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든 때 대 청소
찌든 때 대 청소
  • 민돈원
  • 승인 2016.02.1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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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곳에 이사를 하고 난 이후 살다보면 의외로 할 일이 많이 생긴다. 포장 이사를 했다고 하지만 이사짐 센타에서는 그렇게 만족할 만하게 짐들을 전에 있던 곳보다 낫게 정리를 해 줄 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일이 기다리고 있다.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다 보면 상상을 초월할 만큼의 찌든 때로 인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됨을 이번 이사 후에도 경험하고 있다. 이번 주 거의 내내 사택의 찌든 때 청소하는 일과 어지럽게 널리어 있는 전선 등을 없애고 정리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조금만 관심 있게 보고 손을 쓰면 방안의 분위기가 좋아질 수 있는 것들이기에 힘이 들지만 마음먹고 그 일들을 하고보니 시간이 보통 필요한 것이 아니다.

방안 문틈사이와 각 문들에 쌓여 있는 먼지, 창틀에 가득할 만큼 수북이 쌓인 먼지와 찌든 때, 곳곳에 설치된 여러 개의 브라인더 역시 모두 찌든 때로 누렇게 되어 있었다. 하도 심란하여 폐기 처분하려다 철거하기엔 그래도 세척해 보고 괜찮으면 쓰기로 하여 모두 다 분리하여 깨끗이 세척을 한 후 다시 설치를 하였다.

이전에 살던 사택이 갓 새로 지은 집이었기에 더더욱 비교가 되었다. 사택의 창문은 모두 고정되어 열수가 없도록 되어 있었다. 통풍도 되지 않는 애로 사항은 나는 견딘다고 하지만 면역성이 약한 갓 돌 지난 어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위생적인 문제도 뒤따랐다. 게다가 사택과 교회 주방이 분리되 있지 않고 같은 통로로 되어 있어 주일이면 공동식사를 같이 하는 장소이기에 사용 후 봉사의 손길들이 반드시 필요한 환경이었다.

매주 청소 당번이 있기야 하지만 아마도 전에 해 왔던 방식이 있었기에 특별한 관심과 요청이 없는 한 손이 가지 않는 곳은 담임자가 바뀌고 정리하지 않는 한 수 년 동안 그대로 두었을 것 같아 보이는 곳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교회와 사택 관리에 대한 일들은 성도들 중 관리부나 교회 애정을 가진 분들이 들여다보고 수선과 보수를 해 주면 목회자는 본질적인 일에 충실할 수가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 목회하면서 경험해 보는 바다. 사실 그게 안되면 목회자의 몫이 될 수밖에 없고 성도들은 그런 일을 당연한 듯이 시약불견((視若不見)하고 봉사할 생각을 하지 못한 채 교회생활을 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이런 점에서 건강한 신앙을 위해 훈련과 교육을 통해 공감을 갖게 되면 자신들의 삶이 진일보 변화되고 교회 분위기는 한 층 개선되어 활기를 띠게 된다는 사실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이곳에 부임하여 불과 몇 일 지나지 않아 장로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 분에게 이런 이야기를 힘주어 건네 드린바 있다. “장로님, 목사가 혼자 교회 일을 다 하는 것은 좋은 교회, 건강한 교회가 아닙니다. 그건 개척교회인 경우엔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린 그렇게 일할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무려 112년이나 된 역사 깊은 교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척 교회 수준으로 만들면 목사도 성도도 모두 바람직하지 못하고 더욱이 불행합니다. ... ”

사찰에도 불도에만 전념하는 이판승이 있고 이 수도에 전념하도록 돕는 사판승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초대교회가 복음 전파에 충실함으로써 제자들의 수가 많아지고 있을 때에 난데없이 헬라파와 히브리파 유대인 사이에 원망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즉 외부의 문제가 아닌 내부에서 서로 원망하는 일들이 발생했다. 그 이유는 헬라파 유대인들이 자기 과부들이 구제하는 일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가? 이 일을 어떻게 수습했는가를 보니 구제하는 일을 할 사람들-믿음과 성령이 충만하고 칭찬받는 사람들-을 택하여 세워 그 일을 맡겼고, 사도들은 기도하고 말씀 전하는 일에 전적으로 힘씀으로써 다시 정상적으로 복음이 전파되게 된 것을 알 수 있다.(행6:1-7)

찌든 때가 건물에만 있는 것 아니다. 찌든 때 같은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다시 말해 너무 오랫동안 고착되어 굳어져 버린 딱딱한 마음으로 아무런 느낌없이 교회생활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오히려 건드리면 일어나니까 그대로 둔채 타성에 젖어 살아오고 있는 습성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찌든 때는 강력 세척제를 사용하든 어떻든 빼내야 한다. 그래야 윤기가 난다. 살색이 보인다. 마음이 밝아진다. 살맛이 난다. 마찬가지로 신앙생활하면서도 너무 오래 찌들려 덮여져 버린 마음들을 벗겨내는 대청소를 해야만 하는 전환이 필요하다. 그렇게 보니 할 일이 많다.

아직도 사택, 교육관, 예배당, 2층 목양실 및 방송실 그리고 넓은 교회 땅 주변 등을 보니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이번 주 회의를 통해 차근차근 협의해 보려고 한다.

돈이 드는 문제라면 돈을 들여서라도, 몸이 가서 헌신이 필요한 곳이면 몸으로라도, 그리고 아이디어가 필요하면 좋은 아이디어 뱅크(Idea bank)를 가진 분들을 찾고 발굴하여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은 바램이 있다.

목회자가 본질적인 목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주위에 신실한 동역자들이 있을 때 목회자는 힘을 얻고 가속도가 붙는다. 그런 목회 그런 교회는 날개를 달고 그 교회는 성도들과 함께 영적인 비상으로 고공행진을 하는 꿈같은 현실이 눈앞에 전개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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