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모두 타인을 위해 신장기증
부부가 모두 타인을 위해 신장기증
  • KMC뉴스
  • 승인 2017.07.2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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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서유연 씨 2003년 7월 신장기증. 남편 김영철 씨 아내 따라 7월 신장기증해
▲ 김영철, 서유연 부부

“부부는 일심동체, 나누는 마음까지 붕어빵처럼 닮은 부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장기본부)는 7월 20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신장기증 수술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타인을 위해 자신의 신장 하나를 기증하겠다고 나선 이는 부산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김영철 씨다. 김 씨의 신장기증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지난 2003년 김 씨의 아내 서유연 씨 역시 타인을 위해 신장을 기증한 기증인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서유연 씨는 만성신부전 환자들의 실상을 보여주는 한 TV프로그램을 본 뒤 신장기증을 결심했다. 타인을 위해 자신의 신장 하나를 기증하겠다는 서 씨의 말에 가족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서 씨는 포기하지 않고 오랜 시간에 걸쳐 가족들을 설득했다.
“당시 TV프로그램을 통해 물 한모금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는 만성신부전 환자들의 모습을 보고 너무 안타까워 그들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꼭 나눠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1999년에 장기본부 부산지부에 사후 장기기증 서약을 해놓았던 서 씨는 망설임 없이 만성신부전 환자를 위해 신장 하나를 기증했고, 우연히도 그 신장을 이식 받은 이는 전남 광양에 거주하던 40대 남성 강웅길 씨였다. 영호남을 잇는 신장기증에 많은 언론이 관심을 보였고, 서 씨의 신장기증에 감동을 받은 강 씨의 아내 정미숙 씨가 자신의 신장을 다른 만성신부전 환자를 위해 기증하며 릴레이 신장기증이 이루어졌다.

“아내 이외에도 신장 기증 후 아주 건강하게 지내면서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신장 기증 후 새생명나눔회(장기본부를 통해 신장을 기증하고 이식받은 사람들의 모임)를 통해 신장 기증인 및 이식인들과 교류하던 서 씨와 함께 남편 김영철 씨는 신장기증 후에도 건강하고 밝게 생활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신장 기증 후에도 건강하게 생활하며 나눔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들의 모습이 김 씨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 뿐 아니라 자신의 곁에서 직접 행동으로 나누는 삶을 보여주는 아내의 모습에 결정적으로 신장 기증을 결심하게 되었다. 아내 서 씨는 헌혈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금장상을 받기도 했고, 오랜 기간 후원을 통해 해외아동을 도우며 나누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다. 지난 2005년에는 그런 아내의 모습을 따라 김 씨는 사후 장기기증에 등록했고, 7월 20일에는 타인을 위해 신장기증을 하기에 이르렀다.

“더 건강한 장기를 기증하기 위해 10kg이나 체중 감량을 했습니다.”

이번 신장기증을 위해 김 씨는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식인에게 더 건강한 장기를 기증하고, 기증 후에 자신의 건강도 빨리 회복하기 위해 체중 10kg을 감량한 것이다.
신장기증을 향한 김 씨의 열정 뒤에는 가족들의 격려와 응원이 있었다. 선배 신장기증인인 아내 서 씨가 간병인을 자청하며 신장기증을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딸과 아들 역시 “생명을 살리는 아빠의 모습이 멋지다”며 김 씨의 신장기증을 응원했다.

한편, 김 씨의 신장을 이식받은 이식인은 이인만 씨(43세, 남성)로 20년간 혈액투석을 받아온 만성신부전 환자이다. 이 씨는 군 입대 신체검사에서 고혈압을 진단받고 재검을 권유받았으나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넘겼다. 군 제대 이후, 숨이 차고 금방 피로해지는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1996년부터 만성신부전을 진단받고 투병생활을 해왔다. 올해로 20년째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이 씨는 “투병생활이 길어져 몸도 마음도 몹시 지쳐 매우 힘든 상황이었는데 천사 같은 분을 만나 이식을 받게 되어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해왔다.

서유연 씨와 김영철 씨 부부는 지난 2013년 부부 신장기증인이 탄생한 이후 5년 만에 탄생하는 부부 신장기증인으로 국내에서는 18번째 부부 신장기증인이 되었다. 지난 2016년 말 기준 신장이식대기자는 17,959명으로 작년 한 해 동안 신장이식은 2,233건이 이루어졌다. 그중 생존 시 신장기증인을 통해 이루어진 수술은 1,174건으로 이중에서 타인에게 신장을 이식받은 사람은 38명에 불과하다. 타인 중에서도 지인을 제외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를 위해 신장을 기증한 사람은 극히 소수이다. 지난 2010년 신장이식 대기기간은 828일이었으나 2015년 신장이식 대기기간 1,904일로 매해 신장이식을 대기하는 환자와 대기기간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김영철 씨의 순수 신장기증은 오랜 시간 이식만을 기다려온 환자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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