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영성에 대한 바른 정의일까?
무엇이 영성에 대한 바른 정의일까?
  • 김수천
  • 승인 2017.01.0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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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새로운 연재를 맡은 협성대학교 김수천 교수
몇 년 전 세계적인 영성 철학자 디팩 초프라의 방한을 뉴스전문 TV 채널에서 보도하는 것을 보았다. 초프라는 하바드대 출신 의사로 전통 의학에 심리 치료와 영성 치료를 접목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종교의 역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데도 미디어의 주목을 받은 것은 우리 시대의 영성에 대한 관심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교회 밖은 물론 교회 안에서도 아직까지 영성에 대한 이해에 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호에서는 먼저 기독교적 영성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기독교적 영성의 정의를 내리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삶과 사역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예수님을 닮는 것이 기독교적 영성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복음서에 보면 예수님은 주로 5가지의 사역을 행하셨다. 첫째, 기도와 묵상의 사역, 둘째, 복음전도의 사역, 셋째, 성령의 능력 가운데 치유와 축사 같은 카리스마의 사역, 넷째, 이웃 사랑의 사역, 다섯째, 사회 정의의 사역이다. 예수님의 이러한 사역에 착안하여 개신교 영성학자인 리차드 포스터(Richard Foster)는 그의 책 생수의 강에서 2천년간 이어온 기독교 영성의 흐름을 6가지로 정리하며 영성가들 가운데 각 전통을 대표하는 인물들을 나열하고 있다. 그것은 첫째, 묵상의 전통으로 3세기 이집트 사막 수도의 아버지 안토니(Antony of Egypt), 둘째, 성결의 전통으로 존 웨슬리, 셋째, 카리스마의 전통으로 성 프란체스꼬, 넷째, 사회정의의 전통으로 퀘이커교도인 존 울먼(John Woolman), 다섯째, 복음전도의 전통으로 성 아우구스티누스, 여섯째, 성육신의 전통으로 웨슬리의 어머니 수산나 웨슬리를 들고 있다. 여기서 성육신의 전통이란 일상에서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는 삶을 말한다.

예수님은 인성과 신성을 동시에 지니셨기에 다섯 가지의 사역을 모두 행하셨다. 하지만 영성가들은 각자의 은사에 따라 한 가지 혹은 두세 가지의 사역만 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오래전부터 한국교회 안에 건강한 교회 모델에 대한 담론이 있어 왔다. 건강한 교회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예수님이 하셨던 5가지의 사역을 균형 있게 추구하는 교회가 아닐까? 물론 그러기 위해 우리는 팀 사역을 할 필요가 있다.
이제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독교적 영성의 정의를 내려 보고자 한다. 학자마다 다소 다른 견해들을 말하는데 몇 명의 견해만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가톨릭 영성학자인 조던 오먼은 영성학은 신적인 계시 진리와 개개인의 종교 체험에서 시작하여, 초자연적인 생활의 본질을 밝히고, 그 성장과 발전을 위한 지침을 규정하며, 영성 생활의 시초에서 완성에 이르기까지의 영혼들의 진보 과정을 설명하는 신학의 한 영역이라고 포괄적인 정의를 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가톨릭 영성학자의 하나인 샌드라 슈나이더스도 유사한 정의를 하고 있다. 한편 개신교 교단 가운데 전통적 영성의 맥을 계승한 성공회 학자인 필립 셀드레익은 기독교 영성을 “성령 안에서의 삶”이라고 정의한다. 예수님이 성령의 인도를 따라 사역을 하셨던 것을 기억할 때 기독교적 영성의 핵심을 명확하게 진단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한 마디로 기독교적 영성이란 “성령 안에서 기쁨으로 고난의 길을 가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영성이란 성령을 통한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사는 삶이다. 그런데 그것이 고난과 연결되는 것은 하나님의 본성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방정교회의 신학적 비전처럼 성령의 임재 가운데 머물면 신자의 영혼은 신의 성품을 닮는다 (벧후 1:4). 신의 성품은 주는 것이며 주는 것의 극치는 예수님처럼 자기 희생을 통한 고난의 길을 가는 것이다. 우리가 기쁨으로 그 길을 갈 수 있는 것은 우리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 때문이고 그것이 그 사랑에 응답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러한 삶에 관심 있는 독자들과 함께 그 여행을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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