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 받아본 큰 돈
태어나서 처음 받아본 큰 돈
  • 신상균
  • 승인 2016.11.08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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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교회의 시골목사 이야기 2016년 11월 9일 수요일

“아빠, 장로님께서 내게 봉투를 주셨어요. 어느 집사님이 내가 피아노 치는 것이 기특하다고 전해주라고 하셨대요.”

중학교 1학년인 딸아이,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반주하는 모습을 보고, 어느 집사님께서 봉투를 주셨다는 것이다. 봉투를 열어보니 정성스런 글씨가 적혀 있었다.

‘정성껏 준비해서 수요예배를 섬기는 모습에 큰 은혜를 받아서 작은 선물을 드려 칭찬하고 격려합니다.’

그리고 그 봉투 속에는 10,000원짜리 20장이 들어 있었다. 처음으로 큰 돈을 받아본 아이는 어쩔줄 몰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의 한달 용돈이 2만원인데 무려 10달치의 금액이 들어있었던 것이었다.

아이는 얼굴에 홍조를 띠면서 말했다.

“아빠, 감동이예요. 어떻게 이럴수가 있단 말이에요.”

그동안 딸 아이는 피아노 치는 것을 힘들어했다. 주변에 학원이 없기에 초등학교 시절 방과후 교실에서 피아노를 배웠고, 시내에 나가 겨우 일주일에 한번 배우는 피아노 실력으로 수요 반주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이 있어서 옆에서 가르쳐 준것도 아니었고, 친구들이 피아노를 쳐서 함께 학습을 공유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목사 딸이라는 이유 하나로, 피아노를 쳐야 한다는 가족들의 억압으로 반 강제적으로 피아노를 쳤던 것이었다.

그래도 큰 부담은 없었다. 왜냐하면 피아노 반주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수요일 반주를 하던 청년이 직장에 다니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가끔 반주하는 청년이 야근을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때 딸 아이가 대신 피아노 반주를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가끔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딸 아이가 피아노 반주하는 날이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아이는 꽤 큰 부담을 가졌던 것 같다. 매주 수요일마다 피아노 치는 언니가 못 온다는 문자를 보내지 않기를 기도했고, 문자가 없으면 매우 기뻐했다. 그러던 것이 점점 더 아이가 피아노 반주를 하는 날이 많아졌던 것이었다.

얼마나 부담이 되는지 수요일 반주가 끝나고 나면 내게 묻는다.

“아빠 다음주 수요일 무슨 곡 할꺼예요?”

쉬운 곡이 정해지면 환호성을 부르고, 어려운 곡이 정해지면 난감해 했다.

그렇게 힘들게 했는데, 자기 생애 처음 이렇게 큰 돈을 받았으니 감동하지 않겠는가?

집사님의 격려 덕분에 아이의 기분은 날아갈 듯 했다. 너무 감사하다고, 이런 일이 어떻게 흥분하던 아이가 내게 말한다.

“아빠 나 십일조 해야지. 그리고 2만원을 봉투에 담는다.”

그래도 진정할 수 없었는지 아니는 또 말한다.

“아빠 나 감사헌금 해야지”

그러더니 교회에 가서 봉투를 가지고 온다. 그리고는 5만원을 꺼내서 감사헌금 봉투에 넣는다.

2만원 십일조하고, 5만원 감사헌금하고 10만원 저금하고 아이에게 남는 돈은 3만원

그러나 아이의 기분은 돈에 비할 것이 아니었다.

20만원, 결코 적은 돈이 아닌 돈이다. 딸 아이의 생애에 가장 큰 돈으로 격려해준 집사님

목회자의 자녀가 아름답게 성장하는 것은 부모의 격려보다 성도들의 사랑과 격려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면서 나는 생각한다. 과연 목사로서 성도들의 자녀들에게 이런 격려와 사랑을 베풀었는지,

목사는 성도의 자녀들을 격려하고 사랑하고, 성도는 목사의 자녀들을 격려하고 사랑할 때, 우리의 자녀들 모두 훌륭한 자녀들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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