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원로목사님의 향수(鄕愁)
한 원로목사님의 향수(鄕愁)
  • 민돈원
  • 승인 2017.03.11 0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천교회는 금년으로 114년이 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 만큼 많은 교역자들이 이 곳을 거쳐 갔다. 그 분들 중에는 이미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 분들이 많지만 또 어떤 분들은 원로이신 분들도 있고, 아니면 현직에서 어떤 분들은 목회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주일 낮 예배 때는 그 원로 목사님 중에 1970년-74년까지 30대 중반에 담임하셨던 목사님이 이곳에 오셔서 축도를 하셨다. 지난해 5월에는 이곳에서 주일저녁 말씀을 전하신 적이 있었다. 평소 이 목사님은 늘 이곳 교회를 잊지 못한다는 말씀을 이번에도 오셔서 몇 번이고 하신 것을 보면 좋은 인상과 추억이 서린 곳임이 역력했다.

그렇게도 오고 싶어 하시는 그 원로목사님의 이면에는 현직에서 은퇴하신 후 연세가 들고 보니 외로움과 쓸쓸함에서 오는 옛정의 향수를 달래고자 하는 마음이 없지 않으시리라 여겨졌다. 그 당시 담임으로 계실 때 상천초등학교 다니던 자녀 두 남매는 이미 성인이 되어 아드님은 세브란스 의대 교수가 되어 후진 양성을 하고 있고, 따님은 목회자 아내가 되어 사역을 돕고 있다고 한다.

연세가 83세가 되어 거동이 활발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전철로 서울에서 이곳까지 혼자 오실 수 있으시니 건강하신 편이다. 축도하실 때도 보니 힘 있게 기도하시는 그 간절함이 젊으셨을 때 얼마나 그 불타는 마음이 있었을까를 느낄 수 있을 만큼 다가왔다. 우리교회 찬양대의 찬양소리에 너무 은혜와 감동이 되어 쏟아지는 눈물을 억제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하는 말씀에서 그 순수한 열정이 묻어 나오신 분이었다.

이곳을 떠나신지 43년이 지나셨고, 현직목회에서 은퇴하신지 13년이 지나셨지만 예배를 사모하고 추억서린 교회를 그리워하는 원로목사님의 일명 교회애(敎會愛)와 향수(鄕愁)는 남달랐다. 마치 실향민이 돌아갈 모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이상이리라.

은퇴란 말이 영어로 ‘리타이어’(Retire)인데 이를 세간에서는 ‘인생의 타이어(tire)를 다시(Re) 갈아 끼우는 것이다’라고 의미 있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 은퇴하신 후에도 교회가 뒷받침이 되는 소수 어떤 분들은 현직에 있는 분과 다를 바 없이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목사님이 있는가 하면 건강이 뒷받침되어 현직에 있을 때 명성이나 직함에 힘입어 자비량 선교하시는 분들도 종종 계신다.

그런가 하면 평소 글 쓰는 일들, 저술 활동하는 일들로 보람 있게 보내는 분들도 주위에 있음을 본다. 그러나 어떤 분들 중에는 원로라는 이유로 아무데나 가서 예배드리기도 부담스런 경우도 있다는 말씀 하는 것을 들을 때면 왠지 마음이 무거워진다.

일생을 주님만 바라보고 사신 분들 중에 은퇴 후 거처도 마땅치 않아 지금 이 시간 어디엔가 외롭고 쓸쓸하게 지내시는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목회자에게 만큼이라도 부익부 빈익빈의 세상이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자동차가 낡았어도 타이어만 다시 갈아 끼우면 웬만한 거리정도를 갈 수 있어 유익하게 쓰임 받는 자동자라고 할 때 은퇴 이후 역시 가고 싶은 교회 오라 하는 교회가 되어 원로목사님들의 노장의 지혜를 초청하여 얼마든지 배워봄직 하다.

오신 원로목사님을 가시는 길에는 전철로는 아무래도 힘드실 것 같아 택시로 댁까지 모시겠다했더니 운동 삼아 걷기도 하신다고 극구 사양하신다. 그래도 그럴 수 없었다. 먼 길이시기에 누(累)가 되지 않다고 여겨 억지로라도(?) 편안하게 모셔 드리고 싶은 마음에 택시로 배웅해 드렸다. 이후로도 여건이 되는대로 이곳을 잊지 못하시는 분들을 계속 모시고 싶다. 그리고 그 원로목사님들의 연륜 속에 담겨진 지혜와 고견을 성도들과 함께 청취하고 싶다. 나아가 그 분들의 노후에 작은 소망이나마 드리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