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화해의 복음만이 각광을 받는 그리스도의 교회를 구현하기...
오직 화해의 복음만이 각광을 받는 그리스도의 교회를 구현하기...
  • 곽일석
  • 승인 2020.05.22 1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는 한국감리교도로서 자기 정체성(Self-Identity)을 새롭게 자각(自覺)하고 정립해야 됩니다.

2020년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정기연회가 각 연회별로 개최되어 미주자치연회를 남겨놓고 경기연회와 중앙연회를 끝으로 코로나19 사태의 상황 속에서도 무사히 진행된 것은 감사한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호남선교연회가 정연회로 승격되어 정기연회를 개최한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군소 연회들이 계속적으로 생겨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한편 지난 10여 년 동안 감리교회는 온갖 송사로 발목이 잡힌 상태에서 조금도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32회 총회 감독회장 선거무효 사건이 막바지 대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조금의 반성도 회개도 없는 상황에서 또 다시 제 34회 감독회장과 감독 선거가 준비되고 진행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선택되어도 또 다른 송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절망스럽기만 합니다.

1970년대에 전개된 감리교회 갱신운동사는 특별한 의미를 갖게 합니다. 뜻 있는 젊은 목회자들이 규합하여 감리교회를 새롭게 하자는 신풍운동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1970년 3월 1일, 380명의 이름으로 감리교회의 새 역사의 방향을 제시하는 “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우리는 어떠한 미명으로도 파벌과 지방색과 출신교 등을 운운하는 저속한 언동이나 조직 등을 배제하고 오직 화해의 복음만이 각광을 받는 그리스도의 교회를 구현하기 위하여 감히 5개 항목의 표어를 내걸고 이를 믿음으로 선언한다.

1. 다원화된 교회 사명의 시대적 구현을 위하여 각자가 맡은바 책임을 완수한다.
2. 전통 있는 교회의 질서를 지속하기 위하여 기독자적 윤리를 준수한다.
3. 성별된 교회 재산을 확립하기 위하여 자주적 자세에서 성실히 봉사한다.
4. 예언자적 교회를 육성하기 위하여 능력 있는 선교와 교육을 실시한다.
5. 생동하는 교회를 확장하기 위하여 교회 신풍운동에 일치단결한다.

이상의 선언으로 1970년대의 한국 감리교회의 안정을 기하고 인적, 재정적 개발을 이룩하여 새로운 선교정책을 창안하고 이를 시행하여 새 역사 창조에 다 함께 참여한다."

이후 감리교회는 1973년 4월 30일 정동교회에서 열린 특별총회에서 장정을 개정을 추진하였습니다. 곧 성장하고 비대해진 교단에 걸 맞는 헌법과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하나의 숨은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감리교회의 고질인 파벌과 파쟁을 제도적으로 지양할 수 있는 헌법을 모색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총리사 (감독)는 제 12회 총회 때에 3~4명을 선거하여 총리사회를 조직하고 1년씩 윤번제로 의장이 되고 총리사 중에서 재단이사장 각국 위원회 위원장 신학교 이사장직을 각각 분담케 한다.”

“중앙집권제를 지양하고 개체 교회 중심으로 연회와 지방 분권제를 실시토록 모든 기구를 개편한다.”

이렇게 하여 감리교회가 지난 40여년을 살아온 제도와 구조의 기본 틀이 만들어 진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지난 시대를 통해 여러 가지 면에서 감리교회의 성장과 부흥에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시대는 또 다시 새롭게 변했고, 감리교회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04년에 4년 전임감독제를 채택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떤 역사구조적인 인식이나 미래 통찰이 없이 교권 쟁탈에 집중된 일시적인 미봉책이었음이 2008년 이후 감독회장 선거 사태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한 시대를 책임 있게 움직이며 선교적인 사명을 감당해야하는 교회 제도와 구조의 틀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법이 결코 아닌 것입니다.

현재 감리교회 안에서는 풀뿌리 개체 교회들이 살아 있고, 여러 대형교회가 성장하여 있지만 새 시대에 희망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통제되지 않는 권력처럼 이미 원로원화, 정치세력화, 권력화 되어있는 총대들을 매수하는 금권선거로 교회의 지도자인 감독들이 당선되면서 사실상 지도력을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교권을 4년 전임제로 만들어 절대 권력을 가지게 되자, 감독회장 선거에 매몰되면서 감리교회는 돌이킬 수 없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개체 교회들 간에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해졌고, 목회자 수급조절에 실패하면서 교회매매, 교회세습 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더욱이 공교회로서 감리교회의 교단 행정과 정책과 비전을 대변하는 본부의 모습은 찾기 어렵습니다.

또한 1992년 소위 ‘교리재판, 이단재판, 종교재판’이란 명분으로 자행 된 교권과 돈과 무지의 세력에 의한 감리교회의 영계와 정신계를 향한 횡포와 폭력의 철퇴 이후 자유롭고 비판적이고 창조적이고 대안적이고 건강한 신학지성의 생명력이 죽어 신음하며 탄식하는 감리교신앙공동체의 희망을 열기 위해 헌신하는 역량 있는 일꾼을 찾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예수그리스도의 복음과 구원의 진리가 아닌 맘몬 즉 물신의 승리가 되고 말 것입니다.

