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의 선물
섬김의 선물
  • 김재용
  • 승인 2019.01.0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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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목회 칼럼 39

한 번은 은퇴하신 목사님들께서 모이는 교회가 있다. 주일 예배를 드리고 선배들께 인사도 할 겸 찾아간 목사님께서 다녀오셨다. 다음 주일이 되어 애찬 시간에 성도들과 둘러앉은 자리에서 지난 주일에 다녀온 교회 경험을 말씀하셨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식사를 같이 했는데 이때까지는 여느 교회와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식사가 끝나자 이곳저곳에서 “○○○목사, 커피 타와!” 잠시 문화충격을 받은 듯 표현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교회에서는 은퇴하신 어른이셔서 성도들이 언제나 목사님께 커피도 미리 타서 드리고 섬겼으나, 선배들과 함께 하는 곳에선 제일 막내였으니 기쁨으로 커피를 타서 나르셔야 했던 것이다. 벌써 몇 해 지난 재미있는 일화이지만, 아직도 어쩌다 이 경험을 말씀하시면서 교우들과 웃곤 한다.

얼마 전에 교회를 통합해야 했다.

교회를 통합하고 보니 그 교회는 70대 전후의 성도들만 있었다. 통합예배를 마치고 함께 예배드리면서 애찬을 하였다. 애찬을 마치고 권사님 한 분이 벌떡 일어나서는 커피포트를 향해 갔다. 아직 다른 사람들은 식사를 다 마치기 전인데 키도 크시고 목소리도 중저음에 멋진 분인데 거기서 맥심 커피를 타셔서는 커피배달을 하시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내가 문화충격이었다. 연세는 칠순의 중반 정확히는 75세의 나이에 성도들을 위해서 커피 배달을 하셨다. 한 주만 서비스 하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다음 주일도 마찬가지였다. 궁금한 참에 여쭈어 보았다.

커피를 타서 섬기는 일이 즐겁고 예전부터 교회에서 그 권사님이 담당하셨다고 즐거워하시면서 말씀하셨다. 예전 같으면 모든 것에서 손을 놓고 소위 뒷방에 앉아계셔도 다 알아서 해 드릴만한 위치에 계심에도 불구하고 직접 움직이시고 섬기고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니, 교인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섬기는 일에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또, 지난 1월1일에는 그 권사님께서 출석하지 못하셨다. 길도 멀고 며칠 무리하셔서 몸이 피곤하여 오지 못하신 것이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이번에는 누가 커피 타시려나?’ 이번에는 그보다 나이가 훨씬 위인 원로 장로님이 일어나서 커피 배달을 하고 계셨다. 젊은 사람들은 식탁세팅하고 밥 나르고 하다 보니 늦게 식사가 시작되는데 나이 드신 선배들이 그걸 알고 커피를 타서 나르는 이 사랑이야말로 고귀한 섬김이 아닐까?

이런 귀한 섬김 속에서 아름다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섬김을 잘하시는 분이 건강의 선물을 받은 것이다. 70대를 훌쩍 넘긴 분들로 가득하지만 모두가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하시는 분들이고, 대접 받으려 하지 않고 먼저 움직이며 섬기려 하기 때문에 교회 분위기도 좋고 웃음꽃이 피어난다. 주중에도 쉬지 않고 소일거리를 계속 하고 계신다. 자신을 자주 움직이게 하고 또 그 수입을 통해 교회를 섬기고 선교를 하는 정열을 통해 건강이 선물로 덤으로 보태어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섬기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섬김이 몸에 베어나면 그 섬김은 부메랑처럼 선물이 되어 돌아오는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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