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야 가고 샐리여 오라!
머피야 가고 샐리여 오라!
  • 민돈원
  • 승인 2017.11.18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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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사노라면 전혀 예기치 않은 일들이 간혹 일어난다. 그중에는 흐뭇하고 바람직한 좋은 일이 있는가 하면 이와는 반대로 마음을 쓸어내리고 속앓이 할 수 밖에 없는 안 좋은 쪽의 일들도 또한 생긴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때로는 두 경우 모두 각각 하나가 아닌 겹쳐 일어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일이 안 좋은 쪽으로 겹쳐서 일어난 경우를 가리켜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이라고 한다. 그 유래는 미 공군 엔지니어였던 머피가 1949년 미국 에드워드 공군기지에서 조종사들에게 감지봉을 이용하여 가속된 신체가 갑자기 정지될 때의 신체 상태를 측정하는 충격완화장치 실험을 했는데 모두 실패로 끝나게 되었다. 그 이유는 기술자가 배선을 제대로 연결하지 않아 조종사들에게 쓰인 감지봉의 한쪽 끝이 모두 잘못 연결한 것이다. 이를 발견한 머피대위가 “어떤 일을 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그 가운데 한 가지 방법이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면 누군가가 꼭 그 방법을 사용한다.”에서 비롯되었다. 즉 일이 쉽게 풀리지 않을 때나 원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빈번히 나쁜 방향으로만 전개될 때 쓰이는 말이다.
예를 들자면 매일 버스를 타고 출근하다가 지하철을 탔더니 그날따라 지하철이 고장이 나거나, 바쁜데 가까운 주차장에 세울 주차공간이 없는 경우, 급한 용건이 있어 전화를 했는데 통화중이거나, 빨리 가고자 여러 줄 가운데 내가 선택한 줄보다 다른 줄이 먼저 줄어들고, 밖에서 중요한 행사해야 하는 날인데 그때가 되면 비가 내리고, 수능 시험 보기 전까지 따뜻하다 시험 보는 날은 매우 춥고...

이런 머피의 법칙과는 정반대 개념으로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우연히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풀린다는 의미로 샐리의 법칙(Sally's law)이란 말이 사용된다. ‘샐리’는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맥 라이언이 맡은 역으로 엎어지고 넘어져도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나아가는 샐리의 모습에서 나온 용어이다.

예컨대 어쩌다 결석했는데 다행히 때마침 그날이 휴강일 때, 주차장에 딱 한 곳 주차할 수 있는 빈곳이 준비 되어 있을 때, 시험공부 하지 않고 실컷 놀다 그나마 시험 직전에 잠시 본 것이 모두 출제된 경우. 어느 영업하는 집에 내가 들렀다 오면 장사가 잘되는 경우,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답답한 마음도 풀리고 앞길도 동시에 열려지는 경우... 등이다.

지난주일 낮 예배 때 아시아의 성자라 일컬을 만큼 존경 받는 실로암 안과 병원장이신 김선태 목사님(77세)이 오셔서 말씀을 전해 주셨다. 그 분의 말씀 중에 10살 때 전쟁고아가 되고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폭탄에 눈까지 실명하여 맹인이 된 이후 한동안 ‘나는 왜 하는 것마다 안 되나?’라는 일면 머피의 법칙에 해당되는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그러나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이후 지금도 일선에서 큰일을 하고 계시면서 행복해 하시는 분이다.

그런 말씀을 듣고 난 주간을 보내면서 얼마나 내가 부끄러운지 모르겠다. 눈앞에 보여지는 현실은 피할 수 없는 일로 인해 너무 마음이 혼란스럽고 무거운데 목감기까지 들어 기침으로 잠을 이루기가 힘들다. 게다가 멀리 떨어져 학교 다니는 장남이 지난 몇 개월 전에는 계단에서 넘어져 발목이 삐어 고생하더니 지난 금요일에는 또 계단 모서리에 다리를 다쳐 살점이 패여 병원에 다녀왔다면서 부모가 와야 한다는 담임선생님의 전화였다. 샐리의 법칙이 아닌 머피의 법칙의 소용돌이 속에 멘붕을 맞은 듯한 기분이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까 싶다.

그러던 중 거리에서 보았던 박카스를 실은 화물차에 쓰인 인상 깊은 감성 마켓팅 이미지가 기억에 남는다. 그 문구인즉 ‘풀려라 5000만 풀려라 피로’ 이다. 잘 풀리는 화장지가 좋은 화장지가 아닐까? 경제도 풀려야 서민들이 살기에 갑갑하지 않으리라. 아무리 겨울이라지만 너무 꽁꽁 얼어붙는 날 보다는 금새 햇빛이 들어 날씨도 잘 풀려야 한다. 피로도 풀리고 무엇보다 경직된 마음이 풀려야 의욕적인 삶을 살 수 있겠구나! 하면서 새삼스러우리만치 진지하게 부활하신 주님이 내 주인임이 분명한가? 묻기를 되뇌며 보내는 중이다.

경제는 심리이다. 라는 말이 있는데 교회분위기도 이 심리의 적용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기에 부활의 소망이 희미하여 머피의 법칙이 지배하는 분위기로서의 교회는 혼란스럽다. 그러나 샐리의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과 부활하신 주님께 소망을 두고 그 부활을 전하는 교회는 활력이 있고 행복할 것임은 틀림없다.
지금 나를 비롯한 누구에게라도 묻고 싶다. 나의 삶의 기울기는 주위의 분위기와 내 기분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머피 쪽인가?, 아니면 부활의 소망을 가지고 늘 언제 들어도 힘이 나는 샐리 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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