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붐
여행 붐
  • 신상균
  • 승인 2022.10.26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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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추운 날씨에 패딩을 입기 시작하더니

온 산들도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노란 옷을 갈아입더니, 이제 빨간 옷을 갈아 입습니다.

산들이 옷을 갈아입자 각 선교회장들이 전화를 합니다.

”목사님, 이번주에 저희 선교회에서 산에 가기로 했어요“

”목사님, 이번주에 저희 선교회에서 놀러가기로 했어요.“

”목사님, 이번주에 저희 선교회에서 부부동반으로 여행가기로 했어요.“

선교회원들이 놀러간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기분이 좋아집니다.

먼 곳에 갔던 친구가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잃어버렸던 성도님들을 다시 찾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 교회 성도님들은 일을 너무 열심히 하기 때문입니다.

농사가 주업이다 보니 시간만 나면 농사 일을 합니다.

놀면 마치 죄를 짓는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교회 일도, 노는 일도, 농사 일과 바꾸기 힘이 듭니다.

그래서 우리성도님들이 놀러가는 모습을 보면

억압에서 해방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드디어 선교회원들이 놀러가기로 한 날

한사람, 두사람, 교회 주차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검정 옷, 회색 옷을 입고 일만 하던 성도님들이

빨간 옷, 노란 옷, 주황 옷을 입고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

마치 단풍잎이 내 곁에 모여 드는 것 같습니다.

”오늘 놀러가시니까 좋으시죠? 그래요 가끔 이렇게 놀러 가셔야 해요“

일을 멈추고 놀러가는 불안감을 떨치라고 잔뜩 칭찬을 해주면

그제서야 성도님들은 놀러가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나 봅니다.

기도를 하고 선교회장에게 봉투를 건넵니다.

”차라도 한잔 하세요.“

그러데 이게 웬일입니까?

매주 한 선교회씩 여행을 갑니다.

내 지갑이 자꾸 얇아집니다.

그 대신 내 살은 점점 두툼해 집니다.

왜냐하면 갔다 올 때마다 맛있는 것을 사 가지고 오시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니 우리 성도님들이 여행가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가

먹을 것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금년 가을

성도님들과 함께 산을 오르고 차를 마시지 못하지만

여행 붐 덕분에

단풍옷을 입은 성도님들이

낙엽이 떨어진 교회 마당을 아름답게 물들여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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