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숙제
15분 숙제
  • 신상균
  • 승인 2016.03.16 0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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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교회의 시골목사 이야기 2016년 3월 16일

3시 50분 본당에 불이 켜지고, 교회 차량들이 40일 새벽기도회를 위해 운행에 나선다. 4시 40분 예배전 찬양을 부르고, 통성기도후 새벽예배를 드린다. 각부서별, 또는 속회별, 또는 선교회별로 순서를 맡아 기도와 성경봉독, 특송을 드리고 난후 자리에 앉는다. 약 20분의 설교와 20분의 통성기도를 마치고 나면 6시가 된다. 축도 후 성도들은 각기 집으로 돌아간다.

약 30분이 지나면 스마트폰에서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나는 스마트폰의 밴드를 확인하기 시작한다.

“성경 10장 읽고 30분 걸었습니다.

“성경, 찬송 각 15분 정도 소리내어 읽고 부르고 기도문을 썼습니다.”

“독서 30분 했습니다.”

“성경 욥기 1장에서 욥기 10장까지 읽었습니다.”

“성경 20분 읽고, 찬양하며 20분 걸었습니다.”

“성경 한 장 썼습니다.”

“성경 읽고 요가운동 했습니다.”
...
...
...

이번 사순절 주제는 ‘변화’이다. 변화를 위해서 하루 15분씩, 영적인 일 또는 지적인 일, 또는 건강을 위한 일을 하기로 했고, 그 결과를 밴드에 올리기로 했다.

하루에 15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의외로 15분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또 어떤 사람들은 밴드에 자신이 했던 일을 올리는 것이 멋쩍어서인지 주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은 매일 자신의 행동을 밴드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서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왜냐하면 잘할 것 같은 사람보다 못할 것 같은 사람들이 훨씬 더 숙제를 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늘 아프다고 하던 권사님이 운동을 하고, 글도 잘 모를 것 같은 연로하신 집사님이 성경을 읽고, 항상 바빠하던 권사님이 책을 읽고, 시간에 쫓기던 부부가 함께 자전거를 타고, 피곤해 보이던 원로 장로님이 교회에 오셔서 기도를 하고, 몸이 불편한 권사님이 전도를 하는 것이었다.

건강하고 튼튼하고 여유 있는 사람들이 숙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바쁘고, 연세가 많으시고 약한 분들이 오히려 숙제를 더 잘하시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중에 어떤 분은 스마트폰이 없어서 다른 성도들의 손을 빌려 숙제보고를 하시는데, 정작 할 것 같은 사람들 중에는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었다.

숙제는 다 하기 싫어한다. 그러나 만약 숙제가 없다면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공부하지 않을 것이고, 나중에 상도 없을 것이다. 숙제가 힘들지만 숙제를 하면 실력도 쌓이고 상도 받게 될 것이다.

2016년 성도들에게 내어준 15분 숙제, 성실히 숙제보고를 하는 성도들을 보면서 그 이름에 동그라미를 쳐주고 싶다. 그리고 그 옆에 참 잘했어요 도장도 찍어주고 싶다.

나도 요즘 숙제하느라 정신이 없다. 사순절 새벽기도, 대심방, 그리고 15분 숙제까지,

그래도 하루도 빼먹지 않고 숙제를 했다. 그동안 하지 못한 것들이 이루어졌고, 또 미래에 대한 새로운 기대도 하게 되었다. 숙제가 힘들지만 숙제 할 때 실력이 쌓이고 참 잘했어요라는 도장도 받게 될 것이다.

혹시 여러분은 숙제가 있습니까? 없는게 좋은 것 같지만 숙제가 있는게 훨씬 떠 좋은 것입니다.

여러분도 15분 숙제에 도전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실력이 쌓이고 동그라미 인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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