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은 내로남불 아니다
신앙은 내로남불 아니다
  • 민돈원
  • 승인 2017.11.11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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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간에 흔히 회자(膾炙)되는 말 중의 하나가 ‘내로남불’이라는 말이다. 즉 ‘같은 일도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 는 말에서 나온 줄임말이다. 특히 청문회장에서 공직 후보자와 질의하는 의원들이 서로 공방을 주고받는 가운데 종종 들을 수 있다. 대개 격론을 벌이는 회의현장이나 유세 현장에서 자기에게 유리하게, 또는 불리할 때 상투적으로 쓰는 단어로 곧 잘 등장하고 있음을 본다. 한마디로 자기 합리화나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려는 발상에서 나온 단어다.

그런데 이와는 좀 다른 의미이긴 하지만 같은 맥락에서 자기 자신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이와 비슷한 모습중의 하나를 교회 안에 있는 나 자신으로부터 찾아 볼 수 있는 것 같다. 지난 주 두 성도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한 사람은 전화통화로, 다른 한 사람은 직접 만나서 나눈 대화였다. 대화의 중심 내용은 신앙생활과 그에 따른 삶에 대한 문제였다.

그 중 한 사람은 내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결론적인 이야기가 이제는 좀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 가정은 이런 저런 일로 무언가에 묶여 있는 가정이다.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하고 싶다는 의미도 있으리라 본다. 그런데 대화 결과 그 말속에서는 진리로 인하여 자유하게 되는 소망이나 진리가 자신을 자유케 하리라는 말씀에 근거한 내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자유롭게 사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것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자신이 져야 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성경에 가장 악한 시대가 사사기 마지막 절에 나온 말씀과 같이 자기 소견에 부합한대로 살았던 시대였다는 것을 모르시군요. 그러니 신앙의 기본에 충실하세요. 이것만이라도 기본적으로 잘 하려고 해 보세요....’라고 했더니 답변하기를 ‘그래도 신앙의 기본은 지키려고 합니다. 속회도 안 빠집니다...’였다. 그 이전에도 그렇고 현재도 그 기본마저 몇 주째 안 되고 있기에 꽤 강도 높게 어렵고 무거운 권면을 했던 건대 그런 답이었다.

그리고 다른 한 분과의 대화 역시도 그런대로 잘 하려고 하는 분이긴 하지만 평소 드리는 예배 생활의 성실성을 부탁 드렸다. 그러면서 주위에 십 여 년 이상 장기결석자들을 만난 본 후 그들의 이유가 무언지를 물었다. 그러자 그들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교회에서 회의할 때 이런 저런 이유 때문이었고 그리고 현재 교회 안에 사람들이 더 바뀌어져야 한다...’
이에 나와 대화했던 그 분도 덧붙이기를 ‘교인들이 먼저 안 믿는 사람들 앞에 본이 되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왜 그렇지 못한지 모르겠다...’고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이 두 분들과 대화를 하고 난 이후 가졌던 느낌은 교인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정도는 안다. 그러나 문제는 잘 못 학습되고 길들여져 온 나머지 잘 못 알고 있는 것들도 적지 않고 그중의 하나는 그들 대부분이 신앙도 삶의 자세도 자기들의 잣대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 가이다. 그렇게 되다 보면 심지어 신앙을 내 몸에 맞게 재단해서 살아가는 위험성까지 보인다. 결국 그 결과 나는 남보다 괜찮게 하고 있고 그런대로 잘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이것이 자신이 변화되지 못하도록 보이지 않은 영적 어둠의 덜미에 접혀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우리 믿음의 선배들은 믿음 지키기 위해 그 모든 것, 아니 가장 귀한 생명까지도 다 버렸는데, 지금의 우리는 주일 하나도 지키지 못하는 이유가 오만가지다. 예컨대 봄에는 꽃구경가고, 결혼식 가느라고, 여름에는 피서 철이라, 집에 손님이 와서, 가을에는 명절 지키랴, 벌초하랴 바빠서, 겨울에는 김장 때문에, 농사철에는 일하느라고 피곤해서, 그리고 한가할 때는 놀러 가느라고, 아플 때는 병원 가느라고, 학생 때는 공부하느라고, 젊을 때는 친구 만나려고, 나이 들어서는 힘이 없어서, 그리고 그 다음에는 어떤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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