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어느 산골 마을
옹기종기 머리 맞댄
몇 가구 삽짝마다 기웃거리던
긴 수염 하얀 도포의 노인이
화계사 공양 간 젊은 보살
봉긋한 가슴 닮은 반야봉 허리를 휘감고
두어 차례 헛기침 크게 하더니
뱀사골 긴 골짜기다
빼곡한 구름바다를 푼다
허공을 걷는 중생들에게
끝 모를 깊은 샘물을 길어
배낭 속 무겁게 지고 온
번뇌의 식은 밥 말아
곰삭은 갈릴리 젓갈 한 점이나
열반의 독버섯 공양으로
허기진 화두의 숟가락 위에
꾹꾹 눌러 얹으며
속이나 채우시라 시치미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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