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비석 : 돌에 남기는 자서전
17 비석 : 돌에 남기는 자서전
  • 김재용
  • 승인 2022.02.2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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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석은 고인의 자취를 기억하기 위해 문장을 새겨 놓은 돌을 말한다. 비석은 중국에서 유래된 문화로, 제례 때 희생으로 바칠 동물을 매어 두던 돌 말뚝과 장례식 때 고인의 관을 공손히 내려놓기 위해 주변에 세우던 돌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문화에서 언제부터 비석을 세웠는지 알 수 없으니 광개토대왕비가 세워진 것으로 보아 이전부터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석은 품질 좋은 종이가 개발되기 전 그리고 기록문화가 활발하게 꽃피우기 이전부터 기록을 남기고 싶었던 사람들의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고인의 묘지에 세워지는 비석을 비롯해서 고을 입구에 세워진 관리들의 치적을 기록한 비석 등 다양하게 사람들의 행적을 기록하고자 하는 의도로 세워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죽음을 맞이한 후 후손들에 의해서 묘비 앞에 세워지는 비석의 경우는 고인이 생전에 기록한 내용이 아니라 후손에 의해서 기록된다는 점에서 자서전이라기보다는 후손의 평가라는 점에서 자서전과는 성격이 다를 수 있으나, 삶을 기록하여 남긴다는 의미에서 자서전의 요소를 갖고 있다. 아울러 자신들이 부임한 재임시절 동안의 치적을 기록하는 공적비의 경우는 설립자에 따라 의미는 다르지만 조선후기에는 대부분 자신의 공적으로 기록하여 건립했다고 하니 스스로 작성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므로 큰 의미에서 비석은 기록문화가 필요했으나 발달하지 못한 사회 속에서 돌에 새겨놓은 그 사람의 인생기록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 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다면, 우리는 어떤 기록을 남기고자 하는가? 어떻게 기억되기를 원하는가?

묘비에 세워지는 비석은 그 사람의 간략한 출생과 사망일을 기록하기도 하고, 고인을 추모하는 가족들이 건립하여 세우기도 한다.

아일랜드 극작가이며 소설가인 조지 버나드 쇼(1856~1950)는 192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어린 시절부터 가정교사와 많은 공부를 하였고, 어머니와 함께 박물관과 미술관에 다니며 보고 배운 것들이 작가의 풍성한 지적 자산이 되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또한 그의 삶에서 흥미로운 것은 그의 묘비에 새겨진 글이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happen.”(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이다. 그는 95세 임종 전에 본인이 남긴 이 말을 묘비에 새겨 달라 유언을 했다고 한다. 95세에 자신의 마지막이 가까움을 깨달은 지혜자는 “무엇이든 당장 시도해 보라”, “당장 실천하고 그 목표를 향해 걸어가라”고 살아 있는 자들에게 충고하는 것 같다.

당신의 묘비에는 무엇이 기록되어 있기를 원하는가?

○○년 ○○월 ○○일 ○○시 어디에서 출생하여, ○○년 ○○월 ○○일 ○○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고 기록하고 유가족란에 자녀들 이름이 기록되는 묘비가 준비될 수도 있다. 아니면 버나드 쇼와 같이 자신이 남긴 유명한 말이 기록되고 이 땅에 남을 수도 있다.

돌에 새겨 놓을 내용을 미리 작성해 놓을 인생의 한 문장을 미리 메모해 놓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길지 않지만 잠시 조용한 생각 이후에 묘비에 남겨 놓을 돌에 남길 자서전을 기록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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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자 :

자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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