감리교회는 지난 10년 여 동안 큰 혼란과 위기를 겪으며 다양한 단체들에 의하여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었지만 여전히 헤매고 있습니다. 교회의 미래는 더욱 더 불투명 합니다. 미래학자들의 일반적인 예측에 의하면, 10년 후 한국교회의 모습은 교인은 50%줄고, 헌금도 50% 줄면서, 해외 선교사들은 철수하고, 무리하게 지은 대형교회는 부도가 나며, 생존을 위하여 통폐합이 이루어지는 급격한 변화가 몰아칠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2014년 감리교회의 통계로 교세현황을 보면, 총교인수 1,486,215명으로, 10년 전인 2005년의 1,491,754명과 비슷하다. 2010년은 1,587,385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리고 세례인, 세례아동, 원입인(성인, 아동)들이 계속해서 줄고 있다. 현재, 미자립교회는 거의 두 교회 중 하나이며(48%), 지방마다 교회개척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다고 합니다. 2013년 경상비결산을 기준으로 하여 미자립의 기준인 3,500만원 미만의 교회가 6,185개 중 2,950개이며(48%), 경상비 1,000만 원 이하인 교회도 1,350개나 됩니다. 2000~2009년의 10년 동안 서울연회 내에서 개척된 교회수는 연평균 7개이며, 동일기간 동안 폐지된 교회수는 26개다. 개척 1년차의 결산 평균은 1,100만원이었습니다.

더 이상의 위기 현상들을 나열할 필요 없이, 셋째 패러다임의 구조와 제도의 네 가지 축이 낡아 와해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곧 한국감리교회 신앙공동체는 11개 연회 다원화 감독제도의 비효용성과 부패성, 연급순 총대제도의 경직성과 폐쇄성, 개체교회 중심제의 분립성과 빈곤성과 비공동체성과 비공교회성, 본부 각국의 전문화 실패와 무비전과 무정책성이 서로 작용하며 심각하게 부작용을 확대재생산하는 낡은 패러다임의 틀 속에서 침몰되며 신음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했습니다. 가장 시급한 과제가 차세대 선교와 교육 양성 사명의 실패이다. 청년층을 비롯하여 청소년과 초등학교생의 교회학교는 비어가기만 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다음 세대의 한국감리교도들을 키워내지 못한다면, 다른 사명들을 말해 무엇 하겠는가? 여기서 기존 신앙교육 패러다임의 낙후성을 심원하게 성찰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합니다.

목회자 수급조절을 실패했습니다. 신학대학원을 졸업해도 찾아갈 교회나 선교 일 자리가 절대 부족합니다. 적채 되는 인원은 매해 늘어난다. 여기서 교회 매매와 세습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신학교육정책에서 실패했다. 목원대학교 신학과와 협성대학교 신학과에 감리교신학대학교 신학과의 입학정원이 미달 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교수되고 있는 신학지식의 수준과 언어의 기운은 현장에 나가서 새로운 비전을 지니고 어려운 목회 현실을 뚫어내기에는 어림도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힘들게 목회를 나가도 전도사와 그 가족은 생계문제로 불안에 떨어야 하는 절대빈곤에 허덕여야 하는 형편입니다. 어느 정도 정상적인 수준에서 목회에 전념하도록 지원해야할 최저생계비 정책은 수립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은퇴 교역자들의 노후생활을 지원하는 은급비는 고갈되고 있습니다. 현 은급제도의 운영으로는, 현재 50대 초반의 목회자들도 그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소수의 부유한 교회들에서 은퇴하는 목회자들을 제외한 대다수 교역자들의 노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무대책입니다.

젊은 목회자 세대가 지닌 무기력증은 심각합니다. 새로운 세대의 힘이 결집했던 전국감리교목회자대회는 오랜 기간 누적되었던 기존 교단의 부패를 이기지 못하고 그 소중한 시도와 기운들이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이렇게 낡고 와해된 신앙공동체의 희망과 미래를 과연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런지, 현실의 눈으로 보면 낙관하기가 어렵기만 합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신앙의 눈을 밝게 뜨고서 한국감리교회가 밝은 희망과 새 역사를 열어가기 위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제 네 번째의 건강하고 창조적인 패러다임을 만들어야할 “때”가 온 것입니다. 이 새로운 틀, 새로운 제도, 새로운 구조, 새로운 궤도를 타고 한국감리교회는 다시 한 시대를 생명력 있게 살아가며 하나님께서 주신 선교적인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한국감리교회와 한국사회, 그리고 동북아시아와 인류문명의 희망과 미래를 열어가는 결정적인 한 축이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참된 미래 역사의 지평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의 과거 역사와 전통에 대한 겸허하고 지혜로운 접근을 통한 심원한 성찰과 그 ‘창조적인 계승과 비판적인 극복’은 필수적인 요청작업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한국감리교도로서 자기 정체성(Self-Identity)을 새롭게 자각(自覺)하고 정립하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심원하게 각성된 자기 정체성과 그 비전의 빛 아래서 네 번째 패러다임을 형성해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제 4 패러다임 창출(創出)의 관점에서 한국감리교회의 새 길을 통해 이루어야 할 희망의 새 지평을 전망해보도록 합니다. 그것은 “예수생명화” 30년 운동의 프로젝트를 통해 평화공생의 생명체로 한국감리교회 공동체를 세우려는 초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예수생명화” 패러다임이겠습니다. 올해를 출발의 원년으로 하여 2045년이나 2050년 후 한국감리교회의 건강하고 창조적인 모습과 열매들을 내다보는 밝은 비전을 품고 새 길을 나서는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