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 교회
개척 교회
  • 신상균
  • 승인 2016.11.1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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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쳐다본다. 1시 20분, 입술이 마르고 속이 탄다. 1시 30분,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신발을 신고 교회 주차장으로 나갔다.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왔다갔다 하던 나는 이웃 할머니 댁으로 갔다.

“할머니 계세요?”

“누구세요?‘

”네, 백운교회 목사예요.“

”목사님 어쩐 일이세요?’

“네, 오늘 우리교회에서 오후 2시에 어르신들 모시고, 운동도 하고 노래도 하려고 해요. 떡도 준비했고, 과일도 준비했어요. 꼭 오세요.”

“안돼요. 우리 사위가 온다고 해서 못가요.”

옆집 할머니의 대답을 듣고 나는 기운이 쪽 빠졌다. 터덜터덜 교회를 향해 오면서 나는 생각했다.

“완전히 개척교회 하는 기분이네.”

나는 오래전부터 어르신들만의 예배를 계획하고 있었다. 마치 청년들이 청년교회를 만드는 것처럼 어르신들의 교회를 만들어서 어르신들에게 맞는 찬송과 설교, 어르신들의 용어와 어르신들의 신앙을 위한 말씀을 전해야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신문에서 윤인규목사가 진행하는 실버처치를 보게 되었고, 세미나 참석 후 11월 9일 처음으로 실버처치 예배를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11월 9일 오후 2시, 정말 피가 마르는 시간이었다. 머릿속에는 별별 생각이 다 떠올랐다.

‘아무도 안오면 어떻하지, 아무도 안오면 우리 전도한 것, 우리 준비한 것 다 소용없어지는데, 처음부터 실패하는 것 아닌가?’

시간이 다가오면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던 나는 주차장으로, 옆 집으로 갔던 것이었다.

옆집 할머니의 차가운 반응에 낙담한채 교회로 들어오던 나에게 우리교회 권사님이 말씀하셨다.

“목사님 한분 왔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이 커지면서 호흡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한분이 오셨다고’

그 한분이 얼마나 소중한지 나는 서둘러 발걸음을 예배실로 옮겼다. 그곳에는 할아버지 한분이 앉아 계셨다. 나는 너무 기뻐서, 손을 덥썩 잡았다.

‘이렇게 한 영혼이 귀할 줄이야.’

그러면서도 마음속에는 계속 불안함이 있었다.

잠시 후 어르신들이 교회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할머니 유모차를 밀고 오시는 분, 오토바이를 타고 오시는 할아버지

이렇게 해서 한번도 교회나오지 않았던 15분이 첫 예배를 드렸다.

우리는 모두 놀랐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그렇게 오라고 해도 오시지 않던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오시는 분들, 교회를 바라보기만 하던 분들,

우리 원로장로님은 얼마나 기쁜지 눈물을 다 흘리셨다.

새로 시작한 개척교회, 이제 내게는 두 번의 주일이 생겼다. 원래 주일, 그리고 실버처치 예배를 드리는 수요일.

이번 화요일, 다시 전도를 나갔다. 오전 9시부터 3시까지 가정가정을 방문하면서 내일 예배에 오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이렇게 나는 개척교회를 시작하고 오늘 두 번째 예배를 드린다. 한 영혼이라도 천국가기 위해 시작한 실버처치, 정말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나는 함께 전도하는 아내에게 말한다.

“여보 하나님이 무척 기뻐하실거야. 목사하고 사모가 전도한다고”

우리의 작은 정성이 한 영혼이라도 더 구원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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