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기도를 통한 하나님의 임재 경험
예수기도를 통한 하나님의 임재 경험
  • 김수천
  • 승인 2017.01.1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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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탁월한 개신교 영성신학자인 리처드 포스터는 예수기도가 모든 기독교인들에게 주는 동방정교회의 영적 유산이라고 평가한다. 예수기도란 "예수여!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소서! (Jesus, Son of God, mercy upon me, a sinner!)"를 반복하는 기도이다. 이 기도는 두 가지의 신학적 의미가 있다. 첫째,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가르침을 문자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이 기도는 기도 시간은 물론 깨어 있는 모든 순간 모든 곳에서 할 수 있는 기도이다. 둘째, 이 기도는 기독교적 인간관을 잘 표현하는 건강한 기도이다. 인간은 죄인이며 하나님의 자비를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것이 기독교가 믿는 인간관이다.

구체적으로 예수기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예수기도를 통한 침묵기도는 한국교인들에게 무척 낯설기에 적용에 있어서 주의해야 하는데 필자가 실천하고 있는 방법을 조심스럽게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눈을 감고 편안한 자세를 취한다. 여기서 편안한 자세란 꼭 무릎을 꿇는 자세를 의미하지 않는다. 무릎을 꿇는 자세는 좋지만 발 저림이 생각의 집중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침묵 가운데 예수기도를 반복한다. 생각으로는 예수기도문의 단어 하나 하나를 생각하고 마음으로는 통회의 안타까움을 느낀다. 안타까움이란 침묵기도 시간조차 끊임없이 잡념에 휘둘리는 자신의 실존을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그것이 불쌍한 것이고 그래서 신적 자비가 필요로 하다는 고백을 반복하는 것이다.
셋째, 잡념이 진정되고 생각이 마음에 이르면 성령의 임재만을 갈망한다. 사실 잡념이 진정되고 생각이 마음에 이르는 이 무정념(무잡념)의 상태가 기도의 일차적인 목표이다.
넷째, 마음 안에서 하나님이 가까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그 가운데 머물면 된다. 그렇게 하나님과의 친밀감이 형성되면 하나님을 아빠 대하듯 친밀하게 느낄 수 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어린 아이가 아빠에게 하듯 하나님과 친밀한 어투로 대화할 수 있다.
다섯째, 사랑의 교제가 더 깊어지면 어느 순간 하나님의 은혜로 성령 안에서 내가 하나님의 마음과 하나가 된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여섯째, 하나님의 사랑을 충분히 느끼면 나도 마음과 목숨과 뜻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일곱째, 그러면 마음에서 관상적인 삶(contemplative life)의 태도가 형성된다. 관상적인 삶이란 나의 삶의 주위에서 지금도 일하시는 하나님의 활동성을 분별하고 거기에 동참하는 삶을 의미한다. 이것이 예수님의 삶의 방식이지 않은가?(요 5:17-20) 다른 말로, 사랑하기에 연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듯 하나님을 사랑하기에 하나님의 뜻을 명료하게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여덟째, 하나님을 사랑하기에 하나님의 뜻을 위해 기꺼이 순종하게 된다. 연인을 위해 기쁨으로 모든 것을 헌신하듯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게 되는 것이다. 끝으로, 모든 것이 확고하고 명료해진 상태에서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게 된다. 생각이 마음에 이르러 하나님의 사랑 가운데 충분히 머물고 나면 청결한 마음에서 명료한 사고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영성가들이 말한 것처럼 청결한 마음은 명료한 사고를 낳는다. 그래서 머리는 가볍고 맑아지며 삶의 우선순위들이 명료해지는 것이다. 그 상태로 다음 기도 시간까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일상의 삶을 지속하는 것이다.

그럼 예수기도를 실천하는 신자들이 누리는 복은 무엇일까? 마음에 실현된 하나님의 나라 가운데 사는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롬 14:17)! 이 약속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 안에 넘치는 하나님의 생명 때문에 어떤 결핍도 문제가 되지 않게 된다. 삶의 결핍들이 있으나 문제가 되지 않기에 다른 사람의 결핍들에 관심을 갖게 된다. 나아가 그들의 아픔을 향해 나를 개방하고 헌신하게 된다. 이것이 이 땅에서의 지복(至福)의 삶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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