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 안 갈 거예요!
전학 안 갈 거예요!
  • 민돈원
  • 승인 2016.02.2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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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중에 가장 많이 이사를 다녀야 하는 직업이라면 어떤 직업일까?
대체로 1-2년 단위로 이동하는 직종 중에는 주로 해외주재 공무원, 경찰서장등 고위직, 공립 초, 중, 고 교장, 법조계 지청장 지검장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러나 이들의 이동 이유가 대부분 승진 및 더 나은 보직을 받기 때문인 경우가 많고 자녀들의 교육도 안정되게 한 상태에서의 이동이랄 수 있기에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잦은 이동을 하게 되는 또 다른 대표적인 직업이 하나 있는데 다름 아닌 목회자들이다. 그러나 목회자의 경우는 특정한 몇몇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목회하는 임지나 자녀교육 상황이 결코 녹록치가 않다.

교회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공무원처럼 일정한 보장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부모가 임지를 옮기면 재학중인 자녀들 특히,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인 중,고생 자녀가 있는 경우는 더더욱 그들의 희생이 불가피하게 수반된다.

대부분이 여느 목회자처럼 유학을 보낼만한 여유도 없다. 그런가 하면 유학비용의 거품을 뺐다고 하면서 유학이나 다름없다는 국내 최근 인기 있는 전원 기숙사 시설 갖추고 정예화 된 교육시설과 다수의 원어민 교사들로 구성된 그런 학교에 보내려 해도 역시 학비를 보면 왠만한 목회자 사례비로서는 명함도 내밀기 힘들다.
내가 한때 공기업 회사 다닐 때는 나를 위해 제법 쌓아놓은 저축통장이 있었지만 목회자가 된 이후 통장이라야 딱 하나 사례비 입금했다 그달 못되어 없어지고 마는 입출금 통장 하나 가지고 살아간다.

그러나 개척목회부터 지금까지 하나님은 한 번도 굶기지 않게 하셨으니 감격할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자녀교육 때문에 겪은 일이다. 물론 학비 때문은 아니다. 큰 아들이 중3이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별 문제 없는 일이 중학생이 되고 보니 생겼다.

전임지에서 다니던 학교가 꽤나 좋았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학교는 내 아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옮기면 점심을 하나도 안 남길 만큼 최고 맛있는 레스피로 만든 반찬이 나와 좋다는 것이다. 사실 그 학교 점심 잘 나오는 것은 그 학교를 거쳐 간 학생들이 이구동성 인정할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아들이 다니던 학교는 중학교이지만 사립학교였다. 그 관내에서는 여타 중학교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교사진도 우수하고 가장 잘 가르치는 학교로 선호하는 중학교였다. 과목별 수준별 학습도 실시하였다. 게다가 아들의 실력이 전교 상위권이었고 좋아하는 축구 친구들도 많이 생겼던 터라 무척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임지를 옮겨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해야 한다는 것은 적어도 아들에게는 수용하기 힘든 충격이었다. 내게는 직접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엄마에게 이곳에 오기 전에도 그리고 이곳에 와서도 아들이 하는 말은 “나 전학 안갈 거야!” “나 자취하도록 방 얻어줘요”(하숙하면 돈이 많이 들것 같아 그래도 부모님을 배려해서 좀 더 저렴한 자취를 요구한 것이라 함)

이보다 더 가슴 아픈 말은 “새 학교에 적응하는 스트레스보다 차라리 자취하면서 당하는 고생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말 할 정도였으니 새 학교에 가서 새 친구를 사귀기까지 청소년으로서의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말해주는 부모로서도 눈물겨운 아들의 읍소(泣訴)로 들린다.

그런 이 말을 듣고 임지 이동 후에도 아직 전학처리가 안된 상태이기에 방학 후 개학해서 마지막 종강식을 하기까지 그곳에 가서 다니도록 2시간 거리를 태워 두 번 정도 왕복했다.

그리고 아들의 진심어린 요구대로 급기야 하숙하는 집을 알아보기 위해 몇 군데를 묻기도 했다. 그러나 오래전과는 달리 시대가 시대인지라 하숙집을 구하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원룸을 얻어 자취하게 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의존적인 아이를 혼자 두는 것 하며 자취하는 것 하며 더욱이 잘못된 아이들이 출입하게 될 우려 등 아들 요구이상으로 문제 또한 간단하지 않았다. 이후로도 그곳 지인들에게 부탁하여 내 자식처럼 여길 그런 주인이 하숙하는 집이라도 있으면 머물게 해 두고 남은 1년을 마치게 할 계획으로 부탁을 해서 기다렸다. 그러나 역시 그런 집은 얻기 힘들었다.
이것을 알았는지 최근에 아들도 전학하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선회하였다.

그리고 일어난 일이다. 동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하러 가서부터 겪은 당황스런 일이다. 지금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국가적인 출산률 저조와 더욱이 이농현상으로 인해 인구 유출을 막고 조금이라도 인구유입을 증가시키려는 일환으로 신생아 출산 장려금, 양육수당 1-2년 지급, 또는 하다못해 새로 전입한 세대주들에게 관내 쓰레기 봉투 다수 지급, 무료 주차권 발행 등 적지 않은 재정 지출은 물론 다소나마 따뜻한 호의와 배려를 해서라도 모든 행정력을 발휘해서 인구증가정책에 노심초사하는 경향이 대세이다. 그러나 전입해 온 이곳은 이와는 전혀 달랐다.

혹시나 해서 이런 전입자에 대한 혜택이 없느냐 물었더니 동사무소 여직원의 얼굴에 미소는커녕 전혀 못 들어 본 질문을 받은 것처럼 의외의 질문을 받은 듯‘여기는 위장 전입자들이 많아 그런 것 없어요’ 라는 충격적인 답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들이 전학할 중학교를 방문했다. 그리고 새로 공부할 교재를 수령하기 위해 해당 교사를 만났다. 그랬더니 실제 부모님이 전입해서 살고 있는지 실사 후 교재도 수령할 수 있다는 또 한 번의 충격적인 답이었다.
결국 지난 24일(수)학교를 찾았다 헛걸음하고 집으로 돌아왔고 다음날 25일(목) 오전 학교 측에서 우리 사는 집을 실제 방문하여 이사 온 것을 확인하고 난 후 비로소 오후가 돼서야 신학기 교재를 수령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된 이유, 그것은 이곳이 서울 근교 역세권으로서 부동산 투기 지역이기에 그런 모양이다. 즉 위장전입자가 많은 지역이 이곳이다. 방송이나 말로만 듣던 위장 전입, 즉 실제 살지 않으면서 사는 것처럼 위장하는 사람들이 이익은 챙기는 지역이다. 그러나 그 손해는 고스란히 우리 같은 선량한 사람이 당한 것을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속상했고 그렇게 취급하는 동 직원과 학교 측이 그들의 업무 수행상 하는 것임을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그래도 야속했다. 목회하면서 이곳 지역에 와서 지금까지 다른 어느 지역과 달리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교회 외적 변수로써 처음 겪어본 일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고 난 후 아들의 뼈있는 말이 일품이다.

“엄마, 내 성적표 그 학교에 보여주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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