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노교수님에게서 배운 소중한 교훈
100세 노교수님에게서 배운 소중한 교훈
  • 민돈원
  • 승인 2019.01.01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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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노 철학자의 강연을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영상을 통해 보게 되었다. 그 이전에도 물론 그 분이 쓴 몇 권의 에세이를 감명깊게 읽은 적이 있기에 낯선 분은 아니었다. 특별히 이 분을 비롯한 세 분은 한국의 3대 철학자로 불릴 만큼 큰 족적을 남긴 분들이다. 바로 김형석, 안병욱, 김태길 교수님이다. 뒤에 두 분들은 작고하셨고 김형석 교수님은 현재 100세가 되신 고령이지만 지금도 교회를 비롯하여 방송에 출연하여 강연을 계속하는 등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어느 교회에서 한 강연을 들으면서 내 가슴에 부딪쳐 온 감동이 우리 한국교회 특히 목회자가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라는 사실에 공감하였다. 그 이유는 강연의 요지 중에 두 가지 때문이었다.

우선 성장하려면 계속 배우라는 말씀이었다. 이를 위해 독서를 강조했다. 안병욱 교수님이 생존해 계실 때 모교 교수님이었기에 철학시간 강의를 들을 때면 또박또박하신 그 분의 강의는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힘이 있었다. 평소 그 분의 지론은 자신의 키만큼 책을 쓰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아마 그렇게 하고도 남았을 것 같다. 당시 도서관에서 그 선생님이 쓰신 수필집은 모두 읽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비슷한 내용이 중복되기도 했지만 읽고 나면 내 의식을 깨우쳐주는 일반 책과는 무언가 다른 점이 많았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김형석 교수님의 강의를 접하면서 다시 새로운 마음을 갖게 되었다. 크리스챤 노 철학자인 교수님은 세계에 문화적인 혜택을 주는 나라로 5개국을 꼽았다. 이를테면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그리고 일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나라 국민들의 80%는 독서하는 나라라고 한다. 독서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은 60이 넘으면 완전히 다르다는 말씀도 강조하신다.

사실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취약점중의 하나가 책방이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대형 서점 몇 군데나 유지할 정도일까 그 흔하던 군소 서점들이 대거 사라졌다. 내가 대학교 다닐 때만해도 청계천 그 양쪽에 즐비하게 늘어선 중고서점들은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다소라도 덜어주는 고마운 도움이었다. 교재가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그곳 여러 서점들에 들려 애용하던 없어서는 안될 친한 벗과 같은 그 수많은 서점들이 어느 해 부터였는지 역사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아무리 인터넷에서 정보검색을 손쉽게 하는 시대라지만 여전히 지식정보가 아닌 인문학 강의나 가슴과 가슴이 맞닿은 생명을 살리는 소리는 깊은 내면에서, 그리고 천상에서 들려온다는 사실을 부인할 길이 없다. 그것이 깊은 내면에서 말씀하시는 노학자의 인문학 강의에서 비로소 듣는 것 같아 새롭고 감동이 밀려왔다.

다음으로 성장하려면 국가와 민족을 걱정하며 살아야 한다는 크리스챤 인생관을 지적하시는 말씀이었다.

그러면서 뼈있는 말씀을 하셨다. 그 노교수님이 자랄 때 목사님의 영향을 받아 크리스챤이 되었음에도 지내놓고 보니 목사님들이 쓴 책은 세상에서 베스트셀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계 승려가 쓴 책은 아무게 이름을 들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단적인 이유로 목사님들은 성경과 교리로 살기 때문에 그것만을 이야기하지만 승려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인생을 이야기로 풀어내기에 말하자면 세상 사람들이 느끼는 공감능력에서 밀린다는 그런 진단이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교수님은 예수님의 말씀을 자신의 인생관과 가치관으로 받아 드렸고 이것은 바꿀 수 없는 정신이 되었다는 것이다.

오래전에는 강연 부탁을 받으면 어디가 수입이 많으냐? 해서 골라서 갔는데 인생관이 바뀐 이후에는 소중한 일이 무엇이냐를 우선했다고 하는 고백도 흉금 없이 털어 놓으셨다.

그 분이 겪은 교수세계에도 적지 않은 교수가 학교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교수는 65세가 넘어 은퇴한 이후에는 학교가 그들을 잊어버리지만 반대로 내가 학교에 무엇을 줄 수 있을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교수는 은퇴이후에도 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정을 걱정하고 살면 가정만큼 밖에 자랄 수 없지만 민족과 국가를 걱정하고 살아가면 그 민족과 국가가 필요로 하는 만큼 성장하게 된다는 역사의식을 강조하셨다. 이것이 기독교정신이라는 것이다. 그 예로 두 민족 지도자요 그리스도 정신을 몸으로 보여준 도산 안창호 선생과 고당 조만식 선생을 꼽았다.

우리 늦둥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배우는 것이 많은데 그중에 하나가 핸드폰을 손에서 떼게 해 준 순간부터 집에 있을 때 책을 손에서 떼지 않는다. 아직 글씨를 모르기에 혼자 그림 보면서 읽기도 하다 모르면 엄마 아빠에게 책 읽어 달라고 졸라댄다. 책을 읽은 5대 국가가 세계 문화유산을 남기게 되었다는 말씀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이런 이유이다.

동시에 목사로서 자칫 국가와 민족을 외면하고 시대정신을 망각한 나머지 개교회주의, 물량주의, 성공주의, 스타의식에 함몰되어 교회를 등에 업고 비교우위를 자랑하며 자신의 위업을 은연중에 드러내려는 헛된 야심을 청산하지 않는 한 역사에 돌이킬 수 없는 외면을 당할 수 있겠다는 경고음으로 노교수님을 통해 깨닫게 된다.

그러기에 다시한번 목회의 본질에서 일탈된 모습이 무엇인가를 비단 이번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점검하게 되는 계기로 삼아야겠다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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