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돈 주고는 살 수 없어요...
우리 돈 주고는 살 수 없어요...
  • 민돈원
  • 승인 2016.09.1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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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여성인 모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때 집중 추궁 받았던 질문이 가족의 재산 문제였다. 그의 남편이 유명 법무법인 변호사이니 초고소득자임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다. 서민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거액재산 소유의 출처를 밝히라는 것이었으나 후보자가 시원스럽게 답변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의원들이 밝힌 자료에 의하면 그가 두 자녀를 해외에서 공부시키느라 송금하는 돈도 1년이면 억 단위였다. 그가 소유하는 집은 10억이 넘었고 1달 용돈도 2천만 원 이상 이었다. 이런 꿈만 같은 현실을 사는 분들이 우리 주위에는 적지 않아 보인다. 능력 있어 그렇다고 하기에는 왠지 너무 이질감이 있어 보인다.

나는 목사로서 스스로 질문하기를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가장 비현실적으로 사는 것이 무엇일까? 라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중의 대표적인 것이 물질 문제였다. 교회 담임하는 목회자만큼 극심한 소득 차이가 심하게 나는 직업이 또 있으랴! 나는 어디쯤 레벨에 속할까? 아마도 중간쯤 되지 않을지 모르겠다.

20대 초반 직장 생활할 때만 해도 돈이 통장에 쌓여져 갔으니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가 없이 지속되었다면 비슷한 시기에 같은 회사 다니고 있는 내 친구와 비교해 본다면 서울에 괜찮은 아파트 한 채 정도는 물론이거니와 자녀교육 시키는 것은 무난하고 여유롭게 쓰고도 즐길 돈이 저축된 카드 몇 개 정도는 꿰차고 있었을 것 같다.

내 아내 역시 결혼 직전 직장생활 10년차였기에 그때만 해도 제일 좋은 것을 구입할 여건을 가지고 살았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결혼하면서 몇 개월 안 되어 그 직장도 사직함으로써 그동안 만져보던 세상적인 돈 줄은 끊어졌다. 그러기에 지금 내 삶은 그때만큼이야 현실적으로 넉넉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난 그런 날들에 대해 결코 후회하진 않는다. 그 이유는 누군가에 의해 떠밀려 하는 일도 아니고 인간적인 야망을 성취하려고 시작한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아내에게 질책한 일이 있었다. 종종 성도들로부터 사랑하는 마음으로 귀하고 값이 나가는 것을 대접 받게 되면 귀에 거슬리게 입버릇처럼 으레 하는 말이 있다. 그 말인즉 ‘비싸서 우리 돈 주고는 살 수 없는 것들이다 ...’라는 식의 고마워서 하는 말이지만 그때마다 품격이 떨어지는 식의 말투였기 때문이다. 선물 해준 분에게 너무 고마워서 극찬의 표현으로 하는 말이라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기에 그들을 늘 기억하고 축복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굳이 그 앞에서 또는 늘 내 앞에서 덧붙이는 그런 말은 낮은 자존감에 의한 부정적 자아상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한 소리 하곤 한다. 더욱이 자꾸 우리 형편과 연결시켜 하는 말이 못내 속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뒤돌아서서 그런 아내를 보면 무척이나 왜소해 보이는 것 같아 사실 마음이 아파 내심 얼마나 눈물이 맺히는지 모른다. 아마 청문회 그 후보자 정도는 아닐지라도 그런대로 넉넉한 직장 생활을 하는 아내였다면 앞에 언급한 그런 말을 할 필요도 없을 테니 내 책임도 없지는 않다고 본다.

성도는 쌓아놓고 살아도 흠이 안 되지만 목사는 쌓아놓고 사는 것이 다른 목사님은 모르지만 내 삶에 있어서만큼은 부자연스럽다. 주님 가르쳐 주신 기도대로 일용할 양식과 같이 우리 가족은 그 때 그때마다 살만큼 주시면 떨어지는 속에 살아감을 경험해 오고 있다.

사례비가 많다고 많이 써 본 적도 없고 상대적으로 적다고 헌금을 줄여 본 적도 없다. 오히려 할 일이 많은 교회의 경우 내 몸에 개인적으로 걸치는 것을 취소하거나 줄여서라도 교회의 당면한 필요를 먼저 채우기 위한 삶은 20년 전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기본적인 원칙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물론 성도들은 이런 목사의 깊은 속사정 까지는 솔직히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유가 있어서 하는 경우는 한 번도 없다. 어려울수록 그렇게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도들 입장에서는 도리어 목사는 그렇게 살아야 되는 줄로 아는 사람이 많으면 많았지 하는 마음이 틀리지 않아 보인다.

아! 언제쯤 아내가 ‘우리 형편에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들이다.,..’라는 말이 지워지는 날이 올까?

아니다! 그런 날이 오지 않더라도 그런 말과 무관하게 주님이 주인 되시는 교회의 존재감이 지역 복음화의 기상도를 바꾸는 영향력이 있는 교회되도록 내가 기뻐드리는 물질도 젊음도 건강도 그리고 내 삶 모두가 오직 사그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한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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