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 가서 들은 귀중한 교훈
심방 가서 들은 귀중한 교훈
  • 민돈원
  • 승인 2018.12.1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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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한 교인 가정을 심방하였다. 심방예배를 드리고 간절히 기도한 후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는 가운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이 교우 분은 아드님이 집에서 취미로 병아리를 키우기도 하는 분이다. 추운 겨울인지라 여름처럼 키울 수는 없기에 보온 시설을 하였는데도 지난 몇 일전 닥친 강추위에 몇몇 병아리들이 동사했다는 것이다. 그 당시 내부 온도계가 5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똑같은 장소인데도 어미닭에 의해 부화해서 데리고 있던 곳의 병아리들은 기온이 무려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갔는데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하면서 그 이유가 죽은 병아리들은 인공 부화한 병아리들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병아리들을 보면서 옛날에 아비(애미)없는 자식을 ‘후레자식’이라는 말이 이제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것이다. 즉 우리말에 막되게 자라 교양이나 버릇이 없는 사람을 얕잡아 일컬어 ‘후레자식’이라고 부르는데 그가 이 말을 한 것은 어미 없는 병아리들의 적응능력과 어미닭 품속에서 보호받고 잘못 가지 않도록 안전하게 지켜 주는 어미품속의 병아리들과의 그 추위에 살아남을 수 있는 대조적인 모습은 어미닭이 있고 없고의 차이에 있음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자기 어머니를 가리켰다.

사실 이 아드님은 현재 스스로 거동이 안 되어 몸소 누워 계시는 어머니의 모든 뒷바라지를 아버지와 함께 지극정성으로 섬기고 있는 효성이 지극한 아드님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이런 병아리 세계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을 어쩌면 영적세계에 주는 귀한 교훈이 아닐까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예컨대 어리건, 아무리 나이가 많건 간에 영적부모 같은 분을 두고 신앙 생활하는 사람과 천방지축 자기주장대로 길들여진 사람과의 차이는 교회에서 갈등이 있을 때 자기 존재감을 없애는 대신 화평하려고 하는지 아니면 더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지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효자 효녀는 부모님이 힘드셨을 때 나오는 것이 아닐까? 마찬가지로 영적 효자 효녀도 어려운 상황일 때 희생적으로 말없이 묵묵하게 몸과 물질로 자처하고 나서는 책임있는 일꾼들이리라.

비록 지금은 어머니가 그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처지에 있지만 올 겨울을 나기 위해 방안에 켜 둔 화목난로에 쓸 장작을 사오게 되는 이야기, 그 장작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입하기위해 쪼개지 않은 채 사온 것을 다시 도끼로 나무패는 일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어라고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가슴이 뭉클했다.

한편 그 아드님은 물론 아버지 권사님이야말로 더 감동적이다. 그 부인되시는 권사님을 손수 간호하기 위해 요양사 자격증까지 공부하여 취득한 후 직접 집에서 수발을 다 들고 계신다. 그러니까 한 시도 사실 곁에 떨어지기 힘든 분이다. 그런데도 주일 낮 예배 때는 교회에 오시기 위해 자주 다니지 않는 군내버스 타는 곳까지 빠른 걸음으로 10분, 그 버스를 타고 다시 내려 전철 시간에 맞춰 교회까지 오시는 시간이 9시50분 쯤 도착이다. 가장 먼저 교회에 오시는 분이다. 그러기 위해 두 시간 전쯤 집에서 나선다고 하신다.

연세도 내년이면 팔순이다. 한참 때는 육사 졸업 후 연대장까지 거친 조국의 군 요직에서 공적을 세운 명예로운 지휘관이셨다. 그러나 지금은 체험적인 신앙으로 교회에서 큰 소리 한번 치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여러 면에서 누구보다 의무에 충실한 분으로서 겸손 자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고개가 숙여진다. 심방 가면 그토록 말씀을 귀하게 여기고 사모하는 모습은 모든 성도들의 귀감이 되고도 남는다.

이처럼 실력 있고, 영성 있고, 덕 있는 성도들이 오늘날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그리워지는 이 때 권사님 같은 분을 만난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앞으로 주님이 힘주시는 한 그런 분들을 손에 꼽을 정도만이라도 세우는 목사 되어 주님께 그 영광스런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들을 하늘의 시상대 앞에 아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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