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질
자랑질
  • 윤미애
  • 승인 2018.12.1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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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있어요. 홈페이지에 소개된 바에 의하면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 드라마’라고 합니다. 이제 겨우 시작인데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지요.

드라마의 한 장면입니다. 병원에서 중책을 맡으리라 기대하던 의사가 있어요. 그런데 그 자리를 ‘굴러온 돌’에게 빼앗깁니다. 이에 친한 동료와 제자들이 모여 위로를 하지요. 그들이 택한 강력한 위로는 바로 딸의 성적입니다. 딸이 전교 1등을 했거든요. 그들은 딸의 성적을 칭찬합니다. 서울대 의대에 갈 거라며 건배를 해요. 풍자적인 내용에 코믹한 연기가 더해지니 실소를 금할 수가 없네요.

캐슬에 사는 아내들은 모여서 축하파티를 합니다. ‘굴러온 돌’이 중책을 맞게 된 것을 축하하는 자리지요. 최소한 겉모양은요. 하지만 내용은 달랐어요. 실은 전교 1등을 한 딸을 자랑하려는 자축연이었거든요. 코미디가 따로 없습니다. 리얼 코믹 풍자 드라마임을 보여주네요.

다섯 살 된 조카가 있어요. 이제 겨우 네 돌을 지났는데 이 아이가 참 영특합니다. 가르치지도 않은 한글을 스스로 읽기 시작한 것이 한참 전이에요.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내용을 막힘없이 말합니다. 요즘엔 그리스 로마 신화와 별자리에 관심이 많아요. 아이의 질문에 대답이 궁색해지는 경우도 가끔 생깁니다.

조카가 정말 예쁘고 기특합니다. 또래의 아이들을 보면 은근히 비교하며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을 꾹 참습니다. 이렇게 조카바보가 되어가네요.

60대의 어떤 목사님이 말씀하시더군요. 세상은 손주가 있는 사람과 손주가 없는 사람으로 나뉜다고. 자녀들이 서서히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는 시기여서 그런가 봐요. 친구들이 모이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휴대폰을 켜고 손주 자랑을 한다고 하십니다.

자랑, 세상이 온통 자랑질로 넘쳐납니다. 소소한 자신의 일상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을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럿이 모이면 어느새 서로 자랑하느라 바빠요. SNS도 한몫합니다. 그것을 통해 온갖 것들을 자랑하지요. 나이를 먹어가며 자랑의 주제도 바뀌어요. 나, 나의 성공, 나의 가족, 나의 자식, 나의 돈, 나의 손주...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스카이 캐슬에 나오는 등장인물들과 다른 점이 있을까 싶어요.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도, 자랑하는 모습도 어떤 의미에서 코미디가 아닐는지요.

과연 성경은 이에 대해 뭐라고 말할까요?

“평온한 마음은 육신의 생명이나 시기는 뼈를 썩게 하느니라.” 잠언 15장 30절 말씀이에요. 나의 자랑에 누군가는 시기를 느끼게 되고, 그게 뼈를 썩게 한다면 잠시 멈추어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의 일이라고 한다면, 뭐, 할 말이 없지만요.

예레미야 10장 23, 24절엔 이런 말씀이 있어요.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되 지혜로운 자는 그의 지혜를 자랑하지 말라 용사는 그의 용맹을 자랑하지 말라 부자는 그의 부함을 자랑하지 말라

자랑하는 자는 이것으로 자랑할지니 곧 명철하여 나를 아는 것과 나 여호와는 사랑과 정의와 공의를 땅에 행하는 자인 줄 깨닫는 것이라 나는 이 일을 기뻐하노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이걸 어쩝니까? 가장 많이 자랑하고 싶은, 가장 자랑스러운 것에 대해 자랑하지 말라 하시네요. 하나님을 아는 것,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깨닫는 것으로만 자랑하라고 하시네요.

그렇다면... 앞으론 말하고 싶을 때 나에게 살짝 물어야겠어요. 혹시 자랑하려는 건지. 그리고 기억해야겠어요. 내가 하는 말로 누군가의 뼈가 썩을 수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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