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램!
바램!
  • 이구영
  • 승인 2016.05.0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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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노사연 씨가 부른 노래 중에 ‘바램’ 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어느 날 그 노래를 듣는데 참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어찌 보면 내 이야기나 아내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내 부모님의 노래인 것도 같았습니다.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고, 울컥한 마음에 눈물이 나곤 했던 노래입니다.
“내손에 잡은 것이 많아서 손이 아픕니다. 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온 몸을 아프게 하고,
매일 해결해야 하는 일 땜에 내 시간도 없이 살다가 평생 바쁘게 걸어왔으니 다리도 아픕니다”

땅은 좁고 사람은 많은 나라에 태어나서 남들보다 잘 살지는 못해도 남들만큼 만이라도 살아보려니까 아주 많이 힘이 들었습니다.
부잣집에 태어나지 못했고, 건강하게 태어나지 못했고, 머리 좋게 태어나지도 못했는데 잘 살아보려니 더 힘들었습니다.
나이 들어 결혼하고 나니, 자식도 잘 키워야 했고, 돈도 모아야 했고, 노후대책도 세워야 했고, 거기다가 믿음으로 살아보려니까 더 힘이 들었습니다.
바르게 사는 것도 힘들었고, 양심을 지키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부모가 되어보니 자녀들을 제대로 먹이지도 입히지도 못하면서도 잘 살아주기를 기대해야 했기에 마음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자식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있었고, 부모님을 바라보면 죄송한 마음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매일 마다 해결해야 할 일들은 늘어나고, 교회에서도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밀려드는 일 땜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걷고 걷고 또 걷고, 뛰고 뛰고 또 뛰느라고 다리도 아팠지만 누구 한 사람 알아주는 이 없었고, 다리를 주물러 주는 자식들도 없었습니다.

어느날 그렇게 바쁘게 위로받지 못하며 살다가 문득, 부모님이 생각났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사셨던 엄마 그리고 아버지!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고, 인정을 받고 싶었지만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아 늘 홀로 외로와야 했던 어머니가 생각났습니다.
“내가 힘들고 외로와 질-때 내 애길 조금만 들어준-다면 어느 날 갑자기 세월의 한복판에 덩그러니 홀자 있진 않겠죠 큰 것도 아니고 아주 작은 한마디 지친 나를 안아주면서, 사랑하다 정말 사랑한다는 그말 해준다면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할겁니다”

어머니께서 대장암 수술을 하시러 서울대학병원의 수술실에 들어가시던 날,
침대에 누워 외로이 병실에 실려 들어가는 어머니를 보면서 따뜻한 말 한마디 해 드리지 못했습니다. 평생 나를 사랑해 주셨지만 ‘사랑합니다’ 라는 말 한마디 고백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래서 후회가 아주 많습니다.
그게 어려운 것도 아니었는데, 힘들어 하실 때, 벅차 하실 때 왜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따뜻한 말 한마디 해 드리지 못했을까?
돈이 없어 허덕이실 때 왜 죄송하다고, 더 열심히 살겠다고 말씀드리지 못했을까?
큰 것도 아니고 아주 작은 한마디 지친 부모님의 어깨를 안아드리면서 ‘사랑합니다’
정말 사랑한다는 그말 왜 못하고 살아왔고, 그 말 못하고 떠나보내드렸는지..
사랑한다는 고백과 함께 자주 앉아드렸다면 그 힘든 가운데에서도 사막 같은 인생을 지나시면서라도 꽃길을 걷는 것 같이 사셨을 텐데.. 암에도 걸리지 않으셨을 것이고, 암에 걸리셨더라도 충분히 이겨내셨을텐데...
끝까지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 들으시고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가 생각이 납니다.
어머니는 저를 저 높은 곳에 함께 데리고 가고 싶어 하셨습니다. 하나님계신 바로 그 천국에..
당신이 먼저 앞차로 가 있을 것이니 너도 꼭 따라오라고 하셨습니다. 사랑하시니까 천국에서도 함께 살고 싶으셔서.. 그런데 나는 그 마음과 그 사랑을 알지 못한 채 서른을 지내고 마흔을 넘겼습니다.
이제 오십이 너머서 엄마를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싶은데 엄마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노사연씨의 이 바램이라는 노래를 연인사이의 노래로 이해했습니다.
맞습니다. 연인사이의 노래이고, 부부 사이의 노래 맞습니다.
아내를 생각하는 남편!, 남편을 생각하는 아내!

그런데 문득 이 노래를 듣다가 지쳐 몸을 가누지 못하시고 기운 빠지셨던 어머니가 생각이 났습니다. 힘든데 위로해 주는이 없고, 아픈데 주물러주는이 없고, 외로운데 함게 해 주는 없고, 약한데 강한 척하며 살아야 했던 어머니가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평생 사랑한다는 그 말 한 마디도 해 드리지 못한 내 형편없음이 보였습니다.

한 주간 내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던 운율이 있습니다.
“큰 것도 아니고 아주 작은 한 마디 지친 나를 안아 주면서......... 사랑하다 정말 사랑한다는 그 말 해 준다면.......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할 겁니다”

예수님께서 천국으로 승천하시기 전에 사랑하는 베드로에게 찾아오셔서 물으셨습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다른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3번이나 반복된 이 질문이 자꾸만 생각납니다.
그리고 끝까지 사랑한다는 고백 한 마디 해 드리지 못했던 베드로의 냉냉함도 생각이 납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예수님 사랑합니다!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
아내와 남편. 사랑합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듣고 싶은 한 마디가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그 고백이 부모님의 삶이 비록 사막이라 할 지라도 꽃길임을 느끼게 해 드릴 것 같습니다.
나를 가장 사랑해주시는 부모님을 향하여 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 모두가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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