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방 감사헌금
신방 감사헌금
  • 신상균
  • 승인 2016.03.09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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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교회의 시골목사 이야기 2016년 3월 9일

“신방 감사헌금”

처음 보는 헌금 제목은 나를 의아하게 만들었다.

‘누가 결혼을 해서 신방을 차렸나?’

그런데 알고 보니 심방을 받은 성도들이 감사헌금을 드리는데 “심방 감사헌금”이라고 드리지 않고, “신방 감사헌금”이라고 드린 것이었다.

처음 그 글자를 보는 순간 나는 매우 당황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오래 된 교회에서 심방을 몰라서 신방으로 썼단 말인가?’

어느날 교회 교육을 하면서 나는 말했다.

“신방이 아니고 심방입니다. 찾아가서 만난다는 뜻입니다. 앞으로 심방으로 쓰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그 이후에도 ‘신방 감사헌금’을 하는 것이었다. 면전에서 글이 틀렸다고 말할 수 없어서 추후에 속장들을 통해서 교육을 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신방 감사헌금’이 드려지는 것이었다.

왜 신방 감사헌금이라고 그럴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직접 물어볼 수는 없어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신방 감사헌금’을 드리는 교회가 우리 교회이외에도 꽤 있는 것이었다. 그곳의 해석에 의하면 ‘신방’이라는 뜻이 ‘신방(神訪)’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방문하셔서 축복해 주셨던 것처럼, 목사님이 가정을 방문해 하나님의 말씀으로 축복해 준다는 뜻으로, ‘신방(神訪)’이라는 것이다.

또 원래 심방의 뜻이 “방문하여 물어본다”라는 뜻이 있는데, 묻는다는 단어가 ‘신(訊)’이다. 그래서 ‘신방(訊訪)’이라고 할 수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심방이라고 하기에, 몇몇 사람들 때문에 다시 말하기도 뭐해서 나중에 기회를 보기로 하고 넘어갈 때가 많았다.

금년에 심방을 시작했다. 그동안의 교육 덕분인지 대부분의 성도들이 “심방 감사헌금”을 드렸다. 그러던 중 한 가정에서 심방을 마친후 나는 그 글자를 다시 볼 수 있었다.

“신방 감사헌금”

그런데 금년에는 그 글자를 보면서 내 반응이 달라진 것이었다. 오히려 반갑고 정다운 것이었다. 하도 오랫동안 ‘신방 감사헌금’이라는 글자를 보았기에, 내가 무뎌진 것일까? 아니면 이제 포기한 것일까? 예전에는 ‘신방 감사헌금’을 보면서 글자가 틀렸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왜 금년에는 그 글이 그렇게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시골의 순수함이 묻어 있어서 그런 것일까?

심방을 준비하면서 목사는 많은 생각을 한다. 그런데 그 중에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심방을 통해 성도들이 성숙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심방을 하고 나면 교회 잘 안 나오던 성도가 잘 나오고, 기도 안하던 성도가 기도하게 되고, 봉사 안 하던 성도가 봉사하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목사는 심방 후에 성도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주목하게 되고, 달라진 그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는 것 같다.

금년에도 그렇게 시작을 했다. 어떻게 하면 더 열심히 하게 할까? 어떻게 하면 용기를 줄까? 어떻게 하면 축복을 선포할까?

그런데 성도의 헌금에 쓰여진 ‘신방 감사헌금’을 보는 순간 정말 ‘신방’인 것처럼 느껴졌다.

사랑하는 목사와 사랑하는 성도들이 함께 사랑을 나누는 곳.

왜 심방이 싫어졌을까? 신방이 되지 못하고 심방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함께 살아갈 성도와 목사가 한 방에서 사랑으로 노래하고, 사랑으로 기도하고, 사랑으로 약속을 나누면 되는데, 자꾸 묻고 가르치고 요구하다 보니 싫어진 것이 아닐까?

그것을 깨닫고 난 사랑하는 성도를 신방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음껏 사랑을 나누었다.

오늘 신방을 했던 집사님이 내게 문자를 보내오셨다.

“목사님 신방 감사합니다. 하나님 떠나지 않고 끝까지 승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도 이제 심방보다 신방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우리 교회 신방은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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