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속에 민족의 얼이 있다
동요속에 민족의 얼이 있다
  • 민돈원
  • 승인 2021.08.1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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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창작동화 당시 모습(2010.7.6)
아들 창작동화 당시 모습(2010.7.6)

60~70년대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다닐 때는 음악 시간이 있었다. 음악책도 물론 있었다. 그 책 안에는 비록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부르면 웬만큼 거의 따라 부를 수 있는 기억에 생생한 동심과 아름다운 자연을 반영한 동요들이 수록되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날 교육현장에는 그런 동요가 언제부터인가 사라진 지 오래다. 공교육현장에서 가르치지도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요를 부르는 우리 어린이들을 찾아볼 수 없다. 동요는 동심의 마음을 갖게 한다. 동화는 동심을 가진 어린이라면 창작할 수 있고 동심을 가진 어른이라도 가능하다.

금년 21세인 우리 큰 아들이 초등학교 1-2학년 때의 일이다. 학교 갔다 집에 오면 으레 즉석 창작동요 1-2편을 내 앞에서 하도록 했다. 당시 아들은 책을 많이 읽은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그 아들이 지체없이 그 자리에서 2~4분 내외의 동화를 너끈히 구현해 냈다. 그런 구연동화 여러 편이 지금도 인터넷에 실려 있다. (다음 검색창에 ‘민모세 창작동화’를 치면 가능)

하지만 그런 정서와 시대성과 동심이 담긴 동시나 그런 동시를 작곡한 동요를 갈수록 접하기 힘든 시대이다.

모름지기 한국교회 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리울 만큼 교계와 60-70년대 음악책에 다수 수록된 동요를 작곡하신 박재훈 목사님이 지난주 100세를 일기로 하늘나라의 부름을 받았다. 특히 우리가 사용하는 찬송가 중에 그 목사님이 작곡하신 찬송들이 우리나라 사람의 심성을 살린 친근한 가락임을 볼 때 음악적 신토불이를 얼마나 정확히 궤 뚫었는가를 부르는 중에 느낄 수 있다.

예컨대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301장) “말씀으로 이 세상을”(319장) “눈을 들어 하늘보라 어지러운 세상중에”(515장) “어서 돌아오오”(527장) “언제나 바라봐도 늘 보고 싶은 분”(578장) “산마다 불이 탄다 고운 단풍에”(592장)

이들 모두 마음에 매우 정겹고 친하게 와닿는 은혜로운 찬양곡이다.

나아가서 그 목사님이 작곡하신 동요는 더더욱 언제 불러도 어릴 적 동심을 자아내게 해 준다. 그렇게 부를 수 있도록 만드신 음악적 재능은 하나님이 주신 영감으로 당시 어린이들의 마음에 심어주었기 때문이리라 본다. 한때 부르다 소멸되어 버린 일반 가요가 아닌 두고두고 불러도 새롭고 생동감을 주며 마음을 새롭게 씻어 주는 것 같은 동요들이다. 그런 동요 대부분이 그 목사님의 작품들이다.

예컨대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어머님의 은혜) “흰구름 뭉게뭉게 피는 하늘에(여름성경학교 교가)” 외에 “산골짝의 다람쥐 아기 다람쥐” “송이송이 눈꽃송이 하얀꽃송이” “시냇물은 졸졸졸졸 고기들은 왔다갔다”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엄마 엄마 이리와 요것 보셔요”

이 중 여름성경학교 교가(흰구름 뭉개뭉개)를 비롯한 이와같은 동요들은 천년이 가도 보존되고 불리어야 할 국보급 동요라 격찬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동요 속에 배어있는 값으로 계산할 수 없는 그 순수함과 정신적 유산과 가치의 소중함 때문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기성세대들에 의해 그런 동심이 피어나지도 못한 채 이념화되고 편향된 시대사조의 학습화로 역기능이 우려된다. 이른바 오늘날 다양한 가치존중이란 부정적인 측면의 절대가치 부정, 탈종교화, 이념과 정쟁으로 얼룩진 정통성의 붕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처럼 인성이 사나와지고 기존 질서를 해체하려는 새로운 사조들은 한때 머물다 사라질 유행과 풍조에 지나지 않으리라 본다. 이럴 때 고 박재훈 목사님을 비롯한 이 땅의 교육을 나라사랑으로 엮어 남기신 분들의 주옥같은 동요들의 가치를 다시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동심의 유치원에서, 초등학교에서 케이팝(K-pop)의 현란한 몸짓을 따라 부르기 전에 앞서 정규과목에서 선생님과 어린이들이 함께 파란 마음 하얀 마음을 담아 불리기를 소망한다. 민족의 얼이 이 동요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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