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은 목사가, 해결은 성도가
걱정은 목사가, 해결은 성도가
  • 신상균
  • 승인 2016.02.23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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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교회의 시골목사 이야기 2016년 2월 24일

3시 50분 알람 소리에 맞추어 일어났다. 사순절 새벽예배를 드리기 위해 부지런히 준비하고 교회로 나갔다. 안내자들과 함께 현관문에 서서 하늘을 보고 있었는데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어 눈이 오네요”

눈을 보면 기쁘기도 하지만 사순절에는 긴장하게 된다. 왜냐하면 눈으로 인해 성도들이 교회 오는 데 불편할 것 같기 때문이다. 차량운행하는데 미끄럽지는 않은지, 걸어오는 성도들은 넘어지지는 않을지...

아니나 다를까 성도들이 교회로 오는데 종종 걸음으로 온다. 층계를 올라오는 성도들을 보면서 말한다.

“조심하세요. 조심하세요.”

오늘은 성도들이 다른 날에 비하여 적게 왔다. 항상 95명 선을 유지했는데, 88명이 온 것이다. 역시 눈길에 오는 것이 부담되었나 보다.

예배를 드리고 기도한 후 교회문을 나선다. 다행히 하늘의 눈은 더 이상 내리지 않았다.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집으로 오려고 하는데 길이 이상하게 보였다. 집으로 가는 길의 색깔이 마당색깔과 다른 것이었다. 마당은 눈으로 덮여 하얀 색이었는데 집으로 가는 길은 회색이었다.

누군가 사택으로 가는 길을 쓸어 놓은 것이었다. 그 길은 마치 모세가 건넜던 홍해의 길처럼 이어져 있었다. 양 옆으로 눈이 쌓여 있었고, 가운데로 난 길이 사택을 향하여 있었다.

나는 자세히 그 길을 살피기 시작했다. 분명 그 길은 우리 집 앞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교회 본당 층계를 거쳐 교회 마당을 가로질러 교회 앞 도로로 이어져 있었다. 그렇다면 이 길을 만들어 놓은 사람은 우리 가족 중 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마을 앞 도로를 거쳐 간 사람임에 틀림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물었다.

“누가 눈 쓸었어?”

역시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아니었다.

그럼 누구일까?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나이 71세의 할아버지 권사님

그분은 그랬다. 눈이 오면 꼭 우리집 문 앞에서 교회까지 길을 쓸어 놓으셨다. 비록 마당 전체를 다 쓸지 못하지만 늘 목사의 문 앞에서부터 교회까지 쓸어 놓으셨다.

눈길 걷지 말라고, 오다가 미끄러지지 말라고, 오다가 발 시렵지 말라고

목사는 걱정만 했는데 권사님은 해결 해 주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말 목사는 걱정만 많은 것 같다. 이번 사순절 새벽기도도 그랬다.

‘차량운행은 어떡하지? 찬양인도는 어떡하지? 출석체크는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가만히 보니 다 성도들이 하고 있었다. 차량운행도, 찬양인도도, 출석체크도.

나는 다짐한다. 걱정하지 않기로,

우리교회 성도들이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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