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어머니!
사라져가는 어머니!
  • 이구영
  • 승인 2016.01.08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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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희생과 헌신의 대명사이었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못 입고, 못 먹고, 못 쉬고...
수많은 날을 잠을 설치며 자녀들을 위해 희생하며 사셨던 분들이셨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우선순위 1번이 자녀들이었고,
자녀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억울함도, 분노도 삭혀가며 묵묵히 살아내신 분들이셨습니다.
친구를 만나고 싶어도, 혹은 큰 소리로 울고 싶어도 자녀들이 있어서 끝내 긴 한숨으로 대신해야 했던 분들이 어머니들이었습니다.
교회에 가보면 늘 우시던 분들이 계셨습니다.
하나님 앞에서라도 울지 않으면 못 살 것 같은 한과 서러움이 있었지만 자녀들 앞에서 울지 않으셨던
어머니들!
그분들께는 나 보다는 자녀가 늘 먼저 있었습니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어머니가 사라져갑니다.
자녀들이 학교나 학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되면 늘 집에서 아이를 맞아주던 어머니가 사라져갑니다.
먹고 싶어도 못 먹고 자녀와 함께 먹으려고 기다리던 어머니가 사라져갑니다.
몸매를 가꾸고 싶고 예쁘게 화장을 하고 싶어도 자녀들을 생각하며 많은 것들을 포기했던,
또 여자이고 싶고 사랑받고 싶었던 마음을 접어두었던 어머니들이 사라져갑니다.

휘트니스센터에 새벽부터 밤까지 여성들이 만원입니다.
음식점에는 점심이건 저녁이건 술 한 잔과 함께 맛난 음식을 찾아다니는 여성들이 웅성입니다.
세일과 관계없이 옷이 있는 곳에는 늘 아주머니 행렬이 망설임이나 주저함없이 자신의 옷을 고릅니다.
신발가게에도, 악세사리 가게에도 인산인해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집 앞 치킨 집에는 늦은 시간까지 통닭과 맥주를 찾아오는 여성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학원에서 돌아와도 엄마는 없습니다.
먹고 싶으면 혼자 찾아먹어야 합니다.
입고 싶으면 알아서 입어야 합니다.
옷을 입고 싶은데 세탁기에 빨래통에 들어가 있어서 마땅히 입을 옷도 고르기 어렵습니다.
때로는 세탁기에서 다시 꺼내 입기도 합니다.
마땅히 대화의 상대도 없습니다.
어머니가 실종되었습니다.
사랑의 무게저울이 자녀들에게서 나 자신에게로 기울어진 시대가 되었습니다.
내가 자녀보다 우선이기에 희생이나 헌신은 불가능합니다.
사춘기를 지나는 아이들이 엄마를 향하여 욕과 저주를 퍼 붓는 것을 봅니다.
감히 입에 올릴 수 없는 말을 엄마에게 퍼붓는 자녀들을 봅니다.
이제 아이들은 알고 있습니다.
더 이상 엄마는 나를 위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저 엄마는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만을 위해 사는 여자라는 것을!

아이들 때문에 못 살겠다는 엄마들도 봅니다.
모든 책임을 아빠에게 지우고 이혼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이제 때로는 어머니라는 단어에 희생이나 헌신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음식점, 휘트니스센터, 쇼핑센터, 친구들 혹은 술이 떠오릅니다.

갑자기 답답해집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자식들 때문에 자신을 잊고 사셨던 어머니!
늘 우선순위 1번에 자식이 있었던 어머니!
너무 이 시대에 맞지 않는 무리한 그리움인 것 같아 더 아쉬움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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