 임신하고 입덧을 하는 기간까지 친척 엘리사벳의 집에 숨어 있어야 했습니다. 무려 3개월 동안이나!
다른 여자들은 입덧한다고 행세하고 대우 받고 어여쁨 받을 때 그는 외로와야 했습니다.
입덧이 다 끝난 후에야 사랑하는 요셉이나 가족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를 낳을 때가 다가오자, 결혼 하지 전에 임신한 것이 밝혀질까 봐 베들레헴으로 길을 떠나게 됩니다. 아이를 낳은 후에도 축하해주는 친정 식구들이나 시집식구들 없이 또 애굽으로 피난의 길을 떠나, 그곳에서 젖을 물려야 했고,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답답한 신혼살림을 꾸려야 했습니다.
다시 돌아온 나사렛에서의 삶도 평탄치 않았고, 일찍 죽은 남편의 빈 공간을 메우느라 많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멋지게 성장한 아들 예수의 가출과 방랑을 바라보아야 했고, 엄마 보다 먼저 십자가에 달려 죽어가는 아들을 보는 큰 아픔의 날도 버텨야 했습니다.
은혜 받았기에 그는 아주 많이 힘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은혜로다! 은혜로다! 합니다. 은혜 받으라고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현실적으로 은혜 받으면 더 힘들어집니다. 불편합니다. 땀이 납니다.
교회에서도 주방에서 땀을 흘리는 사람들, 청소하느라고 수고하는 사람들, 차량봉사와 예배 봉사자들의 대부분은 다 은혜 받은 사람들입니다.
남들보다 더 많은 은혜를 받았기에 더 많이 힘들고, 벅차게 봉사합니다.

그러고 보면 은혜 받으면 편한 것이 아니라 불편해지는 것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단지 그 불편함이 기쁨이고 감사고 평강이기에, 더 큰 상급을 확신하기에 오늘도 그렇게 불편하지만 은혜를 사모하며 사는 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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