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손님”과 “손님 노동자” 유감
“잼버리 손님”과 “손님 노동자” 유감
  • 김봉구
  • 승인 2023.08.11 1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세기 전 독일의 “손님 노동자”에서 교훈을 얻어야 
김봉구 목사(대전이주외국인종합복지관 관장, 사단법인 러브아시아 상임이사)
김봉구 목사(대전이주외국인종합복지관 관장, 사단법인 러브아시아 상임이사)

전북 잼버리가 전국 잼버리가 됐다. 전세계 손님들을 초청해 놓고, 한번에 전세계에 국격을 떨어트리는 망신을 당했다. 전쟁 참화로 가난했던 나라에서 세계경제 10대 국가로 성장한 기적의 나라, K-한류의 본국에 설레는 마음으로 왔을 전세계 청소년들에게 큰 상처를 안겨 준 것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미안해 하고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한국은 정서적으로 손님을 잘 응대하는 문화가 있는 나라요, 정이 많은 국민성이 있다. 그래서 외국 손님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다.

한 2주 가량 체류하다 돌아가는 외국 손님들에게 뙤약볕에 텐트살이를 하게 한 정부의 미숙함을 질타하며 미안해 하는 마음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런데 몇 년간 한국에 체류하며, 부족한 인력난을 해결하며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도 귀한 외국 손님이란 인식은 부족한 듯 하다. 아직도 냉난방이 잘 안되는 비닐하우스에서 살고, 열악한 컨데이너 박스에서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허다한게 현실이다. 대안이 없는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세심한 정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노동부에 여러번 이주노동자 밀집지역에 공동 기숙사를 마련하는 것이 노동자나 사업주나 정부나 다 좋은 일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국익에도 보탬이 되는 일이라고 제안했지만 아직도 노동부는 요지부동이다.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외국으로부터 비판받던 산업연수생제도를 2007년 폐지하고, 합법적인 노동권을 보장하는 고용허가제를 시행한지 20년이 돼 지금 부산에서 국제컨퍼런스까지 하고 있지만 노동부는 아직도 값싼 노동력으로 이들을 활용하는게 국익에 보탬이 된다는 근시안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값싼 노동력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존엄한 인간이란 인식을 해야 비로소 정책 전환이 가능해진다.

혹자들은 이번 잼버리 사태로 부산 세계엑스포 유치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하는데 엑스포는 이미 사우디 아라비아로 넘어갔다는게 세계 중론이다. 서울시장은 홍콩, 싱가폴처럼 50만원짜리 값싼 가사도우미를 쓰자고 제안을 했고, 정부는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ILO 비준국가로서 최저임금은 보장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한다. 홍콩, 싱가폴은 이미 50년간 운영해 온 제도이고, 문제는 국제적으로 인권탄압의 사례로 지속적으로 비판받고 있는 제도를 벤치마킹 한다는 발상 자체가 이해가 안된다, 정치인들이 국격을 떨어트리는 국익을 주장하는 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몰라서다. 당장에 이득이 될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손해가 된다.

70년대 독일로 간 광부, 간호사들에게 독일은 “손님 노동자”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값싼 노동력으로 인식하는 현재까지의 한국 정부와는 다른 관점이다. 국가를 생각한다는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국격이 무엇인지를 반 세기 전 독일 정부의 “손님 노동자”에서 교훈을 찾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