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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상균
  • 승인 2016.09.2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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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교회의 시골목사 이야기 2016년 9월 21일 수요일

“택배요”

택배 아저씨가 택배를 내 놓는다. 주소를 보니 서울의 목사님이다. 그동안 지원해준 선교비가 감사해서 선물을 보낸 것이었다. 그 선물을 보는 순간 보람이 느껴졌다.

우리교회는 국내 8개 교회와 해외 6개 선교지, 그리고 3곳의 기관을 합쳐 17곳에 선교비를 보낸다. 그런데 연락을 해오는 분은 그리 많지 않다. 가끔 전화와 편지를 통하여 선교지의 상황을 종종 전하는 분도 있지만, 어떤 분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믿음을 주기도 한다.

추석이 되어 감사의 선물을 받는 순간 나의 과거의 모습이 생각났다.

사례비 30만원으로 시작된 전도사 시절, 하루하루의 삶은 결코 넉넉한 삶이 아니었다. 주유비도, 난방비도, 전기세도 신경 쓰며 살던 어느 날, 어느 교회에서 선교비를 줄테니 편지를 쓰라고 연락이 왔다. 나는 선교비를 보내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그리고 열심히 목회 하겠노라고 약속하면서, 정성스럽게 편지를 썼다.

그 이후 통장에 입금된 선교비를 보면서 난 정말 감사의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러다 2년이 지나면 선교비가 끊긴다. 그러면 속이 상하고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해야 하나 하는 답답함을 느끼면서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진다. 그러던 와중에 2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선교비를 보내주는 교회가 있었다. 내가 다니던 본교회와 서울에 있는 대신교회였다. 심지어 내가 전도사로 사역했던 교회도 담임목사가 바뀌면서 선교비를 끊었는데, 부목사님으로 인해 선교비를 지원해준 대신교회가 2년이 지나도록 계속 지원해 주는 것이었다.

추석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감사의 인사를 나누는 것을 보고 나도 그동안 나를 도와준 분들에 대해서 감사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감사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몇 년씩 일면식도 없는 내게 선교비를 보내주시는데 가만히 있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추석에 감사하려면 그분들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택배 사업이 발달해 택배를 보내면 되지만 그 당시에는 내가 직접 가야 했다. 게다가 어떤 교회는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네비게이션이 없던 시절 모르는 교회를 찾아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추석에 감사할 때 빈 손으로 갈 수 없는 것이었다. 기름 값과 시간도 문제지만 선물을 사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12달을 지원받으면서 한달을 드릴 수 없다면 선교비 지원을 받을 자격도 없다고”

어차피 내 돈이 아니었다. 어차피 각 교회에서 보내주는 도움의 손길이었다. 그분들은 열두달을 도와주시는데 한달을 드릴 수 없다면 내가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2달중 한달치를 돌려드린다는 생각으로 추석이 되면 선물을 샀다. 그리고 지도를 보면서 모르는 길을 찾아다니면서 인사를 드렸다. 목사님이 계시면 목사님께 직접, 안계시면 사무실에 맡기고 돌아왔다.

12달을 지원해 주신 것에 감사하면서...

비전교회 생활을 하는 동안 추석이 되면 고향을 찾는 마음으로 도움을 주신 분들을 찾았다.

지금은 내가 섬기는 교회는 도움을 주는 교회이다. 도움 받는 입장에서 도움 주는 입장에 서게 되니 그때의 생각이 떠오른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17개교회 중에 감사의 인사를 하는 목사님이 몇 안된다는 것이다.

12달중의 한달, 아닌 60달 중의 한달도 감사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가끔 투정한다.

“어떻게 그렇게 모른척하냐? 나는 말이야 추석때가 되면 다 찾아다니면서 인사했는데”

그럼 아내는 내게 말한다.

“하나님께 드린거쟎아요. 그걸로 다 된거예요. 섭섭해 하면 안되요.”

그런데 섭섭한 건 사실이니 내가 잘못된 것인가? 그리고 매년 선물을 보내오는 목사님은 특별한 것인가?

이번에도 선물을 보내온 목사님들에게 전화를 한다. 선물을 보내줘서 고맙다고,

그런데 내게도 전화가 왔다. 선물을 받으신 사모님께서 사과 잘 받았다고 고맙다고 하셨다.

추석은 고마운 날이다. 주는 이도 받는 이도 고마운 날, 주지도 받지도 못한다면 추석은 먹고 마시는 날로 끝날지 모른다.

이 고마운 추석이 매년 계속되듯, 우리의 감사도 계속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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