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이 가지는 의미
“0”이 가지는 의미
  • 정택은
  • 승인 2017.08.0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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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 숫자는 모두 열 글자이다. 그 중에서 가장 의미 있는 숫자는 “0”이 아닌가 싶다. “0”은 모든 숫자 뒤에 붙어서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높여 주면서도 그 자신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이 사회에는 많은 숫자가 있다. 그런데 진정으로 이 사회에 필요한 사람은 바로 “0”과 같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된다.

오늘 우리가 사는 사회는 “1”을 좋아한다. ‘첫째’라는 뜻에서 좋아하고, ‘맨 먼저’라는 것에서 좋아하고, ‘맨 위’라는 뜻에서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나머지 숫자들은 그 아래에 놓여야 한다는 점에서 “1”은 희생을 동반하거나, 독선을 뿜어내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1”을 지향하는 사회에서 “0”이라고 하는 것은 굉장한 매력을 주는 숫자임에 틀림이 없다. 자신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나 남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높여주는 “0”의 위력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바로 이 “0”과 같은 모습이 오늘을 사는 크리스찬들이 가져야 할 삶의 태도가 아닌가 싶다. 이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라는 가르침은 분명 “0”의 속성을 가지라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촛불을 보면 자신을 태워서 세상을 밝힌다. 자신이 타들어 가서 없어지는 “0”과 같은 그 아픔을 가지면서도 더욱 영롱하게 주위를 밝히는 삶을 산다. 소금은 자신을 녹여야 맛을 낼 수 있다. 자신을 맑게 녹여서 “0”과 같이 없어져야 맛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소금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녹지 않으면 짠 맛을 낼 수 없는 것이다.

한동안 모 그룹 모 회장이 “탁월한 인재 한 명이 천 명,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을 하면서 인재개발, 인재확보 전쟁을 펼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각 언론들도 이 말을 대서특필하며 집중 조명한 적이 있다. 물론 기업논리, 경영논리로는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러나 교육은 기업논리와 경영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NQ(Network Quotient)라는 말이 한동안 회자된 적이 있다. 이는 ‘공존지수’를 말하는 것으로,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 혼자가 아닌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교육도 경쟁을 통한 우열을 조장하는 교육이 아니라, 협동을 통해 더불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교육방식으로 바뀌어가야 할 것이다.

이 시대는 “1”을 주장하는 사회에서 이제 개인이건 회사건 국가이건 간에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더욱 “0”이라는 삶의 정서가 우리에게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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