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채와 들것, 기도와 말씀
뜰채와 들것, 기도와 말씀
  • 신상균
  • 승인 2016.02.16 2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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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교회의 시골목사 이야기 2016년 2월 17일

“애애앵~”

싸이렌 소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인가 하고 밖을 내다본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교회 주차장에 소방차가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잠시후 119 대원들이 뭔가를 들고 어디론가 막 뛰어가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지? 불이 났나?’

궁금해진 나도 사무실에서 내려가 119 대원을 찾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던 나의 눈에 119 대원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교회 밖 울타리를 나가 119 대원을 찾던 나는 우리 교회 뒤에 사시는 할머니 집 앞에 119 구급차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아니 할머니가 또 쓰러지셨나?’

얼마전에 쓰러졌던 할머니가 걱정이 되어 나는 빨리 그 집 앞으로 갔다.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여섯명의 119 대원이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서니 뒷집 할머니와 또 옆집에 사는 할머니가 걱정스럽게 119 대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119 대원 중에 한 사람이 말했다.

“얼른 대문 닫으세요.”

영문도 모른 채 나는 대문을 닫았다. 그리고 옆집에 사시는 할머니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그러자 할머니 하시는 말씀

“아유! 목사님, 개한테 밥을 줬는데 아니 그 녀석이 물었어요. 그리고 저렇게 돌아다니고 있는거예요.”

할머니가 집에서 키우는 개에게 밥을 주었는데, 그 개가 할머니를 물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줄을 끊고 그 집을 돌아다녀서 119에 전화를 했다는 것이었다.

119 대원들은 큰 뜰채를 들고 마당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잠시 후 개는 목줄이 걸린 채 잡혀왔고, 기둥에 고리를 단단히 고정한 후 119 대원은 돌아갔다. 괜쟎으시냐고 묻는 나에게 할머니들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목사님, 참 고마워요. 목사님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교회도 안 나오시는 할머니들, 내가 한게 없는데 뭐가 고맙다는 것일까? 119 차가 온 것을 모른척 하지 않고 와서 들여다 본 것이 고맙다는 것일까?

나는 겸연쩍게 웃으면서 할머니들에게 말씀드렸다.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것을 도와드릴께요.”

그러면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개 잡으려면 나도 뜰채 하나 갖고 있어야 하겠는데’

다음날, 사무실에 있던 나를 아내가 급히 찾았다.

“원로장로님이 쓰러지셨대요. 병원 가기 전에 기도 받고 싶으시대요.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나는 119 대원처럼 부리나케 옷을 갈아입고, 차를 운전했다. 걸어서 10분도 안되는 거리지만 너무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내 눈에는 눈을 감고 거의 의식이 없이 쓰러져 있는 장로님의 얼굴이 보였다.

‘아니 어제만 해도 괜쟎으셨는데, 무슨 일인지?’

조카 권사님의 말에 의하면 어제 병원에 갔다 오셔서 괜쟎았는데 갑자기 화장실에서 쓰러지셨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아들이 와 있었기에 망정이었지 하마터면 큰 일 날 뻔 했다는 것이다.

거의 의식이 없는 장로님을 앞에 두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께서 지켜달라고, 아무일 없게 해 달라고...

그리고 장로님을 아드님 차의 뒷좌석에 눕혀 병원으로 모시고 가기 위해, 장로님을 부축 했다. 한 쪽 옆에서 내가 부축하고, 한 쪽 옆에서는 조카인 남자 권사님이 부축하고, 그런데 장로님이 꼼짝을 안하시는 것이었다. 힘을 쓰던 나는 장로님을 번쩍 안았다. 다행히 장로님이 잘 들렸다. 그리고 몇 발자국 움직이는데 장로님을 더 이상 안고 있을 수가 없었다. 장로님이 입고 있던 옷이 공단이었는데 얼마나 미끄러운지 자꾸 손에서 빠져 나가는 것이었다.

“어 어 여기 좀 잡아요.”

그 모습을 보고 아내가 달려들어 반대편을 붙잡았다. 그러나 한번 손에서 미끌어지는 장로님은 계속 내 손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순간 아찔했다. 이대로 장로님을 놓치면 안될 것 같았다.

하나님의 은혜였다. 어찌어찌 하여 장로님을 차 뒷 좌석에 무사히 누일 수 있었다. 그렇게 장로님을 병원으로 보내고 나서 나는 왜 그렇게 119 가 생각나던지...

장로님을 보낸 후 나는 권사님에게 말했다.

“권사님, 이제 교회에 들것이라도 준비해 놔야겠습니다.”

중환자실에 있던 장로님, 다행히 일반병실로 옮기셨고, 심방을 했더니 나를 알아보시고 손을 내미셨다.

나는 손을 붙잡고 이사야 43장을 읽어 드렸다. 그리고 기도했다.

잠시 후 장로님은 조금씩 입을 떼시더니 말씀하기 시작했고, 얼굴도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내게 원로장로님 아들되시는 장로님께서 문자를 보냈셨다.

“모친 병문안과 예배에 감사드립니다. 많은 위로가 되었고, 모친도 목사님 기도로 회복이 빠르게 되었습니다. 사모님과 문병오신 교우님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목사는 119처럼 뜰채도 없고, 들것도 없지만 다행히 기도와 말씀이 있다. 119는 뜰채와 들것으로, 목사는 기도와 말씀으로 생명을 살리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게 생겼다.

기도와 말씀으로 과연 개도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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