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대낭
쑥대낭
  • 최광순
  • 승인 2021.08.1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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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

제주에 곧고 키가 큰 나무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절물휴양림에도 이 나무로 가득 차 있고, 관광객에 인기가 많은 사려니숲도 이 나무로 되어 있습니다. 제주에서 성산을 가려면 꼭 비자림로를 지나야 합니다. 그런데 그곳에 비자나무는 없고 쑥대낭이 길 양쪽으로 빽빽하게 서 있는 모습을 봅니다. 제주에서는 쑥처럼 쑥쑥 자라난다고 쑥대낭이라 부르는 삼나무입니다.

사실 삼나무는 제주의 고유종이 아닙니다. 일제 강점기 조림 사업에 의해 심어진 나무입니다. 한때는 인기가 많았습니다. 빨리 크고 세찬 비바람이 막아주어 제주의 감귤농장마다 제격인 나무입니다.

모든 나무마다 피톤치드를 내뿜고 있습니다. 편백의 피톤치드 양을 100% 기준으로 할 때, 삼나무는 80%로 굉장히 높은 피톤치드를 뿜어냅니다. 숲에 가면 피부가 시원해지는 이유가 바로 자연 항생제 피톤치드가 사람의 피부를 정화 시켜주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한때 방풍림으로 환영을 받던 이것이 애물단지가 되었습니다. 삼나무의 꽃가루가 사람에게 알레르기와 아토피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삼나무의 특징 중 하나는 다른 식물들이 피해간다는 사실입니다. 감귤나무의 뿌리가 측백나뭇과인 편백은 쉽게 교차해 지나가지만, 삼나무는 피해간다고 합니다. 보통 나무는 비바람과 햇빛을 받을 경우, 귤나무는 1년 정도면 썩기 시작합니다. 피톤치드를 많이 내뿜는 편백 또한 썩기 시작하지만, 삼나무는 오랜 시간 썩지 않고 그대로 있습니다.

삼나무는 10년 정도면 20m 이상 쑥쑥 자라는 나무입니다. 이 나무의 다른 특징은 나무가 연하고 매우 가볍습니다. 모든 나무증 강도가 하(下)급에 속하기 때문에 가구나 건축자재에 잘 사용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어(漁)상자로 사용됩니다. 경제수종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감귤농장마다 방풍림으로 사용되던 삼나무를 잘라도 그냥 쌓아놓아 땔감으로 대부분 사용합니다. 그마저 너무 빨리 타 땔감이 소비가 많기도 합니다.

한때는 정부의 권장 수종이었지만, 지금은 있는 나무마저 베어버리고 자생종인 편백나무, 황칠나무, 고로쇠나무 등을 심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무성찬기를 제작하는 나에게는 이것이 너무나 귀한 나무입니다. 처음부터 삼나무로 나무 성찬기를 만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무가 연하다 보니 끌을 갖다 대기만 하면 깎이지 않고 뜯어져 나갑니다. 햇볕을 몇 달만 쬐어도 쩍쩍 갈라지는 나무입니다. 가구나 건축자재로도 쓰이지 못하는 이것을 어느 누가 목공예에 쓰겠습니까? 포기하다시피 한 자재였지만, 지금은 거친 나무의 결이 광택이 날 정도로 다듬어집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 않았습니다. 쑥쑥 자라는 나무는 그것만의 다듬는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제는 갈라지지 않는 나무의 건조법과 성형법을 찾아내었습니다. 내게는 귀한 쑥대낭이 제주 곳곳에 가득차 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누구에게는 애물단지이지만, 누구에게는 보화가 될 수 있습니다.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 있지만, 말이 고개를 숙여 물을 마시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목회를 잘하는 목사를 보면 차려주는 밥상에 숟가락만 얻는 분들이 아닌 것 같습니다. 상가교회든, 시골교회든 스스로 밥상을 차릴 줄 아는 목사가 목회를 잘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재정 탓, 환경 탓, 성도 탓만 하는 분들은 어디를 가도 목회가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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