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행진
촛불 행진
  • 신상균
  • 승인 2016.03.29 2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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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교회의 시골목사 이야기 2016년 3월 30일

깜깜한 새벽, 흰 옷 입은 사람들이 교회를 향하여 들어온다. 안내석에서 초를 켠 성도들은 캄캄한 본당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기 시작한다.

‘하나, 둘, 셋, 넷…’

이렇게 밝혀진 촛불이 본당을 가득 메운다.

목사도 촛불을 켠채 말씀을 전한다. 듣는 이나 전하는 이나 촛불의 어우러짐 속에 촛불처럼 타오른다. 목사는 말씀을 전하고, 강대상을 내려온다. 촛불을 들고 성큼 성큼 걸어 나가면, 장로들이 뒤를 따르고, 그 뒤를 이어 각 속의 인도자와 속장이 그리고 속도원들이 뒤따른다. 맨 마지막에는 사모와 아이들이 따른다.

교회 문을 나선 촛불행렬은 마을 다리를 지나 시내를 통과한다. 양쪽으로 상가들이 즐비한 곳을 지나면서 목사와 성도들은 기도한다.

“하나님 저 가정을 인도해 주십시오.”

그러다 성도의 가정 앞을 지나게 된다. 다시 목사와 성도들은 기도한다.

“하나님 우리 성도의 가정을 축복하옵소서.”

예전에는 그렇게 기도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 우리 성도를 깨워주십시오. 부활절 새벽 기도에 나오게 하시고, 촛불행진 하게 하옵소서.”

그렇게 기도 드렸는데, 그 성도가 집사가 되고, 그 성도가 권사가 되어, 이제 촛불행진의 행렬속에 성도들을 인도한다.

다시 시내를 돌아 큰 다리로 나가면서 촛불행진은 두 갈래로 나뉘어진다. 한행렬은 오른쪽에, 한 행렬은 왼쪽에, 드디어 선두가 다리가 시작되는 지점에 다다르면 선두에 선 장로님은 가던 길을 멈추고 자리에 선다. 그리고 마을을 바라보고 전 성도가 기도하기 시작한다.

“하나님 백운의 영혼들을 구원하여 주옵소서.”

기도를 마친 후 우리는 다시 교회를 향하여 촛불행진을 계속한다. 입에서는 찬양이 나오고, 두 줄로 갈라졌던 성도들은 하나가 된다. 그리고 교회 마당에 도착하면 목사는 계단 위에 올라가서 축도를 하면, 아멘소리가 함성이 되어 골짜기를 가득 메운다.

그리고 온 교우들이 기념촬영을 한다.

본 교회에 부임하여 시작한 촛불 행진, 처음에는 너무 인원이 적어서 촛불행진은 꿈도 꾸지 못했다. 교회 본당을 둘러서서 기도를 하거나, 교회 마당에 둘러서서 부활을 맞이했다. 그러다가 한줄로, 그러다가 두 줄로, 행진을 하게 되었고, 금년에는 교회 계단에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서, 교회 마당에 성도들이 선채 위에서 사진을 찍게 되었다.

새벽을 밝히는 촛불 행진,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하심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된 촛불 행진은 이제 우리교회 역사 속에 빼 놓을 수 없는 절기 행사가 되었다. 어둠을 밝히는 촛불처럼 교회가 세상을 밝히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는다.

촛불행진을 마치고 사진을 찍으면 해가 떠오른다. 마치 우리의 수고와 헌신을 아는 듯 세상은 밝아진다.

우리 모두 세상을 밝히는 촛불이 되어 행진할 때 이 세상은 반드시 하나님의 빛으로 가득 차리라 믿는다.

예수 부활하셨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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